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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집 준범이 ㅣ 보림 창작 그림책
이혜란 글.그림 / 보림 / 2011년 3월
평점 :
[우리 가족입니다.]로 가족간의 잔잔한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엮어 낸 이혜란님의 신작 [뒷집 준범이]를 만났습니다.
전작에 나온 신흥반점 강희의 뒷집으로 이사온 준범이와의 이야기입니다.
작가의 어릴적 추억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그림책이라 그런지
특별한 이야기 없이도 마음으로 스미는 여운이 큰 책이었습니다.
할머니와 단 둘이 사는 준범이는 어느 날
강희의 집 뒷집으로 이사를 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창문을 통해 보이는 앞집에 살고 있는 다양한 아이들을
관찰자적 시점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그래서 책 속의 그림 역시 준범이의 창 안쪽 시선에서 시작합니다.
일 나가는 할머니와 헤어져서 하루 종일 혼자 지내는 준범이와 대조적으로
앞집 아이들은 서로 어울리며 하루 종일 함께 지냅니다.

창 안에서 항상 밖을 내다 보기만 하는 준범이에게
강희는 같이 놀자고 손을 내밀기도 하지만,
준범이는 할머니가 집에서만 놀라고 했다면서
선뜻 집밖으로 나서지 못합니다.
앞 집 아이들은 시끄럽다고 불만을 털어놓는 준범이의 고백속엔
앞 집 아이들에 대한 동경이 숨어 있는 듯 합니다.
그런 준범이의 집으로 같이 놀자고 손을 내밀던 아이들이 들어 옵니다.
그리고 이제 책의 시선은 자기의 집에 갇힌 준범이의 위치에서가 아니라
준범이의 집 안을 바라보는 창 외부의 시선으로 옮겨지게 되지요.
책 속 시선의 변화는 많은 것을 의미하는 듯 합니다.
혼자 자신만의 공간에 갇혀있던 아이가 비로소 세상과의 소통을
시작할 수 있게 된 것이지요.
물론 준범이는 자신의 힘으로 창 밖 세상으로 나오진 못합니다.
그건 아마도 소외된 이웃의 어쩔 수 없는 한계이기도 하겠지요.
하지만 준범이는 항상 외부와 연결된 작은 창을 닫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닫히지 않은 열린 창에서 변화가 시작된 것입니다.
준범이와 같은 아이들은 우리 주위에 많이 있을 겁니다.
그 아이들은 언제나 자신의 창을 열어 놓고 우리를 바라보고 있겠지요.
두려움에 가득차 자신이 있는 곳에서 스스로 걸어나오진 못하더라도 말입니다.
이 아이들을 세상과 소통할 수 있게 만들 수 있는 것은
이 아이들을 향한 외부의 시선...
즉, 우리가 바라보는 마음의 창이 열릴 때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