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의 배신 - 왜 하버드생은 바보가 되었나
윌리엄 데레저위츠 지음, 김선희 옮김 / 다른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공부의 배신. 원제는 Excellent sheep : the miseducation of the American elite and the way to a meaningful life. 

Excellent Sheep

명문대 학생들은 특권이라는 환상에 사로잡혀 '마치 양떼처럼' 같은 방향으로 온순하게 걸어간다.

특별히 아주 새로울 것 없는 비판이지만, 미국의 현 교육제도의 상황, 그리고 우리의 모습까지 날카롭게 지적했다. 계속 책을 보는 중간에 덮고 생각하는 시간이 많았다.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얘기일지도 모르지만 아무도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그저 그 자리에 고여있는 현실이다. 저자의 말대로 이제 너무나 통속적인 비판이 되어버렸기 때문에 모두가 잊고 사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더 읽고 끊임없이 우리의 상황을 비판하고 되돌아보아야 하기에 이 책의 저자가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를 되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양치기와 양

저자는 이 책을 스무 살 무렵의 나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말로 시작한다. 그리고, 그저 채워나가야 할 인생의 '빈칸'처럼 대학에 진학하고, 졸업 후에도 막연히 안정된 직장을 향해 달려가는 스무 살 무렵의 저자와 소름돋게 겹치는 우리들의 모습에 대해 진짜 교육을 받는다는 것은 무엇이며, 대학의 존재 이유와 우리가 대학에서 채워나가야할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물음표를 던진다. "자아성찰 능력은 정신적인 삶을 살아가는 데 핵심적인 전제조건이며, 자아성찰의 주요한 전제조건은 고독이다." -p.9 대학에 다니면서 자아성찰, 고독, 정신적인 삶 같은 것들에 대해 질문을 받아본 적이 있을까. 


미국의 아이비리그와 같은 명문대에 들어가기 위해 우리가 노력하는 이유는 뭘까.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해? 요즘은 교육이라는 것의 가치가 거의 취업과 동일시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해 명문대에 들어가고,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사는 걸까?

"교육이란 인간에게 사회적 가치를 설명하는 일이다. 다음 세대에게 가치를 전달하는 방식, 이것이 교육이다." -p.11

마치 특권이라는 환상에 사로잡혀 목표의식이나 문제의식 없이 온순하게 그 길을 걷고 있는 아이들을 위해 이 책은 우리가 단 한 번도 의문을 가져보지 않은 이 교육 시스템에 대한 논의로 시작된다.

"정상에 오른다는 것은 시스템에 잡아먹힌다는 걸 뜻하죠. 저는 제 친구들이 건강, 인간관계, 모험, 취미활동을 희생하는 것을 봐왔습니다. 이러한 것들은 정량화할 수 없으며 영혼과 마음을 개발하는 데 핵심적이었다. 그런데 이 모든걸 학점과 이력서를 위해 희생하는 거죠." -p.22 대학에 들어가기 전 우리는 대학에 들어가기만 하면 모든 일이 해결될 것처럼 모든 스트레스와 압박감을 견뎌내고 어쩌면 우리에게 더 필요한 다른 모든 것들을 공부와 관계없는 쓸모없는 것으로 치부하며 포기해왔다. 그리고 대학에 들어와서는 사실상 우리에게 주어진 자유는 없으며 목적 없는 삶이 더 연장되었을 뿐임을 깨닫는다. 

대학만 바라보며 입시 전쟁을 견뎌내고, 좋은 직장만을 바라보며 아무 생각 없이 스펙을 쌓고 또 하나의 전쟁을 견뎌내고, 그리고 결혼 후에는 육아전쟁이 기다리고 있는게 우리들의 인생이라는 씁쓸한 글을 본 적이 있다. 저자의 말처럼 남들이 잘 닦아놓은 인생의 노선을 그대로 온순하게 따라가는 양떼들 같다. "우리는 함께 모여 신중하게 움직였어요. 몇 안 되는 잘 닦인 길로, 앞서 찍힌 발자국을 따라 천천히 걸어갔죠. 그 길을 따라 2년 혹은 4년을 가다 보면 우리가 다시 구분되지 않고, 여전히 가능성이 넘쳐나는 줄기세포가 될 수 있으니까요." -p.36


