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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랑드르 미술여행 - 루벤스에서 마그리트까지 유럽 미술의 정수를 품은 벨기에를 거닐다
최상운 지음 / 샘터사 / 2013년 12월
평점 :
품절
현재 벨기에의 전신이 된 플랑드르 지방은 프랑스, 이탈리아와 함께 유럽 미술을 전개하는 데 가장 중요한 무대 중의 하나였던 곳이다. 따라서 유럽 미술을 이해하려면 플랑드르 미술에 대한 이해가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 <플랑드르 미술여행>은 예술 여행을 즐기는 최상운 작가가 벨기에를 거닐며 미술 작품을 소개하는 미술 여행 에세이로, 벨기에 미술에 대한 이해를 돕는 책이다. 전반부에서는 주로 성서를 기반으로 한 작품들이 소개된 반면에 후반부에서는 좀 더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마그리트, 앙소르, 멤링의 작품이 가장 많이 소개되었는데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마그리트의 작품이 특히 좋았다. 또한 저자가 들려주는 작품해설과 작품에 관한 에피소드는 지적 호기심을 채우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작품만 봐서는 보이지 않던 부분이 작품해설을 읽고 난 후에 보인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아무리 좋은 미술 작품이라 할지라도 미술 작품만 보다 보면 자칫 지루할 수 있는데 중간중간 '보트에서 본 운하', '운하 주변의 신발이 걸린 골목' 등 벨기에의 풍경도 볼 수 있어 좋았다. 다만 작품과 작품해설의 페이지가 다를 때는 넘겨 봐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고, 낯선 미술 용어에 대한 설명이 따로 없어서 아쉬웠다. 책에서 인상 깊었던 작품들과 그에 대한 설명을 옮겨 본다.
얀 마시의 <유디트>는 구약 성서에 나오는 이야기를 모티프로 삼은 것으로, 서양 회화에서 많이 다루었던 주인공 유디트를 그린 작품이다. 작품 속 유디트는 상반신에 투명한 베일을 걸치고 번쩍이는 액세서리로 치장했다. 정숙한 여인이었던 그녀는 위기에 처한 조국을 구하기 위해 기꺼이 자신을 음란한 여자로 꾸민다. 이런 차림을 하고 잘 알려진 이야기처럼 그녀는 유대의 적인 아시리아의 장군 홀로페르네스를 유혹해 술을 먹인 후 그의 목을 벴다.(p.156)
야콥 요르단스의 <노인은 노래하고 어린아이는 피리를 분다>라는 작품의 제목은 속담에서 가져왔다. 그 의미는 예나 지금이나 불변의 지리인 "아이는 어른을 따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속담이나 우화에서 모티프를 가져와서 그리는 것 역시 당대의 장르화에 속한다.(p.164)
앙소르의 작품 <슬퍼하는 인간>은 영화 <올드보이>에 나온 그림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졌다. 어느 날 갑자기 납치되어 감금당한 주인공 오대수의 방에 걸려 있던 그림. 그 아래에는 19세기 미국의 시인 엘라 윌콕스의 시 <고독>의 한 구절인 "웃어라, 그러면 세상이 너와 함께 웃을 것이다. 울어라, 그러면 너만 울 것이다"라는 글이 적혀 있다.(p.174)
대 루카스 크라나흐의 <비너스와 에로스>는 기원전 3세기 그리스 시인이었던 테오크리토스가 남긴 우화의 일부를 그린 것이다. 꿀통을 훔치려다가 벌에 쏘이고 있는 사랑의 신 에로스가 어머니 비너스에게 이 작은 동물들에게 물려서 아프다고 불평한다. 그러자 비너스는 아들에게 "너 역시 작았고 너의 행동으로 생긴 아픔은 훨씬 컸다"고 답한다. (중략) 사랑의 신 에로스는 방금 훔친 꿀통을 들고 있다. 그것은 즉각적인 쾌락의 원천인 동시에 근심을 가져오는 물건을 상징한다.(pp.212~214)
마그리트의 <귀환>은 제2차 세계대전 때의 작품이다. 작품을 보면 별이 빛나는 밤하늘을 배경으로 몸에 구름이 새겨진 거대한 새가 날아간다. 그 아래로 새의 알이 들어 있는 둥지가 보인다. 이 그림에서도 잘 나타나듯 마그리트 그림의 큰 특징 중 하나는 낙관주의다.(p.287)
<이미지의 탈주>는 마그리트의 유명한 모티프 중의 하나인 담배 파이프에 관한 것이다. 이전 작품에서 파이프 그림 밑에 적었던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는 글은 여기서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기를 계속한다"로 바뀌었다. 그는 이 작품에 대해 "당신은 내 파이프에 담배를 채울 수 있나? 아니다, 그렇지 않다. 그것은 단지 재현일 뿐이다. 그러므로 만일 내가 그림 밑에 '이것은 파이프다'라고 썼다면 나는 거짓말한 것이 된다"라는 말을 남겼다.(pp.313~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