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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 흘리는 소설 ㅣ 땀 시리즈
김혜진 외 지음, 김동현 외 엮음 / 창비교육 / 2019년 3월
평점 :
내가 이 책을 처음 접한 곳은 학교였다. 선생님께선 이 책으로 수업할 거라 하셨고, 친구들의 반응은 미묘했다. 나도 처음에는 당황스러웠다. 이 책 한 권으로 수업이 가능할까? 이 책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나는 전혀 예상할 수 없었다. 책을 펴고 무의식적으로 저자와 엮은이들을 살펴봤다. 그곳엔 내게 익숙한 이름이 적혀 있었다. 다시 그 글자를 읽고, 내 앞에 서 계시는 선생님을 봤다. 익숙한 선생님의 얼굴을 보자 순간 울컥했다.
나의 걱정과는 다르게 수업은 순조로웠다. 우리는 짤막한 소설을 한 편씩 읽고 활동지를 채워나갔다. 나는 학교에서는 가르쳐주지 않는, 노동 환경을 처음으로 마주했다. 소설 한 편을 읽을 때마다, 나는 두려웠다. 막연하게만 느껴졌던 노동자들의 고충과 더러운 현실이 생생하게 다가왔다. 이게 내가 마주할 노동 환경인가? 믿기지 않았다. 활동지를 채우려 소설을 다시 한번 살펴보는데 너무 신기했다.
그동안 내가 학교에서 배운 것은 무엇인가. 근로자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노동 3권이란 게 있다, 근로 기준법에 따라 근로 시간이나 조건 등을 근로 계약서로 작성해야 한다. 사회 시간마다 지겹게 들었다. 노동 3권에 단결권, 단체 교섭권, 단체 행동권이 있다는 걸 지겹게 외웠다. 하지만 근로 계약서가 어떻게 생겼는지 본 적도 없고, 근로 기준법에 어긋나는 일을 당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몰랐다. 내게 노동이란 먼 미래의 이야기 같았다. 학생 신분인 나는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너무 안일했다.
컵라면을 가방에 넣고 다니던 청년이 스크린도어에 끼어 죽고, 현장 실습생으로 배정받은 고등학생은 홀로 일하다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죽었다. 동료가 대형 철문에 끼어 죽고, 사고 조사가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옆 철문은 멈추지 않았다. 기사로 접한 안타까운 사건들은 접할 당시에만 안타까움과 분노를 느끼게 하고 그냥 스쳐 지나간 적이 많았다. 내가, 내 가족이, 내 친구들이 당할 수 있는 일이다. 그동안 내가 너무 무심했구나, 반성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안일하게 시간을 흘려보내고 벌써 19살이 되었다. 사회를 직접 마주할 날이 머지않았다. 아직 매우 서툴고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더 많은 나지만, 사회로 나가는 게 덜 두려워졌다. 슬프게도, 이 책 덕분이다. 설렘이나 기쁨 등의 감정보다, 괴로움이나 안타까움이 묻어나는 이 책이 충격을 완화해주었다. 나도 앞으로 땀 흘리며 일하게 될 텐데, 남은 시간 동안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할지, 땀을 어떻게 흘려야 할지 많이 고민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