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건너 저편 - 소설 정하상
신중신 지음 / 바오로딸(성바오로딸) / 2005년 8월
평점 :
품절


<강 건너 저편(소설 정하상)>은 그동안 미루어오다 일주일가량 독서를 하였다. 최근 소설을 거의 읽지 않아 의무적으로 읽기 시작하였는데 막판엔 손에 땀을 쥐며 속도를 냈다. 어떤 싸한 감정이 내 마음을 자극하였다.

이 책을 읽은 직후 성당에서 나바위 성지순례를 다녀왔다. 이곳은 우리나라 첫 사제이신 김대건 신부님이 주교님과 함께 첫발을 디딘 성지였던 것이다. 1800년대 정하상이 우리나라에 사제를 모시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마음과 정성을 다했던 이야기를 막 읽고 난 직후였기에 나의 그날의 순례는 진정 의미를 갖게 되었다.

그동안 순교성인들의 언급을 들을 때마다 마음에 와닿기는커녕 위대한 성인들이겠지, 하며 그저 글로, 정보로만 대했던 나의 태도를 돌아보게 되었다. 이 책을 읽고 오지 않았더라면 그저 성인과 성지로구나 하는 아주 대수롭지 않은 차원에서 훌륭한 분이시겠지 하는 정도의 감흥이었을 것이다. 

고적하고 평화로운 그곳에서 미사를 드리며 김대건 신부님과 정하상 바오로를 떠올려보았다. 정하상 바오로가 순교하신 나이가 45세로 지금의 내 나이와 비슷했다. 그리고 그분들의 믿음과 사랑에 대해서, 또 그 사명에 대해서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결국 나의 사명에 대해, 하느님께서 주신 나의 달란트가 극대화한 나의 사명은 무엇인지에 대해 뚜렷이 느껴보는 시간을 가졌다.

나는 한동안 삶의 목적을 잃어 위축되고 힘들어하였었는데 성지에서 미사를 보며 기도를 드리는 가운데 많이 회복됨을 느꼈다. 나의 일이 의미가 있고 나의 일을 통해 고귀한 뜻을 전함으로서 많은 이들에게 힘과 사랑과 믿음을 갖게 할 수 있음을 확신하게 된 것이다.

진리의 말씀은 듣고 아는 것만으로도 삶이 확 바뀌는 체험을 준다. 행하지 않았더라도 듣고 아는 것만으로 저절로 행하게 되는 어떤 힘이 있는 것 같다. 책과 관련된 일을 하는 나로서는 이 대목에서 커다란 힌트를 얻는다. 진리의 말씀은 대면하는 것만으로도 삶이 확 바뀌는 체험을 준다는 것에서 말이다. 사실 알고 실행하는 길은 많은 인내와 노력이 요구되는 일이어서 본인 각자의 의지에 따라 결정될 일이다. 그런데 일단 진리를 대면시켜주는 일은 내가 해볼 수 있을 것 같은 의욕이 인다.

나의 사명은 진리의 말씀을 일반 사람들이 어떠한 저항 없이 마음이 끌리어 손에 잡도록 하여 만나게 함으로써 고통과 불안의 늪에서 빠져나와 사랑과 평화의 방향으로 입문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관계 속에서 사랑의 능력을 발휘하도록 돕고 싶다. 성지에서의 기도는 여기에 집중하는 나의 사명에 대해 강한 힘을 주었다.

자칫 나바위 성지순례를 성당 전 신자가 함께 나들이하는 정도로 단순 의무감 차원에서 다녀올 뻔했는데, 딱 그 순간에 책을 집어들게 함으로써 하느님의 영광을 드높이는 나의 사명에 대해 깊은 묵상을 하게 되었다. 역시 하느님께서 나를 챙겨주시고 늘 주시하시고 계심을 느꼈다. 하느님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있다는 걸 체험한 귀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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