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함이 주는 즐거움

임금님과 호밀빵 ㅣ 키다리 그림책 14
파멜라 엘렌 글.그림, 천미나 옮김 / 키다리 / 2010년 8월

빵 좋아하시나요?

저는 빵을 참 좋아해요. 우리 아이들도 그렇구요.

자주 빵집에서 사다 먹는데...

별 다른 토핑이 없는 단백한 식빵이나 베이글을 좋아하지요.

우리 아이들은 물론 단맛이 강하거나 치즈가 잔뜩 얹어 있거나...

뭐 그런 빵을 좋아하구요.ㅋㅋ

 

[임금님과 호밀빵]은 호주의 유명한 그림책 작가인 파멜라 엘렌의

그림책입니다. 사실 저는 이 작가의 작품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해봤는데...

유머러스한 그림과 주제를 향한 통찰력 못지 않게

이야기를 무척 단백하게 이끌어 가는 작가이더라구요.

책에 나오는 호밀빵 처럼 말이지요.


 

 마굿간 지기 꼬마 친구와 뛰어놀기를 좋아하는 임금님이 살았습니다.

이 임금님은 뛰어노는 것 못지 않게 세상에서 먹는 것이 제일 좋았답니다.


 

먹는 걸 너무 좋아하다 보니 어느날 부터인가 즐거움이 사라지게 되지요.

임금님을 기쁘게 하고 싶은 요리사들이 정성어린 산해진미로 식탁을 채우면 채울수록

임금님은 더이상 먹는 것이 기쁘지 않고 고통스러워 집니다.


 

기쁨과 즐거움을 잃어버린 임금님을 다시 행복하게 만들어 준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마굿간 지기 꼬마 친구가 가져다 주는 꿀을 바른 호밀빵이었습니다. 


 

호밀빵을 통해 임금님은 예전의 자신의 모습을 되찾게 되지요.

즐거움을 느낄 줄 아는 임금님으로 말이지요.


 

 작가는 아마도 인간의 탐욕을 음식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나 봅니다.

탐욕에 가득 찬 인간은 결코 행복할 수 없다는 걸

뚱뚱해지고 불만이 많아진 임금님을 통해 형상화했으니까요.

이제 네 살인 울 꼬마들과는 그런 탐욕에 대한 이야기는 접어두고 보았네요.

그냥 사탕이나 초코만 먹으면 이렇게 되니 건강해지려면 밥을 잘 먹어야 한다고 말하면서

말이지용.ㅋㅋ

지금은 그냥 먹는 것에 대한 이야기로 받아들이겠지만...

조금 더 크면 책에서 보여주고 싶어했던 진짜 이야기가 무엇인지 스스로들 찾아내겠지요.

나에서 우리로...

내가 최고야
루시 커진즈 지음, 임정은 옮김 / 시공주니어 / 2010년 8월

쌍둥이를 키우면서 단 한번도 이겨야 한다거나

누가 일등이라거나 뭐 그런 말을 한 적은 없습니다.

물론 스스로도 모르게 비교한 적은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전...경쟁심보다는 서로 돕는 협동심을 먼저

가르치고 싶었고, 그래서 나름 [함께]라는 것을 강조해 왔습니다.

그런데도...참 이상하지요?

아이들은 자아가 형성되면서, 조금 더 영리해 지면서

서로 이기려고 합니다.

두 아이 모두 자기가 일등이라고 말하고

두 아이 모두 자기가 이겼다고 말합니다.

 

[내가 최고야]에는 그런 우리 쌍둥이들을 닮은

귀여운 멍멍이가 등장합니다.

멍멍이는 자기의 친구들과 자신을 비교하면서

자신이 최고라고 자랑하지요.

 

 하지만 친구들의 반론에 쉽게 좌절하기도 합니다.

자신감으로 충만했던 멍멍이는 친구들의 반론을 듣고

금방 자신이 초라한 존재라며 슬퍼합니다.

 
그런 멍멍이를 위로해주는 친구들을 통해

멍멍이는 다시 자신감을 되찾게 되지요.

