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하며 이겨내는 나의 우울증
엘리자베스 스와도스 지음, 이강표 옮김 / 문학수첩 리틀북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우울증 극복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거다. 식욕이 없어지기도 하고, 때로는 폭식으로 극복해보려는 일도 빈번하다. 주인공의 고백 한 마디 한 마디가 절절하게 와서 닿았다. 현실적으로 우울하지 않은 사람은 그닥 만나 보지 못했다. 요즘 세상이 사람들을 미쳐가게 만드는 것인지도 모른다. 저자는 많은 걸 가진 사람이었다. 예전의 나라면, 잘났네…잘났는데 지 스스로 볶구 난리네. 했을 터. 솔직히 기념비 적인 책인 것 같긴 하지만, 구매욕을 그리 자극하진 않았다. 누군가 꼭 필요한 사람을 위해서는 잘 낸 책이지만. 적어도, 유럽 혹은 구미의 색채로 그린 낙서에는 구미가 당겼다. 여러 가지 재주를 갖고 있는데, 스스로 폭발하려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그리고, 어쩌면 이런 평가가 다시 저자를 폭발시킬지도 모르겠다.

우울하다보니, 그림을 그리면서 스스로 극복한 것 같았다. 미술치료란 것도 있다. 대개는 우울한 사람은 생각이 많고, 그 많은 생각을 다 표현할 수가 없다. 누군가 그리 열심히 들어주지도 않고,(그럴려면 돈을 내야겠지?) 또 다른 사람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솔직히 털어놓는 것도 어렵지 않을까 싶다. 내가 나를 생각했을 땐 적어도 그렇다. 그리고,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서 이런 얘기도 할 수 있는 거고. 많은 사람이 자기 얘기를 다 하고 살지는 못한다. 쌓아두면 병이 된다. 그게 우울증이다. 눌러놓은 감정은 언젠가는 터지게 되어 있다. 소심하면 우울증 걸리기가 더 쉽다. 착한 여자 콤플렉스라면 더 그럴것같다.

마이 웨이를 외치고, 그래서 뭐?? 라고 말할 수 있다면 훨씬 나을텐데. 해소할 방법은 꼭 찾아야 한다. 반드시.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자살 기사가 연일 신문을 장식하고 있다. 조금 더 우리는 감정을 보살펴주어야 한다. 또, 이쪽의 연구와 저술이 활발해져야 할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며, 또 주변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며 ‘하우투비 해피’란 책을 떠올렸다. 우리는 행복을 선택할 수 있다. 그러지 못하고 우울한 데 남아 있고, 불행한 채로 있는 것도 어쩌면 본인의 선택이다. 어느 정도 유전자 속에 행복이 결정된 채로 우리는 태어난다. 그러나 60퍼센트는 결정되어 있어도, 나머지 40퍼센트는 결정되지 않았다. 그걸 행복으로 채우면 된다.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하면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이 그 책의 주장이었다. 연구에 의한 결과여서 상당히 신빙성 있다. 이 책의 저자도 우울증을 벗어나고자 그림을 낙서를 택한 거고.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도구를 그림으로 삼아도 좋고, 다른 무언가를 택해도 좋다. 다만 인정해야 한다. 우울하다는 걸. 돌봄을 받지 못한 감정이 내 속에 울화가 된다는 걸.

저자가 토해놓은 그림과 거기 적힌 글을 읽으며 공감이 형성되었다. 기가 막혔다. 이런 이 여자분은 심해보이는데, 공감이라니…그의 글은 가슴에 아프게 와닿았고, 거칠었다. 자신은 아마 뱉어놓으며 치유되었을 것이다. 공지영씨의 글도 사람을 치유시키는 힘이 있다고 한다. 너무나 아팠던 사람들이 쓴 글은 그런 것일까. 그녀도 글을 쓰면서 자신이 나았다고 하는 말을 들은 것 같다. 나는 내 속을 토해놓는 글을 택하려고 한다. 할수만 있으면 낙서도 끄적거려 보겠지만, 새로운 스트레스가 될 정도로 무리하진 않을 거다. 다른 이들의 서평도 궁금해진다.

가만히 있으면 아무것도 변화되지 않는다. 소리라도 질러야 하고, 그림이라도, 글이라도 써서 속을 달래야 한다. 속으로 꿍꿍 앓고 있는 친구들이여 남들도 다 그러니, 기운내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