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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학년 낭송 동시 ㅣ 동시향기 6
이화주.심후섭.서금복 지음, 이선주 그림 / 좋은꿈 / 2023년 2월
평점 :
까치발
엄마가 요즘 이상해요.
일어나자마자 깨우던 라디오를
며칠째 잠만 재우네요.
설거지할 때도 조심조심
밤에는 부엌 전등도 켜지 않아요.
가끔 창문으로 살짝 내다보고 까치발로 걸어요.
'왜 그러지?'
엄마 몰래 부엌 창문 열어보니
아, 나뭇가지 새 둥지에
쌍둥이 아기 새가 자고 있어요.
창문을 살그머니 닫았어요.
나도 엄마처럼 까치발로 걸었어요.
서금복
**초등생인 손주들에게 주려고 낭송하기에 좋은 이 시집을 세 권 구입했습니다. 아이들 손으로 그린 크레파스 삽화에 마음을 뺏겨 실 같은 동심을 붙잡고 넘겨보니 ‘까치발’이란 시가 쏙 얼굴을 내밉니다. 그림 속 엄마와 남매는 숨을 죽이고 몸을 오므렸지만,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에 있습니다. 이유는 창밖의 새 둥지입니다. 아기새 두 마리가 잠자고 걸 보고 나서야 엄마가 부엌 등을 끄고, 라디오를 안 듣고, 까치발로 걷는 이유를 알게 된 거지요.
새를 위한 사랑이 훈육이나 억지로가 아닌 마음으로 전해지는 이곳은 분명 솜털 같은 사랑이 넉넉한 가정입니다. 초승달 눈으로 웃고 있는 딸, 고래 입으로 그려진 아들의 입을 보면 사랑이 어디에 머무는지가 보입니다.
아이들은 어른의 몸짓을 보며 배우고 몸에 뱁니다. 이웃에 대한 사랑, 자연을 아끼는 마음, 나보다 연약한 것들을 향한 보호 본능, 이런 마음은 물이 흐르듯 위에서 아래로 전해집니다.
동시도 예쁘고, 그림도 활기차고, 엄마 따라 까치발을 하고 익살스럽게 웃고 있는 아이에게 오래 눈이 머뭅니다.
1.2학년 낭송 동시는 이화주 심후섭 서금복 세 시인의 시 중에서 낭송하기 좋은 시들을 모아놓았어요. 어느 페이지를 읽더라도 동맥이 파닥거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그만큼 피돌기가 활발해진다는 뜻입니다. 동시를 읽는 일이 이렇게 파릇파릇할 줄이야....
'졸졸 봄이라고 개울물이 전한 말이 돌고 돌아 개울에게 이렇게 돌아왔습니다.
펄펄 겨울로 말이지요'
서금복 시인의 동시 ' 말 전하기 놀이' 의 한 구절입니다.
시인이 시에 담아 보낸 메시지를 놓치면 어떻습니까. 졸졸 봄을 우리는 펄펄 겨울로 여길 수 있습니다. 그러니 상상력 왕성한 아이들은 오죽할까요. 한가득 봄 햇살을 받으며 동시를 읽습니다. 아이보다 먼저 엄마들이 반해버릴까 걱정되는 동시 모음집입니다.
‘강아지, 우리 집 강아지‘ 해서 나는 내가 아직도 가아진 줄 알았는데 어느새 할머니 손잡아 드려도 될 만큼 컸다는 걸 깜빡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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