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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BL] 천의 얼굴 (특별외전) [BL] 천의 얼굴 3
봉블리 / 시크노블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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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참 좋아하는 출판사가 있는데 바로 시크노블입니다. 구매했던 작품들의 제목 평점과 간략리뷰를 엑셀로 만들어 관리하고 있는데 어느날보니 시크노블에서 출판한 대부분의 작품들의 평점이 다 보통이상이더라고요. 모아 보면 표지도 정말 예쁘고 글들이 다 공들인 티가 나는데다 기본적인 재미도 있어 컨택과 관리를 참 잘하는 출판사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작품 천의 얼굴도 연재시부터 쭉 관심있게 지켜보았는데 시크노블에서 출판되어서 반가웠어요.

천의 얼굴 본편을 매우 흥미진진하게 보았는데 특별외전이 나왔길래 바로 구입했습니다. 이 소설은 사실 다른 여타 빙의물이나 연예인물과는 매우 다른 스타일이라 호불호가 조금 갈릴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작가님도 후기를 보면 그 점에 대해서 잘 알고 계신 것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긴 글을 특별외전까지 포함해서 쭉 동일한 스타일과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로워요. 스스로의 스타일에 뚝심이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끝까지 마무리를 잘 하셨을 때는 그게 더욱 빛을 발하죠. 이 작품이 바로 그러합니다. 글의 문체는 굉장히 조근조근 섬세한 스타일인데 내용 전개는 고집스러운 자신의 목표를 유지한다는 게 신기했어요. 이게 바로 외유내강인가요.

외전도 본편과 마찬가지로 주인수의 삶이 그의 작품과 맞물려 펼쳐집니다. 보통 작품 이야기가 이렇게까지 자세하게 사이드 스토리로 나오지는 않는데 특이하지요. 사실 생각해보면 이것도 글의 키워드와 일맥상통하는 지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연우가 연우의 몸에 빙의하여 그의 이야기가 소설이 된 것처럼 연우가 연기하는 작품의 이야기가 작중에서 또 다른 이야기로 나오는 것이죠. 주인공들의 이야기와 심리상태가 작품과 맞물려 깊이를 가지며 펼쳐지는 장치이기도 하고요. 하나의 소설을 샀는데 여러개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다는 점도 장점입니다.

반면 이러한 경우 소설에도, 소설내의 작품이야기에도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은 천의 얼굴의 단점입니다. 두쪽 다에 충분한 설명을 하고 있다고 느껴지지가 않았어요. 소설은 연우의 작품에 얽매여 있고 사이드 스토리들도 역시 본 내용과 연결되는 주제로 서술되어야하기에 한계를 지니는 것이죠. 각기 다른 작품이었다면 다른 서술, 다른 내용, 다른 주제로도 풍성한 내용을 가질 수 있었을텐데 각 이야기가 맞물리며 하나의 주제에 대한 이야기들을 하게 된 것은 조금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특히 외전에서 눈먼 무용수에 관련한 부분이 그랬습니다. 연우의 이야기를 조금 더 보고 싶었거든요. 연우가 영웅에게 영향을 주고 그를 이끌어가는 내용이 해당 영화의 이야기와 맞물려 서술되는데, 저는 연우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연우는 어떤 사람인지, 무용은 어떻게 하는지가 조금 더 궁금했어요. 그리고 눈먼 무용수의 내용 자체도 조금 더 폭발적으로 그릴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작중 내용과 분량상 한계로 줄거리 정도로 서술된 게 안타까웠고요.

그래서 저는 이 외전집 중에 제일 첫번째 외전이 가장 좋았습니다. 양우와 우종의 어렸을 적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상당히 드라마틱하고 어떤 점에서는 인물들이 모두 이렇게까지 사연이 있어야할 필요가 있나라는 인상을 주는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애정이 많이 가는 외전이었어요. 우종이 불쌍하고, 죽은 형과 형수님도 슬펐습니다. 그들이 살아있었다면 굉장히 따뜻한 사람들이었을 거라는 인상을 받았으며 그들을 닮아 양우가 이런 사람이 되었구나 라는 생각도 짧게 했고요. 양우에 대한 우종의 애정도 좋았습니다. 어렸을 때 양우의 모습을 보고 안타까웠지만 관계자들이 모두 잘 처벌받은게 기뻤으며 커서의 양우의 모습과 그의 천재성은 뿌듯하고 멋지고 우종과 청장의 이야기는 웃기고도 재미있었어요.

