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살까지 살아남으세요
이동석 지음 / 북나비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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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사람의 살아온 궤적과 인생관, 세계관을 엿볼 수 있는 것으로 수필만한 게 있을까, 이동석 수필가의 <백 살까지 살아남으세요>을 읽고 난 후 느낀 소감이다. 그의 다른 수필집<따뜻한 밥 한 공기>에 이은 사람 냄새 가득하고, 올곧으며, 본 받고 싶은 바른 심성이 이 작품에도 가득하다. 

  어려운 시대를 몸으로 부딪히며 살아왔지만, 그의 주변을 맴도는 따뜻한 인심은 한 사람의 넉넉한 품이 세상을 얼마나 기름지게 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가족이 보고 싶은 마음을 누르면서 총탄이 날리는 사막의 나라에서 근무한 일, 거기서 얻은 트라우마를 내색않고 홀로 감당한 정신력은 오늘의  이동석 수필가를  있게 한 원동력이 아닐까. 

  생명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험지의 경험은 가족의 소중함을 뼛속 깊이 느끼게 하는 계기가 된다. 
그의 가족 사랑과 티없이 자라나는 손자들의 이야기가 흐뭇하게 읽히는 건 그런 고난의 시기를 공감하기 때문이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백 살까지 살아남으면 좋겠습니다."라는 손자의  위트 넘치는 덕담은 많은 것을 시사하지만, 얼마나 기발한가.  할어버지 할머니께 증손자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자신이 언제 결혼해야 한다는 것까지 철저하게 계산하는 초등학생 손자로 인해 3대가 모일 때마다 얼마나 왁자하고 웃음꽃이 넘칠지 상상이 간다.

  한 가정의 행복의 근간은 건강이다. 손자의 소망처럼 오래 '살아남기'위해 운동에도 열심인 이동석 수필가의 바람은 증손자를 거뜬히 안고 돌아다닐 정도의 체력이 아닐까.

  주위 사람들의 잘못된 행동을 보면서 자신을 투사해보는 어른이 진정한 어른이다. 
책을 덮고 나니, 본 받고 싶은 한 개의 본이 내 앞에 우뚝 서 있는 것만 같다. 잘 살아오셨고, 잘 살아남으시기 바랍니다.
  좋은글 많이 쓰시구요. 많은 위안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순수한 마음이 투명하게 보이는 글들이었습니다.

"아직도 갑인지 아세요?"
전화로 들려오는 소리에 몽둥이로 머리를 맞은 듯했다. 한참 동안 멍했다. 간신히 알았다며 전화를 끊었다. 살면서 힘든 일을 무수히 겪었는데, 새삼스럽게 이런 말 한마디가 사람을 죽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집이 보인다. 25년 이상 산 아파트지만, 올려다보면 늘 불이 켜있고 그 간에 손주들의 웃음이 가득하다. 26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 냇가를 자나는 데 어린 시절 맞았던 그곳 위에 보름달이 떠 있었다. 달이 ‘잘 참았다‘며 ‘복수는 그렇게 하는 거‘라고 달래듯 내 뒤를 따라왔다.36

어제는 그의 일곱 살 생일이었는데, 축하 케이크 앞에서 소원을 빌라 하니 대뜸 이렇게 말한다.
"할어버지와 함머니가 백 살까지 살아남으면 좋겠습니다."
백 살까지 사라는 게 아니고 살아남으라니. 나의 첫사랑의 소원을 위해 저녁을 먹고 동네 몇 바퀴라도 돌 셈이다.50

우리 손자 요망대로 4대인 증손자를 보려면 팔십 중반까지는 열심히 운동하면서 건강하게 살아야 할 것 같다. 백 세 시대라고 하니, 화목하게 4대가 함께 가는 길을 만들어 보고 싶다. 우리 집뿐 아니라 여기저기서 아이들의 뛰어노는 소리와 아이들 웃음소리가 들려왔으면 좋겠다. 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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