 
타인을 이기고 싶어하는 마음은

어느정도 본능적인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남을 이기고 싶어하는, 남보다 잘나고 싶은 본능을

우리는 교육이란 사회화를 통해서 완화해 나가고

더불어 살아가는 것을 배우게 되는 듯 합니다.

멍멍이가 자신 못지 않게 친구들도 모두 잘난 존재라는 걸 깨닫고

어울렸던 것처럼...

우리 아이들도 [나]라는 틀에서 벗어나 [우리]를 배워볼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꼬마생쥐 [메이지] 시리즈로 유명한 작가의 책이라 그런지...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도 그림도 무척 친근한 느낌이 듭니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한 마을이 필요하다.

왜 아이들은 낯선 사람을 따라갈까?
EBS <아동범죄 미스터리의 과학> 제작팀 지음 / 지식채널 / 2010년 6월

ebs의 다큐 프라임은 제가 좋아하는 몇 안되는

텔레비젼 프로그램의 하나 이지요.

이 책은 위 프로그램에서 [아동범죄 미스터리의 과학]이란

제목으로 방영이 되었던 내용을 책으로 엮은 것입니다.

관심있었던 내용이었는데...방송으로 챙겨보지 못한 걸

이번에 책을 통해서 세세하게 살펴보게 되었네요. 

아직 어린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근심과 걱정의 시선으로, 그리고 희망의 시선으로

이 책을 처음부터 찬찬히 읽어 보았습니다.

먼저 이 책은

낯선 사람을 따라 나서는 아이들의 심리를 주목합니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말합니다.

[낯선 사람]을 절대 따라가면 안된다고...

하지만, 아이들이 생각하는 [낯선 사람]과 현실의 [낯선 사람]은

동일한 개념의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아이들에게 낯선 사람이란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이라기 보다

미디어나 상상속의 정형화된 인물이었던 것이지요.

그래서 우리나라 아이들이 그린 [낯선 사람]들은 하나같이

만화의 악당들처럼 생겼다지요.

착하게 잘 생긴 아저씨나 아줌마가 왜 [낯선 사람]인지

아이들은 전혀 이해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이 책은 아동을 대상으로 한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에 대한 심리와

원인분석에도 관심을 가집니다.

한 아동성범죄자의 편지를 공개한 내용은 정말 충격적이었습니다.

[당신이 당신의 아이를 무릎 위에 놓고 귀여워하거나 안아주지 않을 때

당신은 당신의 아이를 나에게 보내고 있는 것입니다.......

당신이 당신의 아이에게 칭찬을 충분히 해주지 않을 때

당신은 당신의 아이를 나에게 보내고 있는 것입니다........

나는 당신이 당신 아이에게 주지 않았던 관심과 애정을 주고 있는 좋은 사람입니다.

그 보답으로 당신의 아이가 해야 하는 것은 내 성적 욕구를 따르는 것입니다.....]

어린 시절이 대체적으로 불우한 소아성애자들은 본능적으로 범죄 대상을

알아 본다고 합니다. 내 아이를 행복하게 키우며 자존감을 높여주는 것이

범죄로부터 아이를 지키는 중요한 키워드라는 것입니다.

 

[낯선 사람]은 절대 따라가면 안된다고 말로 가르치면서

아이들에 대한 안전교육을 다 했다고 생각한 것이 얼마나 큰 착오였는지요.

연령에 따라 성격에 따라 각각의 아이들에게 맞는 안전교육이 필요하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한 마을이 필요하다는

이 책의 말이 가슴에 깊이 와 닿습니다.

내 아이를 안전하게 키우려면 내 아이가 속해 있는 사회가

안전해야 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 안전한 사회는 모두의 노력으로 만들어 져야 하는 것이구요.

무심히 지나쳤던 미아찾기 캠페인의 아동 사진을 이젠 좀 더 유심히 봐야 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른과 같이 있는 아이가 혹 낯선 사람과 같이 있는 것처럼 불편한 건 아닌지도

좀 더 세심하게 들여다 보아야 겠단 생각도 들었습니다.

작은 시선이 모여 우리 아이들을 보다 안전하게 키울 수 있을테니까요.