이렇게 아주 짧은 단편안에 이런 여러가지 감정을 느낄 수 있는 풍부한 내용을 담은 건 작가님의 능력이지요. 인물들의 모습이 아주 잘 드러난 이야기였습니다. 특히 양우가 정말 멋져요. 사실 이 소설은 전체적으로 연우를 중심으로 서술되어 있는데 이렇게 짧게짧게 비춰지는 양우에게도 눈이 가는 걸 보면 짧은 문장이나 단락으로도 인물의 매력을 잘 표현해내시는 것 같습니다.

풍성한 이야기를 읽을 수 있는 외전이라 마음에 들었습니다. 잘 읽었어요. 작가님의 모든 세계를 천의 얼굴에 집어넣으신 건 아닌지 걱정이 되는데 다른 작품도 기대하고 있으니 작품 많이 써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시크노블 출판사 분들도 좋은 작품 앞으로도 많이 선별해서 내주세요. 언제나 즐겁게 믿고 읽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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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사랑의 덫
나가타니엔 사쿠라 지음 / 시크릿노블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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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타니엔 사쿠라님의 사랑의 덫입니다. 최근에 TL 피폐물을 보고 마음이 함께 피폐해졌었는데 이 글을 읽으면서 다시 순정순정해지는 느낌이 드는 작품이었습니다. 두근두근하는 마음으로 읽었습니다. 최근에 읽은 티엘 중 가장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알라딘에서 티엘 이벤트 하는 걸 꽤 사보았는데 다 일정 수준 이상이라 신기했습니다. 알라딘에서 신경써서 내는건지 출판사에서 신경써서 내는건지는 모르겠지만 다음 이벤트도 믿고 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네요.

 

소설 자체로만 보자면, 역시 다음 번역서도 구매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재능이 느껴졌습니다. 씬을 자세하게 길게 써주셨으면 더 좋을텐데 라는 불만을 제외하고는 그렇게 눈에 띄는 단점이 없었습니다. 짧아서 불만이 아니라 텐션도 분위기도 내용도 잘 살린 편이라 더 더 더 길게를 외쳤는데 원하는 만큼 길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여자주인공의 심정에 포커스를 맞춰 서술한지라 남자주인공의 매력이 처음에는 그렇게 잘 나타나지는 않았습니다만, 그만큼 여주의 심리상태는 잘 표현되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어려서부터 보살피고 보살펴지며 자란 관계가 어떤 과정을 거쳐 애정으로 발전하는지, 하녀와 영주의 차남이라는 신분 차이가 어떻게 극복되는지가 달달하게 잘 그려집니다.

 

여자주인공의 시점이 자기자신의 심리상태를 표현하는 것을 지나 결국 둘이 맺어지는 부분까지 가고 나서는 드디어 시야가 넓어지고 남자주인공의 상태 및 주변 상황이 밝혀지고 갈등이 해결되게 되는데 이런 부분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여주 1인칭의 서술 특징을 잘 살린 소설이지요. 독자가 여자주인공과 함께 답답해도 하고 두근거리기도 하다가 나중에 갈등의 해소까지 함께 겪으며 행복해지는 그런 타입의 글이었습니다.

 

물론 두 사람 사이의 첫 관계가 강압적으로 그려져서 그게 좀 불만이기는 했습니다. 긴장감도 분위기도 잘 만들어진 상황이라 조금 더 길고 자세하게 그렸다면 이게 좀 덜 강압적으로 보였을텐데 그런 걸 이런 방법으로 두리뭉실하게 넘어가고 싶지는 않으셨던 것 같네요. 지켜보는 독자는 조금 안타까웠습니다. 더 잘하실 수 있었을 것 같은데! 뒤에 나오는 씬들을 보면 훨씬 잘 쓰실 수 있었을텐데 말입니다. 탑에 여자주인공 알마가 아니라 작가님을 가두고 씬을 늘이고픈 마음이 들 정도였어요.

 

고뇌하고 함락당하는 여자주인공은 그렇다치고, 남자주인공이 참 마음에 들더라고요. 전쟁터에 나가서도 꽃을 꺽지 않은 고결한 기사, 명령하면 여자주인공을 가질 수 있는 신분임에도 그녀가 스스로 인정하고 받아들이기 전까지 명령하지 않았던, 어려서도, 나이가 들어서도 그녀밖에는 보이지 않았던 순정 직진남이라서요. 게다가 난폭한 성격임에도 여자주인공이 때리는 건 다 맞아주고 여자주인공 말만 듣는다니 참 찾아보기 힘든 남자주인공이라 하겠습니다. 물론 여주가 떠나려고 하니까 탑에 가뒀지만. 관리안된 탑의 방을 청소 완전 깨끗이 해두고 매일 제일 신경쓴 맛있는 음식 (중요) 먹이고 목욕통에 뜨거운 물 날라가며 씻기고 보살펴줬다니... 알마, 네가 굳이 싫다면 내가 대신 안되겠니.

