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학생 / 앵두 - 다자이오사무 단편집 루켓유어셀프 3
다자이 오사무 지음, 김욱 옮김 / 책읽는고양이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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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중2 사춘기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아이의 순수함, 변덕, 이상, 좌절의 변곡점이 그대로 전해진다. 아이를 대할 땐 못 느끼고 지나쳤었다. 삶의 어느 대목에서 갑자기 확대되고 과장되는 예민함에 놀라곤 했는데, 여학생을 읽으며 그런 변화의 지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잘 보이고 싶은 마음, 또 예쁘게 보이고 싶은 마음을 충분히 공감하게 되었다. 그냥 이해한다고 생각했는데, 머리로만 했을 뿐 철저히 아이 입장에서 이해해주지 못했음을 반성했다. 그러면서도 자기 입장에서 철저하게 가하는 비판과 판단을 보면 싱긋 웃기기도 했다. 그만큼 타협이 없는 철저한 단호함 또한 이해 불가였는데... 아이들에게는 무척 진지하고 큰마음이었구나 알게 되었다. 


어려움에 처할 때 아이의 내면에 복잡하게 드리우는 생각과 판단과 다짐들 또한 세밀하게 그려져 있어 안심이 되기도 한다. 엄마는 아이가 힘들어할 때 함께 힘들곤 한다. 그렇다고 사춘기 아이에게 도움이 되어줄 건 그다지 없다. 묵묵히 지켜봐주고 마음의 힘 단련하고 지혜 얻기를 기도할 뿐이다. 여학생의 사춘기 소녀는 똑부러지진 않지만 나름대로 다양한 사고와 상상을 해본다. 실제의 어려움도 나름의 판단력으로 잘 헤쳐나간다. 그러한 자신을 뿌듯해하기도 하고 엄마가 몰라줘 상심하기도 한다. 


짧은 단편이지만 심리와 마음의 면에서 내 아이의 사춘기를 들여다보는 것 같다. 꽤 성숙하고 자기주도적이다. 엄마로서 마음이 조금 힘들 때 이 글이 도움이 되었다. 70년도 더 된 일본작가의, 그것도 남자작가의 묘사가 순수하고 공사다망한 여학생의 내면을 이렇게 묘사했다니 놀랍다.

자라나면서 나는 매사를 무섭게 생각하며 두려워하는 아이가 되어갔다. 내 개성 같은 것을 사실은 남몰래 사랑하고 있지만 그것을 나만의 것으로서 실현한다는 것이 두려웠던 것이다. 사람들이 ‘저 아인 참 착하다‘라는 그런 칭찬을 듣는 소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언제나 한다. 많은 사람들이 모였을 때 난 얼마나 비굴해지는 것일까? 입 밖에 내기도 싫은 말을, 마음에도 없는 말을 지절지절 지껄인다. 그렇게 하는 게 득을 보는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말이지 그러기는 싫다. 하루 빨리 도덕이 완전히 바뀌는 때가 왔으면 좋겠다. 그렇게 되면 비굴한 짓을 하지 않아도 되고, 또 남들이 나를 어떻게 평가하는가에만 신경 쓰며 살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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