우리 아빠, 숲의 거인- 거인 아빠를 꿈꾸며.

우리 아빠, 숲의 거인
위기철 지음, 이희재 그림 / 사계절 / 2010년 5월

이 책을 아이들하고 처음 같이 읽던 날...

딸 아이가 물었습니다.

거인이 뭐냐구요.

아주 아주 큰 사람이라고 대답했더니

바로 [우리 아빠만큼 큰 사람?]하고 되묻더라구요.

아이들에겐 아빠가 세상에서 가장 큰 사람이란 걸

다시 한번 깨닫습니다.

 

책의 내용은 숲의 거인인 아빠와

코끼리를 통조림으로 만드는 회사에 다니는

엄마가 만나서 서로 사랑하고

결혼을 해서 내가 태어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지요.

 

어찌보면 단순한 이야기인데...

이게...참 재미있습니다.

남의 연애 이야기를 듣는 재미도 있지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과정 과정 속에 녹아 있는

유머와 위트가 어른인 제 눈에도 정말 재미있더라구용.ㅋㅋ

위험에 빠진 엄마를 도와주기 위해 나타난

아빠에게 첫 눈에 반해 버리는 엄마와

원래 그런 일에는 이유가 없는 거라는 나래이션..

우여곡절 끝에 엄마와 아빠는 결혼에 성공하지만...

아빠는 점점 숲의 거인일 때의 매력을 잃고

자꾸만 자꾸만 작아집니다.




인형처럼 자꾸 작아만 지는 책 속 숲의 거인을 보면서...

가장의 무게로, 삶의 무게로 점점 작아지는 우리네 아빠들이

생각나는 건 너무도 당연한 일이겠지요.

 

결국 엄마는 사랑하는 숲의 거인을 되찾기 위해

숲에서는 절대로 살 수 없다는 생각을 버리고

숲으로 들어가 [나]를 낳아 키웁니다.


이렇게 해서 하나의 가족이 만들어 졌습니다.

 

이 책은 가족의 탄생 신화라고 해야 겠습니다.

이 세상 모든 가족에겐 나름의 탄생 신화가 있겠지용.

그리고 그 바탕에는 든든한 아빠라는 거인이 있을 겁니당.

언제까지고 아이들 앞에 거인처럼 당당한 아빠를

꿈꿔 봅니당.

그 집 이야기-사람들과 함께 한 그 집이 이야기

그 집 이야기 - 시와 그림으로 보는 백 년의 역사 ㅣ Dear 그림책
존 패트릭 루이스 글, 백계문 옮김, 로베르토 인노첸티 그림 / 사계절 / 2010년 5월

원제 [The House]는 한 집에 얽힌 100년 동안의 이야기입니다.

[그 집]이 화자가 되어 자기와 더불어 살아갔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시적으로 들려주고 있는 그림책이지요.

 

오랫동안 버려졌던 집은

아이들에 의해 발견되었고,

한 가족의 보금자리가 됩니다.


그 이후로 [그 집]에서 사람들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고...

의지와 상관없이 전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들어가게 되기도 하고...

[그 집]에서는 축제가 벌어지는가 하면, 슬픔이 가득차기도 하며,

시간이 계속 흐를수록 [그 집]은 [그 집]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닌

사람들의 이야기로 존재하게 됩니다.










한 편의 딱딱하고 무거운 서사시같은 [그 집]의 나래이션은

인노첸티의 섬세한 그림을 만나면서 부드러움을 간직하게 됩니다.

반대로 그림 구도의 변화가 없는 매 페이지마다

등장하는 [그 집]은 루이스의 서사를 만나 역동성을 갖게 되지요.

 

1900년에 시작한 [그 집 이야기]는 1999년에 새 주소와 예전과는 다른

현대적인 건물로 재탄생하면서 끝이 납니다.


하지만 마지막 [그 집]의 나래이션처럼 [그 집 이야기]는

그 안의 사람들과 함께 계속 살아지겠지요.

<나는 언제까지나, 변함없이 나를 찾는 햇살과 빗물을

온 몸으로 느끼며 살아갈 것이다.>

 

역시...인노첸티와 루이스의 작품이구나...

하는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