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릭
도메니코 스타르노네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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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와 할아버지의 결투극이 차차 진행되면서 흥미를 느꼈다. 마리오는 무척 의젓한 아이로 때로는 다니엘레를 휘두르기도 한다. 아이의 순진함에 상처를 받기도 하고, 치유를 받기도 한다. 두 사람의 긴장 상태가 차차 풀어지며 다니엘레는 과거의 유령을 보게 된다. 그의 아버지는 도박때문에 가족의 생사를 위협했으며, 다니엘레는 범죄자가 되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예술로 도망쳤다. 다니엘레는 그림을 통해 치유되었다. 그러나 다니엘레는 자신의 그림이 점점 쇠퇴하고 있음을 느끼며 삶에 권태를 느끼고 있는 상태이다. 작중의 후반부에서 마리오는 다니엘레의 그림을 따라 그린다. 그 그림은 생명력을 갖춘 그림으로, 젊은 적의 다니엘레를 떠올리게 한다.


나에게는 다니엘레가 유리창에 비친 손자를 보는 장면이 인상깊었다. 그것은 생동력있던 자신의 과거이기도 하며, 유령이기도 하다. 다니엘레는 손자를 봐주던 짧은 나흘 동안 유령을 맞닥뜨리고, 그 유령을 받아들인다. 이는 자신의 예술 작업을 이해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예술이라는 것에는 결코 왕도가 없으며 늘 나보다 잘 하는 이가 있으며, 그들은 지금도 어디에선가 생겨나고는 한다. 나도 글을 쓸 때면 어차피 내가 가장 잘난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에 괴로워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예술가는 그러한 부조리함과도 타협을 하며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삶에 있어서 예술이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내 삶을 우선으로 두어야 그 다음 온건한 예술을 부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지금은 마냥 덮어두고 싶지만, 나도 과거에 묶여 있는 나의 유령들과 차차 마주할 날이 있을 것이다. 또한 유령은 지금도 만들어지고 있을 것이다. 그 시절을 지나오며 나의 마음도 유령에게 놓아두고 있다. 그래야 앞으로 나아가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래된 일기를 펼칠 때면 유령은 울컥 쏟아져 나온다. 얼마 전에도 과거에 관한 꿈을 꾸었다. 그 꿈에서 나는 한없이 도망치고 싶었다. 그럴 때면 떠올리는 말이 있다. 전태일 어록 중에 ”과거가 불우했다고 지금 과거를 원망한다면 불우했던 과거는 영원히 너의 영역의 사생아가 되는 것이 아니냐”라는 문장이다. 만일 유령을 원망한다면 유령은 영원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유령과 화해하고 수용할 수만 있다면 그 때 비로소 유령은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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