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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시와 소설을 만나다
임동헌 지음 / 글로세움 / 2003년 8월
평점 :
절판
문학기행.
시와 소설의 배경이 된, 또는 작가의 고향을 찾아가는 문학기행이다.
그래서 책속에는 여행지에 대한 작가의 감상도 있고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과 그 사진에 대한 짧은 글도 있고
그 장소를 노래하고 있는 시나 소설 몇 구절도 들어있다.
한 꼭지가 끝날 때마다 나오는 아주 작고 간략한 지도 말고는
여행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는 거의 없다.
문학기행이랍시고 어느 작은 마을을 찾아가면
거기엔 문학 작품 속에 나오는 것과 똑 같은 풍경만이 있는 건 아니다.
그곳은 나그네에게는 여행지지만
거기 사는 사람에게는 그냥 일상적인 공간일 뿐이다.
나그네가 그 일상적이고 평범한 마을에서 얻어 오는 무언가는
순전히 나그네 '하기 나름'이다.
어떤 사람은 작은 바닷가 마을에 가서 아름다운 절경을 찾아 헤매다가
아무 것도 찾지 못하고 돌아와서는
거기 가니 볼 거리 하나도 없더라, 다시는 안 간다, 하고 툴툴 대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거기 갔더니 따뜻한 마을 사람들이 있어서 참 좋았다, 또 가고 싶다, 하고
자랑을 늘어 놓는다.
이 책의 필자는 후자 쪽이다.
정말 별 것 없는 평범한 마을을 찾아 여행을 떠나는데
가는 곳 마다에서 사람 사는 모습을 보고 오고, 사람의 온기를 느끼고 온다.
그렇게 세상을 보듬을 줄 아는 작가의 눈이 참 좋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이 책이 거의 대부분 필자의 감상과 문학 이야기로 채워져 있는데
지나치게 감상적인게 아니가, 하는 생각이 든다는 거다.
모든 것을 좋게만 보려고 너무 애쓴 탓일까?
가끔은 그 고운 시선이 조금 억지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절경이 없는 곳에서 자기만의 비경을 찾아내는 눈도 좋지만
안 좋은 것, 아쉬운 것은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이
여행책의 진짜 묘미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