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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고요 정원일기 - 어느 특별한 수목원의 기록
이영자 지음 / 샘터사 / 2013년 5월
평점 :
정원은 본래 황제나 영주들이 사랑하는 왕비나 공주에게 선물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나는 사랑하는 아내에게 정원을 만들어 선물한 남자"라고 공치사를 웃으며 늘어놓는 남편에게 "주제 파악도 못한 채 정원을 만들겠다고 해서 마음고생, 몸 고생을 실컷 시켜놓고, 선물은 그게 무슨 선물이냐"라고 면박주기도 했지만, 이영자 씨는 정원을 통해 얻은 안식과 평화가 그 어떤 값비싼 보석보다도 고귀한 선물임을 깨달았다.
이 책은 그녀가 정원의 아름다움에 취하여 마냥 어린애처럼 들뜨고 행복했던 경험을 수채화처럼 그려 적고, 정원을 통해 얼마나 큰 위로와 희망을 얻었는지를 기록한 일기다. 그녀의 일기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면, 정원에 와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그녀를 통해 꽃의 수많은 매력도 알게 됐다. 꽃은 피고 짐을 통해 인생의 교훈을 주고, 때론 재밌는 이야기를 들려주며, 부부금슬까지 좋게 하니 말이다.

비단 튤립뿐일까? 세상에 내 의지, 내 바람과는 상관없이 더 큰 힘에 의해 꺾어지고 부서지는 희망들이 얼마나 많겠는가?

어둠 속에서 하얗게 빛나는 옥잠화의 향기를 맡으니 마치 애인과 처음으로 입맞춤하는 것보다 더 달콤한 기분이다. 이런 낭만적인 기분을 선사해주는 꽃이니 선녀가 피리 부는 사나이에게 주고 간 비녀를 떨어뜨린 자리에 이 꽃이 피었다는 애절한 전설이 내려오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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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이맘때 하늘길에 예쁘게 핀 양귀비꽃들을 고라니가 죄다 뜯어 먹어 분이 머리끝까지 치밀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 남편이 "여보! 우리 아침고요가 저 고라니들에게는 뷔페야"라며 화난 나를 웃겼다.

이 가을, 사랑하는 사람의 손 꼭 붙잡고 아침고요수목원에 가고 싶다. 입맞춤보다 더 달콤하다는 옥잠화의 향기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