 

게다가 테오발트의 성격이 워낙 난폭한지라 둘의 사이를 인정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시)부모님도 이미 그들을 인정한 상태고, 테오의 형도 그들의 이어짐을 힘껏 도와주지요. 사실 이 형도 꽤 매력적인 인물이라 (게다가 미인!!) 형을 주인공으로 한 연작 티엘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악역 없이 두루두루 마음에 드는 인물들로 가득한 한권이었네요. 걸림돌은 오직 여주 알마의 마음뿐.

 

그렇지만, 아무리 주변 사람들이 인정한다고 해도 어려서부터 유모의 딸로 자라왔다면 신분적 간격을 무시하기 힘들었겠죠. 게다가 처음 만났을 때는 서로 아이였고 심지어 여주쪽이 연상이니 더더욱 그랬을 거고요. 그런 갈등이 여주인공의 시점으로 납득이 가게 그려져서 여자주인공도 잘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혹자는 이 공고한 신분사회에서 어떻게 유모의 딸과 영주의 차남을 모두가 인정해줄 수 있느냐고 물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사실 그가 그렇게 멋진 기사가 될 수 있었던 것도 부모님 및 형과 사이가 좋을 수 있었던 것도 모두 여자주인공이 있었기 때문이었죠. 미모가 아니라 어려서부터의 노력과 마음이 그녀를 그렇게 사랑받을 수 있게 한 원동력이었다는 것도 좋았습니다. 즐겁게 읽은 티엘이었던 것 같네요. 간만에 가슴이 간질간질해지는 소녀심을 느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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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BL] THIRST
백희 지음 / M블루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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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처음 표지와 줄거리만 읽고 이 소설에 기대했던 것은 치명적인 뱀파이어가 나오는 중세 할리킹 혹은 치명적인 뱀파이어가 나오며 어둑어둑한 분위기의 약피폐물이었습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머슴 뱀파이어공과 도련님 백작 수였어요. 예상했던 것과는 조금 달랐습니다만 전체적으로 어둡고 야성적인 분위기를 잘 살린 소설이었습니다.

 

가문이 몰락하고 일을 봐주는 사람 몇명과 단촐하게 살아가는 백작 도련님이 하녀장의 성화에 못이겨 집사를 들이는데 그 집사가 바로 정착을 원하며 이 마을에 흘러들어온 지친 뱀파이어인 주인공이었습니다. 작중에 제대로 나오지는 않지만 그는 사실 덩치도 꽤 크고 힘도 강한 뱀파이어입니다. 나중에 가면 그들을 괴롭히는 뱀파이어 사냥꾼 등을 매끄럽게 사냥하는 등 앞 부분의 지쳤던 모습과는 다른 면모를 보이며 수를 보필하지요.

 

그렇지만 그는 원래 힘이 세서 이용당하다 죽어간 낮은 계급의 사람입니다. 사람을 죽이지 않겠다고 생각은 하고 있지만 그것은 고차원적인 사고나 깨달음에 의한 것이 아니라 여동생 손녀의 핏줄을 죽였기 때문이었죠. 백작 노아 도련님이 그가 뱀파이어라는 것을 오래지않아 바로 알아차릴만큼 허술하고 피를 못마시면 얼마 지나지 않아 욕구에 고통스러워하며 송아지를 찢는 등 야성성이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그것에 저항할 의지 역시 미약해보입니다. 그렇지만, 오히려 그 미약함이 그를 더 인간적으로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뱀파이어임에도 불구하고요. 갈등하고 고뇌하고 정신적으로 연약하고 육체적으로 강인하죠.

 

백작 도련님 그 자체인 노아는 햇빛 알러지가 있어서 밖에 잘 나가지 못하는 연약함에 책을 많이 읽고 마을 사람들의 조언자 역할을 하며 살아가는 인물입니다. 아버지가 뱀파이어 옹호자라는 누명을 쓰고 돌아가셨기에 뱀파이어를 증오할 수도 있었지만 그 이후 뱀파이어들이 사냥당하고 처형당하는 모습을 보며 한 걸음 더 나아가 인간의 잔인함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죠. 게다가 그는 조언자 역할을 하며 현재의 영주에 핍박받으며 살아가는 주위 사람들을 돕는 등 인간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노력합니다. 율리안이 뱀파이어라는 사실을 알고도 인간과 함께 살아가고 싶은 뱀파이어냐고 묻고 그를 덮어주겠다고 제안도 하고요.

