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인 뉴욕 - 마음을 읽는 고양이 프루던스의 샘터 외국소설선 11
그웬 쿠퍼 지음, 김지연 옮김 / 샘터사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러브 인 뉴욕>을 처음 봤을 때 479쪽이라는 두께에 놀랐다. 이렇게 두꺼운 장편소설을 읽는 게 얼마만이더라? 두께가 조금은 부담으로 다가왔지만 표지 속 귀여운 고양이 한 마리가 '빨리 날 만나고 싶지 않아?' 하는 눈빛을 간절하게 보내서 책을 펼칠 수밖에 없었다. <러브 인 뉴욕>의 주요 화자가 바로 이 고양이, 프루던스다. 고양이를 화자로 등장시켰다는 점에서 신선하고 내용도 좋았다. 고양이가 화자로 등장하면 아무래도 깊이 있는 내용을 담기는 힘든데 몇 번 사라와 로라를 화자로 등장시켜 내용의 깊이까지 더했다. 다만 이 책의 아쉬운 점이 있다면 오타와 어색한 번역투가 많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충분히 속도감 있게 읽을 수 있는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글의 흐름이 끊길 때가 종종 있었다. 책의 내용이 좋기 때문에 개정만 잘 된다면 더욱 훌륭한 책이 될 거라 생각한다.

 

프루던스는 TV 화면 속에서 움직이고 있는 생쥐를 잡으려고 했는데 왜 잡히지 않는지, 아이들은 왜 자신보다 먼저 생선을 받는지 궁금하기만 하다. 이처럼 프루던스의 엉뚱한 매력은 독자들로 하여금 프루던스에게 푹 빠지게 만든다. 따라서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고양이를 좀 더 이해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은 매력적인 책일 것이다. 이 책에는 크게 몇 가지 사건이 등장하는데 그중 가장 큰 사건이 바로 사라의 죽음이다. 사라는 프루던스의 주인이자, 로라의 어머니이다. 사라의 죽음은 딸인 로라에게도, 프루던스에게도 갑작스런 일이었다. 사라가 죽었다는 걸 모르는 프루던스는 사랑하는 주인이 갑자기 보이지 않자 외로움에 시달린다. 사라는 아침에 뭔가를 요리하면 프루던스에게도 늘 먹어보라고 권했지만 이제는 아무도 그러지 않는다. 또 창문에서 눈송이를 잡으려고 아무리 앞발을 휘둘러도 웃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보니, 예전만큼 재미있지도 않다. 유리컵을 엎질렀을 때도 프루던스를 들어올려 머리에 키스해주는 사람도 없다. 프루던스는 이곳에서 자신은 그저 이방인임을 깨닫는다.

 

로라의 남편인 조시는 음악 산업계의 고급 잡지를 주력 출판으로 삼고 있는 잡지 출판 그룹의 마케팅 총괄책임자이다. 아니, 총괄책임자였다. 출판계의 사정으로 하루 아침에 직장을 잃었다.

 

"출판 산업은 위축되고 있고 언제 다시 나아질지도 모르겠어요. 보다 희망적인 말을 해주고 싶지만 그게 현실입니다."

 

잡지사 혹은 출판 계열의 진로를 꿈꾸는 나에게 조시의 상황은 잔인하게도 솔직하게 다가왔다. 평생이 보장되는 직업은 없다지만 나에게도 이런 상황이 오게 되면 어쩌지? 취업하기 전부터 걱정이 앞선다. 이런 상황을 벌써부터 걱정하는 내가 여주인공 로라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걱정은 이쯤하고 다시 책의 내용으로 돌아가서, 조시는 집에서 일자리를 구하는데 고양이 밥 냄새 때문에 일에 집중하기가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프루던스는 조시야말로 하루 중 절반에 해당하는 시간에 갑작스레 집에 머물면서 자신을 완전히 불편하게 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찌 보면 맞는 말이다. 이 책은 고양이의 심정 뿐만 아니라, 로라와 조시의 결혼생활을 통해 남녀간의 생각 차이까지도 잘 담아냈다. 로라는 지난 16년간을 돈에 대해 걱정하면서 보냈기 때문에 조시가 직장을 잃은 상황에서 아이를 낳는다는 게 여간 걱정되는 게 아니다. 그러나 조시는 앞으로 다 잘 될 거라며 낳으면 잘 키울 수 있다는 마인드를 가져 다투기 일쑤이다.

 

이 책이 끝날 즈음에 프루던스는 로라에게서, 조시에게서 사랑을 느끼기 시작한다. 프루던스에게 사라는 곁에 없지만, 사라가 맺어준 이들과 함께 행복한 삶을 이어나갈 것이다.

 

<러브 인 뉴욕>은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면서도, 가볍게 읽을 수 없는 책이었다. 1998년 1월 24일, 스탠턴 가 172번지에 있던 건물이 폭풍우가 몰아치던 동안 건물 후면에 파손된 부분이 있다는 911 전화 신고를 받고 뉴욕 시당국에 의해 철거되었던 사건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20여 명의 거주민들이 그날 아침 이른 시각에 개인적 소지품 하나 챙기지 못하고 대피해야 했다. 허니라는 고양이를 포함하여, 건물 안에 살았던 두 마리 고양이와 한 마리의 앵무새를 데리고 나오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오늘날 그 공간에는 고급 콘도미디엄이 자리하고 있다. 건물이 즉각적인 붕괴 위험에 처해 있었는지는 아직까지 뜨거운 논쟁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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