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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ㅣ 색채 3부작
막상스 페르민 지음, 임선기 옮김 / 난다 / 2019년 1월
평점 :
서점에서 우연히 발견한 소설이다. 처음들어보는 작가이지만, 전체적으로 부담없이 읽기 좋아보여서 망설임 없이 집어들었다. 전체적인 느낌은 단순히 네러티브나 인물들을 따라가며 읽어나가는 느낌보다는, 시와 소설의 경계선을 왔다갔다 하면서 줄타기하는 인상을 받았다. 책을 끝맞힌 후에 작가의 인터뷰를 읽어보았는데, 작가 또한 소설, 이야기 그리고 시라는 장르의 경계를 넘나들며 독자가 '눈의 고치에 폭 싸인 듯'한 느낌을 받았으면 하는 소망을 이 책에 반영했다고 한다. 소설을 끝맞혔을때, 작가의 의도가 꽤나 성공적이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소설은 하이쿠 시인 유코가 눈의 순백의 아름다움에 대한 집착, 그 후 소세키라는 스승과의 만남, 그 후 자신의 집착을 넘어서 음악과 색체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가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아내를 잃은 슬픔으로 '눈'을 잃은 스승 소세키가 이를 극복하고 명인으로 거듭나게 되는 것과 유코가 엄마를 똑닮은 딸의 아름다움의 경지를 통해 위대한 시인의 경지로 나아가는 것을 병렬적으로 보여준다. 결국 '눈'이라는 흰색에 대한 집착을 보여주는 유코는 흰색을 통해 다양한 색채를 품음으로서 자신의 시를 통해 넘볼 수 없는 자신만의 색채를 보여준다. 이는 자신만의 색채를 찾아다녀야 하지만 주변의 여건과 점점 건조해져가는 사회로인해 한정된 색깔에만 집착하는 현대인들에게 큰 위로와 만족감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커버 디자인이 눈이라는 소설의 정체성과 소설 전체의 분위기를 잘 살려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전체적으로 하얀 디자인 커버에 옅은 주황색 색채가 올라오는 분위기는 소설 유코의 성장과 꺠달음을 잘 반영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백색만 보입니다" 라는 소설의 첫번째 구절과, 소설을 끝맞혔을 때 독자의 마음속에 있는 색채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이를 따라가다 보면 독자의 투명한 마음 또한 소설을 읽어가며 책의 표지처럼 점점 다채로워 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간만에 서정적이면서 마음에 잔잔하게 다가오는 소설을 읽을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 중간 중간 여백을 즐기며 점점 바빠지는 인생속에서 투명한 여유를 즐기고 싶은 사람들에게 선물해주고 싶은 책이다.
"여름의 첫날에 그들은 혼인했다. 은빛 강가에서."
"여름의 첫날에 그들은 혼인했다. 은빛 강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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