 

사실 송아지는 단촐한 영지에 꽤 값나가는 재산일테고 그 재산을 피에 대한 욕구 때문에 찢어죽이고 흡혈을 하고 심장을 먹는 광경을 보았음에도 그렇게 태연할 수 있다는 것이 좀 신기하긴 했지만, 노아가 율리안의 어쩔 수 없는 욕구를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이 송아지 사건은 율리안이 노아에게 뱀파이어라는 걸 들키게 하는 장치임과 동시에 율리안의 야성성과 소설의 야만적인 분위기를 나타내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의 서술이 꽤나 마음에 들었어요. 나중에 노아가 해결하도록 협박받는 고양이 찾기 사건에서 고양이의 시체를 발견하는 장면도 유사한 점에서 좋았습니다. 중세고딕소설의 분위기가 한껏 느껴지는 부분이었죠.

 

두 사람이 도련님과 머슴사이에서 점차 가까워지며 편해지고 서로에게 기대면서 성적 정신적 텐션을 한껏 높여가고 있을 때 영지를 다스리던 이들이 그들을 위협하며 위기는 닥쳐옵니다.  노아는 위에서 서술한 바와 같이 고결하고 이상적인 사람이지만, 자신에게 욕심을 갖고 다가오는 인물들을 대처하는데 매우 미흡합니다. 완력으로 져서 겁탈을 당할 뻔할만큼 연약하고 자신에게 해를 입히는 사람들을 해결하려는 생각도 하지 않아요. 심지어는 자신을 범하려던 남자를 사실 율리안이 죽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는 인간을 죽였다며 화를 낼 정도죠. 그런 그를 위해 율리안은 노아가 쓰러져 있는 사이에 그에게 위해를 가하려는 모든 이를 죽이고 이를 함구하고 노아와 함께 떠나 삶을 살아가며 이야기는 마무리됩니다. 노아에게는 딱 맞춘 대처고, 그에게 딱 어울리는 공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육체적으로 강인하지만 지적으로 그리고 심적으로는 나약한 주인공이 고결하고 이상적인 사고를 하지만 삶을 이어나가는데는 미숙한 주인수를 만나 두 사람이 서로를 지적, 육체적, 그리고 이상적, 속물적으로 보완하며 함께 살아가게 되는 이야기였습니다.

 

노아는 끝까지 율리안이 노아에게 위해를 끼칠 수 있는 이들을 학살했다는 사실을 모를 것입니다. 율리안은 노아의 주위를 맴돌며 영원히 야만적인 충견으로 그를 지키겠지요. 에필로그의 분위기는 밝지만 실제로 그 아래에 깔려있는 것은 율리안이 노아의 삶을 위해 뒤쪽에서 흐르게 한 무수한 검붉은 피. 그 핏빛이 매우 선명하게 눈에 그려지는 마무리였습니다. 그러나 그 피와 각오와 희생과 사랑으로,

 

그들은 행복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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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첫사랑 마리아쥬 : 잊지 못한 마음과 약속의 기사
세리나 리세 지음 / 코르셋노블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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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p인 다른 작품을 볼까하다가 왠지 이번에는 순정남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선택한 세리나 리세님의 첫사랑 마리아쥬입니다. 타 서점등에서 검색해본 결과 해당 작가님 작품들의 평가가 대부분 좋길래 또한 안심했고, 결과적으로 말하면 아주 잘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순정남, 첫사랑, 집착, 배덕, 씬 모두가 상당히 충실한 작품이었습니다. 영지를 위해 결혼하기로 하고 웨딩드레스를 막 입으려던 여자주인공 에밀리엔이 첫사랑인 남자주인공 루시판과 재회하며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사실 재회해서 보자마자 다짜고짜 키스에 씬으로 이어지는 과정은 일반적인 로맨스소설에서보자면 비판의 대상이 될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TL이라는 장르에서 이 정도의 모럴리스는 상당히 전형적인 전개인지라 장르를 감안하고 보면 그렇게 거슬리지는 않는 첫시작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부분에 불호가 강하신 분들은 안 보시는 게 좋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렇지만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이런 부분을 넘기고 보시면 달달하고 잘 짜여진 스토리가 나오기 때문에 그런 이유로 안 보시는 건 조금 아깝습니다. 


