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에 관한 생각 - 우리의 행동을 지배하는 생각의 반란!
대니얼 카너먼 지음, 이진원 옮김 / 김영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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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우선 읽기가 힘들었다.

 여기 등장하는 실험도 모두 알고 있는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번역이 너무 형편 없어서 무슨 말인지 알아 먹기가 어려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뷰를 쓰는 이유는 이 실험들에 대한 나의 생각이 이 책을 읽으면서 바뀌었기 때문이다. 심리학이 전공이라서 여기 나오는 개념과 실험은 예전에 모두 배웠던 것이다. 예전에 배울 때는 '도대체 누가 인간을 만물의 영장이네, 합리적이네 잘난 척 떠들어 대는 거야. 보라구 그냥 인간은 영장류야 동물이라구. 편견에 사로잡혀서 자기 잘난 맛에 사는 동물인 주제에..' 그런 생각을 했었다. 한 마디로 아직 철이 없었는지, 삐딱한 시선으로 인간을 깔보았다.  나야말로 조금 잘난 척 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지금 다시 보니 조금은 납득이 간다고나 할까. 저자도 책에서  자신도 알고는 있지만 여기 나오는 인지적 판단 오류를 보인다고 하지 않는가.  중요한 것은 인간은 누구나 그런 판단의 오류들을 저지르기 때문에 그런 행동이 나쁜 결과로 이어지지 않도록 깨닫게 해주고 사회적 울타리를 설계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 책에 등장하는 시스템 1은 "빠르게 상황을 파악하는' 기능을 한다. 이런 기능은 세상을 실제보다 정돈되고 단순하고 예측가능하게 하며, 정합적으로 볼 수 있게 한다. 이런 시스템 1의 특징은 잘 활용할 수 있다면 직관으로 이어질 수 있고, 뿐만 아니라 미래를 예측하고 통제할 수 있다는 확신으로 불안을 줄여줄 수도 있다. 하지만 나쁜 경우에는 확실한 증거도 없이 자신의 의견에 주관적인 확신을 갖게 한다. 즉 편견을 낳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결국 시스템 1이 비합리적이고 여러 예측 오류를 낳는다고 기존의 경제학 이론들처럼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훈련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너무 뻔한 결론이기는 한데, 그게 또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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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다윈 평전 : 종의 수수께끼를 찾아 위대한 항해를 시작하다 - 1809~1858 출생에서 비글호 항해까지 찰스 다윈 평전 1
재닛 브라운 지음, 임종기 옮김, 최재천 감수 / 김영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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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나와 있는 다윈 평전 중에 어떤 것을 읽을까 고민하다가 선택해서 읽은 것이 이 책이다.

 

원문에 하이픈(-)을 긋고 보충 설명한 부분이 많은 건지, 이 하이픈 때문에 문장이 끊어지는 느낌이 들어서 술술 읽히지는 않았지만, 나름대로 객관적인 시각으로 쓰여진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보통 '다윈'은 진화론의 대명사 내지는 동의어가 되었지만, 알고 보면 진화론은 그 당시 영국 사회의 생산물(이 책에도 이런 표현이 나온다)이라고 저자는 보고 있다.

 

1권에서는 '종의 기원'이라는 책이 출판되기 전까지의 다윈의 연구의 흐름이 잘 나와 있다.

 

비글호에 승선해서 영국 해군이 남아메리카의 해안을 측량하는 동안 다윈은 남아메리카의 지질학적 특징과 여러 동식물을 채집하고, 독립적으로 신대륙을 탐험했는데, 이 당시에는 종의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았었다. 그보다는 라이엘의 영향으로 대륙의 생성과 변형에 대해서 조사하고 연구했었다.

 

 그리고 영국에 돌아와 지질학 분야에서 이름이 알려지고, 자신이 가져온 화석과 동식물 표본의 동정을 여러 사람에게 부탁하고, 지질학에서의 지표의 변형에 대해 연구하다가 그렇다면 동물과 식물에도 '변형'의 개념을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서서히 종의 기원에 대한 문제를 고민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다윈이 종의 '변형'에 대해서 생각하면서 글로 정리하던 시기에 어떤 익명의 저자가 이미 "창조에 관한 박물학의 증거들"이라는 책으로 대중들에게 인기를 얻었었다는 점이다. 이 책의 출판으로 다윈은 무척 놀랐고, 당시 과학계는 이 책의 내용이 신의 섭리에 어긋나는 내용을 담았다며 비판을 했다(그 당시 과학계의 많은 학자들이 교구 목사들이었고, 신의 영역은 침범하지 않으려 했었다).

 

 이런 상황에서 다윈은 더 철저하게 자신의 생각을 증명할 다양한 실험과 연구에 몰두했는데, 이런 점에 있어서 다윈은 진정한 과학자구나 인정하게 했다.

 

