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외로운 게 아니었구나 -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지려 할 때 나를 지켜준 한마디
미단 지음 / 센세이션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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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자신의 인생이 한없이 추락하고 있다고 느꼈을 때, 당신은 어디에서, 무엇에서 애써 희망을 찾고, 삶의 다짐을 되새김질 하겠는가!

내가 아는, 아니, 줌 화면으로 한 번 얼굴을 뵌 미단 작가는 한 줄의 문장에서 힘을 얻었다고 했다.

그러므로 자신처럼 마음이 외롭고 지난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지신의 글이 위로가 되고, 삶의 희망을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조심스러운 몸짓으로, 단아한 말투로, 그녀는 각자의 슬픔에 멈칫대는 세상의 우리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흔히들, 세상은 고해(苦海)라고 한다.

부모를 선택해서 태어날 수 없는 생명은 애초부터 슬픔과 외로움이 숙명인지 모른다. 태어나 보니, 존귀한 생명으로의 대접은커녕, 한 집안의 대물림을 위한 남아선호사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집안이었다. 본처가 따로 있는 남자의 두 번째 아내가 낳은 아이는 딸이었다. 아버지의 소망은 아들인데 또 태어난 아이도 딸이다.

자신을 낳아 준 엄마와 함께 살지를 못하고 본가에 들어가서 살아야 하는 운명을 우리는 눈물, 콧물 쏙 빼며 얼마나 많은 드라마와 영화에 열광했던가. 미단 작가는 <미워도 다시 한번>의 아역 배우가 쏟아놓는 슬픈 대사를 끝내 소리 내어 외쳐보지 못했다. 다만, 엄마에 대한 그리움과 어딘지 떳떳하지 못한 자신의 위치를 안으로, 안으로만 삭였다. 마음에 염증이 커가도, 작은 처가 낳은 자신과 동생을 받아 준 큰엄마에게 고마움을 느끼며, 아버지의 권위에 반항 한 번 못해 본 천사다.

큰 집에 살면서 엄마가 많이 보고 싶었다. 특히 나는 8살 때 엄마와 떨어졌기 때문에 그 마음이 더 컸다. 한 번은 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서 아버지가 멀리 외출하셨을 때 엄마를 보러 갔다... 그런데 그날 오후에 아버지가 식당으로 나를 데리러 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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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 30년이 지난 지금도 이 기억이 선명한 걸 보면 어린 나에게는 정말 그 시간이 힘들었나 보다. 나는 결국 그날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큰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말았다. 그때 나는 버스 뒷자리의 창밖을 보면서 엄마와 영영 이별하는 줄 알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버스에서 소리도 내지 못하고 입술을 깨물고 속으로 울음을 삼켰다.

이 장면에서 어린 그녀는 울음을 삼켰는데, 글 밖의 내가 울음을 터트렸다. 삼킨 그녀의 울음이 타인의 눈에서 눈물로 흘렀다. 그녀의 삼킨 눈물은 아직도 길을 못 찾고 내면에서 눈물의 강을 만드는가! 아니다. 그녀는 굳건히 자신을 지켜냈고, 자신이 서 있는 위치에서 아내와 엄마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런 마음이 아름답고, 자신의 마음을 보듬으며 아이들과 함께 문제점을 해결해 나가고 있다.

자신과 성정이 맞지 않아 서로 부딪히는 아이에게

"엄마, 난 다시 태어나도 꼭 엄마 딸로 태어날 거야. 엄마가 내 엄마여서 너무 좋아."

이런 말을 들었을 때, 그녀는 미안하고 가슴이 벅차서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아이의 감정에 대한 엄마의 공감과 수용에 대한 결과물이었다. 자

신의 결핍을 아이에게 투사하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했던 보답이 이런 감격으로 돌아온 것이다.

행복을 한 올 한올 엮으며 살고 싶던 그녀에게 갑자기 찾아온 불청객은 뇌종양이었다. 남편과의 깊어진 감정의 골이 안타까웠는데 뇌종양이라니.

 

<인생에 불청객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 평온한 일상에서 생각하지 않은 손님을 만나게 되면 반갑지 않다. 하지만 이 같은 불청객이 인생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다주는 친구가 된다면 마냥 미워할 수만은 없다. 그냥 현실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찾아온 친구에게 한자리 양보해 주고, 자주 들여다보면 허서 정기적으로 친절히 A/S를 베풀며 동고동락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듯하다.>

 

나보다 까마득히 젊은 그녀가 이렇게 인생에 달관을 했다. 나는 일찍 철이 든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조심조심 살아온, 이 사정 저 사정 살피며 걸어온 이력이 보이기 때문이다.

러나 미단 작가는 너무 좋다. 그녀의 푸근한 웃음이 좋고, 큰 집, 작은 집 자매들 사이에 화목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아서 기쁘다. 그녀의 애씀이 참 예쁘다. 남편의 잘못된 사행심을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얼마나 정의롭고 책임감이 있던지, 미단 작가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지켜보았다. 역시 그녀는 소리없이 강한 사람 맞다.

 

그들의 가정에 행복이 넘치고, 무엇보다 상처를 글로 치유하는 그녀가 오래오래 건강했으면 좋겠다.

선한 내 이웃, 미단 작가님을 만난다면, 나는 웃으며 그녀를 꼭 안아 주고 싶다.

그리고 이렇게 말해 주고 싶다.

'잘 살아왔어요,

잘 버텨 왔어요'

그녀는 말한다.

"모든 것을 내려놓았을 때,

나는 비로소 일어설 수 있었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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