다짜고짜 이어진 씬 이후 그녀와의 결혼식에 같이 가기로 되어있던 약혼자의 앞에서 루시판은 그녀가 이미 자신의 신부가 되었음을 선언하고 결국 결혼에까지 이르게 됩니다. 그래서 두 사람의 관계가 좀 강압적이려나 생각했는데 생각과는 달리 그 이후로 루시판은 에밀리엔과의 첫경험이 강압이었음을 인정하고 그녀가 스스로 다가오기를 기다립니다. 그리고 그 이후에도 주위사람들의 이야기를 주의깊게 들어주고 에밀리엔이 하고 싶어하는 일을 (그것이 민폐일지라도) 결국은 하도록 해주는 면모를 보입니다. 처음에 에밀리엔이 결혼한다는 소식을 듣고 빠르게 말을 달려 영지로 찾아오고 바로 당일인 결혼식을 막아야해서 그런 일이 벌어진거였지 사실은 아주 포용력있고 달달한 남자였어요. 


두 사람의 첫 만남 이야기와 출생의 비밀과 영지에 대한 이야기가 잘 어우러져 있어서 좋았습니다. 하나의 소설에서 여러개의 이야기를 읽는 느낌을 받았어요. 발랄하고 사랑스러운 가녀리지만 강인한 아가씨인 에밀리엔의 특징이 잘표현되어 있고, 그녀에게 구함받고 그녀를 돌보는 루시판의 다정함과 능력의 출중함이 잘 그려집니다. 두 사람이 왜 서로의 첫사랑인지도 잘 알겠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밀리엔이 루시판의 성공을 위해 다신 오지 말라며 매정하게 보낸 이유도 설득력이 있습니다. 그런 마지막 만남이 결국엔 재회의 에피소드로 이어지는 구성으로 이어지니 잘 짜인 구도라고 할 수 있겠죠. 


이후 이어지는 루시판의 비밀이나 에밀리엔의 가문의 비밀들이 엮이고 사건을 해결하며 두 사람의 애정은 점차 견고해집니다. 루시판의 친아버지나 그외 동료 기사들의 등장도 인상적이었어요. 그렇게 길지 않은 작품에 너무 많은 이야기와 인물이 등장하면 작품이 산만해지고 인물들이 충분히 잘 그려지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이 작품은 인물들과 이야기가 풍부함에도 깔끔한 전개를 가지고 있습니다. 


내용이 조금 더 길다면 루시판이 수도에서 에밀리엔의 옆으로 돌아오기 위해 고생한 일 (죽어라 일하고 돈모으고 승진하고)과 에밀리엔의 결혼이야기를 듣고 난 후의 반응 (국왕에게 영주자리를 얻고, 국왕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말한마리 타고 초고속 귀향)이 들어가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아요. 단권이라는 게 아쉬운 소설이었습니다. 작가님의 역량으로는 조금 더 길게 쓰셔도 잘 쓸 것 같은데 장르의 전형적 분량이 정해져 있어서 안타까웠어요. 


티엘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일러스트도 괜찮은 편입니다. 톤의 사용이나 그림체의 매끄러움이 마음에 들었어요. 컬러도 잘 쓰시는 편이네요. 씬도 잘 표현되어 있고요. 단점이 있다면 여자주인공이 좀 어리게 그려져 있다는 점입니다. 어린 여주는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그부분에서는 1점을 까고 싶네요. 


전체적으로 달달한 이야기 진행이고 씬도 매우 만족스러워서 즐겁게 읽었습니다. 이 작품의 일본내 출판사가 바닐라문고던데 이 브랜드의 전형적인 코드를 가지고 있는 작품이더라고요. 쏘냐문고쪽이 배덕감과 모럴리스쪽을 중점으로 한다면 이쪽은 달달한 사랑이야기. 그야말로 바닐라향이 나는 듯한 이야기들을 주로 출판하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키워드와 스토리라인이에요. 좋은 키워드와 스토리 전개를 갖추고 있어 읽어본 티엘 중에서는 상당히 잘 쓰여진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이쪽 출판사와 작가에게 신뢰를 갖고 작품을 선택하게 될 것 같습니다.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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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BL] 우주대악당 트로모스
김단 지음 / SWEETSIDE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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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급의 미학이 있다면 바로 이런 것인가를 생각하게 해주는 소설입니다. 아주 하찮아보이는 우주대악당과 소시민인 지구방위대리더가 연애를 한다니요.초능력물, 외계인물인데 소소합니다. 사실 원래 사랑이란 거창한게 아니죠..그러나 그럼에도 지구를 구하는 것. 그것이 사랑임을 잘 보여주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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