 개인적으로는 창조론과 진화론이 동일 선상에서 논의될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한다. 다윈의 시대는 그렇다 치더라도 지금까지도 논쟁을 벌이는 것이 조금 의아하다. 진화론은 과학의 한 이론이다. 과학은 종교와는 차원이 다르다. 과학은 실험과 증거로 보여주는 것이지 이렇다 저렇다 주장만 늘어놓은 것이 아니다. 그것을 확실하게 몸소 보여준 사람이 바로 다윈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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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치의 부리 - 갈라파고스에서 보내온 '생명과 진화에 대한 보고서'
조너던 와이너 지음, 이한음 옮김, 최재천 추천 / 이끌리오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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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라는 단어를 읽거나 들었을 때, 일반적으로는 '긴 시간 동안 천천히 일어나는, 그래서 인간의 눈으로는 확인하기 어려운 어떤 과정'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진화는 훨씬 짧은 시간 동안 일어나고 있으며(1부), 생물계에 끊임없이 영향을 미치는 역동적인 과정이고(2부), 인간이 진화를 이끄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3부)는 사실을 실험과 예시를 통해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다윈은 갈라파고스 핀치에 대해 '종의 기원'에서는 별로 언급하지 않았는데, 그도 그럴 것이 실제로 갈라파고스 섬에 머문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가 하지 못한 진화 과정에 대한 연구를 실제로 한 사람들이 이 책에 나오는 피터 그랜트와 로즈메리 그랜트 였다.  그들의 연구 과정을 읽으면서 거의 육체노동에 가깝구나 생각했다. 그런 과정을 거쳐 그들은 진화는 현재도 일어나고 있는 과정임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3부에서 인간의 활동이나  항생제 등에 의해 곤충과 세균을 비롯한 모든 생물의 진화가 이루어지는 과정에 대한 설명은 정신이 번쩍 들게 할 정도다. 자연계에서는 이종 간의 교배를 통한 변종은 사실 특히 그 변종에게 유리한 환경의 변화가 없는 한, 자리를 잡을 수 없지만, 인간의 활동이 개입하게 되면 특이한 환경을 제공하여 변종이 증가하게 된다고 한다. 항생제의 경우에는 항생제에 대한 내성을 지닌 종이 3개월 정도면 자리를 잡게 된다고 하는데 여기에서 진화의 속도는 우리의 상상을 뛰어 넘는 수준이다.

 

 읽어 본 진화에 관한 책 중에서는 가장 현장감이 있고, 실감나게 진화에 대해 보여 준 책이었다. 왜 이 책이 다시 나오지 않는 것인지 의아할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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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오카 & 유카와 : 아시아에서 과학하기 지식인마을 13
김범성 지음 / 김영사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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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 나온 유카와 히데키의 '재미있는 물리이야기'라는 책을 보고 왠지 친절하다는 느낌을 받아서 번역된 다른 저서가 있는지 찾아봤었다. 그리고 찾은 책이 이 책이다.  

 전체적으로는 유카와 히데키 개인의 인생이나 과학연구 보다는 일본의 과학 연구의 흐름과 그 토대, 그리고 당시의 세계의 상황을 굉장히 쉽게 설명해 놓았다. 아마도 학생을 독자로 생각하고 쓴 책인가보다. 하지만 이건 학생보다는 어른이 읽어야 할 책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노벨상을 수상했다는 것이 그 나라 과학의 수준을 결정하는 유일한 척도가 아닌 것은 분명하긴 한데, 그렇게 아무 것도 아닌 것으로 치부해버릴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니까. 이런 책이 나온 것일 거다.  

 개인적으로는 유카와 히데키에 대해 알게 되어서 좋았다. 예를 들자면 유카와라는 성은 부인의 성이라는 것(그러니까 데릴사위였다는 것), 그리고 사람들과 만나서 뭔가 의사소통하는 것이 서툴고, 손재주도 없어서 이론 물리학을 하기로 했다는 것. 그리고 장인과 아버지가 유학을 권유했지만, 적어도 자신이 뭔가 성과를 낸 후에 그것을 바탕으로 외국과학자들과 토론하기 위해서 외국을 가겠다며 거부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   

 나가오카도, 유카와도 실험을 통해서 인정을 받은 것이 아니라 원자모형과 원자핵 내부의 중간자의 존재를 예측함으로써 유명해졌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시사하는 바가 많았다.  

 최신의 연구성과를 항상 접하면서 자유롭게 생각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었다....  

 예전에는 실험을 통해서 검증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막상 실험을 직접 해보니 나 스스로도 이게 맞는 걸까 하는 의심을 했었고, 어느 정도를 해야 검증이 된 것이라고 할 수 있는지 막연한 느낌을 가지다가 결국 흐지부지 되는 모양새가 된 적이 있었다. 너무 방법에만 얽매여 있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어찌 되었든 책이 의도한 바와는 다르게 나는 나 나름대로 깨달은 바가 많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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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픽 - 운전습관과 교통체계에 숨겨진 인간의 비이성적 본성 탐구
톰 밴더빌트 지음, 김민주.송희령 옮김 / 김영사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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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교통정체에 대해서 물리학을 응용해서 분석하는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그때 무지 신기해했기 때문에 이 책도 그런 종류일까 생각했는데, 그것과는 초점이 달랐다. 

물리학이 아니라 심리학에 근거한 것이니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물리학을 응용하는 교통정체 분석보다는 이 책처럼 인간의 심리와 연관된 교통연구가 더 호감이 간다. 

이 책에서는 기본적으로 운전자에게 자동차를 운전하는데 있어서 인간을 중심에 놓고 운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한스 몬더만이라는 교통전문 엔지니어의 말처럼 세상을 두 가지 공간, 즉 '교통세계'와 '사회세계'로 나눌 수 있다면, 속도와 효율을 중요시하는 '교통세계'가 아니라,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법을 배울 수 있는 '사회세계'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이 책에서는 교통표지판을 없애고, 운전자가 스스로 주의해서 운전하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고 한다.

그냥 생각할 때는 도로를 넓히고, 교통표지판이나 신호등을 설치하는 것이 사고를 줄일 것 같지만, 네덜란드 및 영국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표지판을 없애고 가드레일을 없애는 것이 오히려 사고율이 낮았다고 한다.  

읽으면서 내 주변을 생각해보았다. 차만 타면 무조건 빨리 가려고 하고, 신호등도 거치적거리는지 지하도나 육교를 만들고... 도대체 이 도시는 차가 주인인지, 사람이 주인인지 알 수 없게 만들어져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이 시사하는 바는 교통 그 자체라기 보다는 가치관의 변화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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