"이들이 대학에 입학함으로써 보상은 더욱 커졌고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은 자신뿐이라는 생각에 아무도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결국 모두가 고통을 겪는다. 모두 자신이 가짜라는 기분을 느끼며 자신보다 남이 더 똑똑하다고 생각한다." -p.24 우리는 어릴 때부터 무리 속에서 벗어나는데에 불안감을 느낀다. 남들과 똑같이 살지 않으면 실패한 인생으로 전락할 것만 같은 불안감. 그 길을 왜 가고 있는지도 모르고 고통스럽지만 그저 혼자 고통받느니 다같이 고통받는 길을 선택한 걸까. "늘 바쁜 상황에 중독된 아이들의 경우, 무언가를 영원히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비어 있는 시간을 끊임없이 채우려는 경향이 있다. 문제는 하면 할수록 점점 더 못하게 되고 모든 면에서 점점 더 부족해진다는 데 있다. " -p.103


"유년기와 청소년기가 일제히 가리키던 반짝반짝 빛나는 목표지점에 일단 도달했다. 그토록 갈망하던 명문대의 정문을 통과했다. 그러나 그때야 비로소 아이들은 자신이 왜 이곳에 와 있는지, 이제부터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 "교수님은 저희에게 '네 열정을 찾으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우리 대부분은 그 방법을 모릅니다."" -p.25

힘든 입시전쟁을 치른 후에 보상처럼 받은 대학생활이기에 처음 1-2년은 그저 자유를 얻었다는 생각에 아무생각없이 학교에 가고 친구들과 놀며 허비한 후에야 학생들은 비로소 자신이 무엇때문에 이 곳에 왔는지 생각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조차 아무 생각이 없다. 그 생각을 하기도 전에 이제 취업전쟁이 눈 앞에 다가왔음을 느끼고, 이제 그 문을 향해 달려가기에 바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대학에서, 취업하려는 회사에서, 때로는 사회 생활을 하면서 수많은 어른들에게 왜 이 길을 선택했는지 질문받는다. 그리고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취업을 하기 위해 그 질문에 대한 대답까지도 그저 정해진 답을 찾아 그대로 대답할 뿐이다. 하고 싶은게 무엇인지, 왜 이 길을 선택했는지, 무엇에 열정을 바치고 도전하고 싶은지 우리는 그 답에 대답할 수 없다. 왜냐하면 살면서 한 번도 그러한 질문을 받아본 적이 없고, 그런 것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엘리트 학생들이 대학 졸업 후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마주치는 가장 큰 문제는 탐욕이 아니라 바로 '관성'이다. 만약 엘리트 학생들이 돈을 쫓아 직업을 선택한다면, 그건 이들이 대학 시절에 가치 있는 내적 삶의 목표를 세우지 못한 상태에서 졸업했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학생들은 자신의 삶에서 돈보다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는 이야기다." -p.39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도 했다. 돈보다 가치 있는게 뭘까. 사실 그런 건 없는 세상에 살고 있는거 아닐까. 하지만 사회가 돈을 최고의 가치로 내세운다해도 한 개인이 돈만으로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돈, 물질은 그저 이미 가치가 있는 내 인생을 최소한으로 영위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일 뿐이다. 


연어의 회귀

"수가 많은 게 안전했다." -마이클 루이스

"충분한 자격, 방향상실, 선택권을 잃고 싶지 않은 열망을 뒤로하고 연어가 강을 거슬러 올라가게 만드는 힘은 바로 '두려움'이다. (...) 설령 일시적인 경험이라 할지라도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을 때의 좌절은 단순히 현실적인 문제가 아닌, 존재론적인 문제가 되어버린다. 실패할지도 모르는 일은 아예 회피하기 때문에 실패할 일이 전혀 없다." -p.41

어쩌면 우리는 이 모든 문제 의식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저 많은 사람들이 이미 잘 닦아 놓은 안전한 길로 가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모두의 등에 얹혀진 그 수많은 기대감,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인해 목표의식을 상실한채 그저 안전한 길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이다.


헬리콥터 부모: 아이의 곁을 빙빙 돌며 압력을 가하고 비난을 서슴지 않는 부모.

"헬리콥터 육아법은 자녀를 통제할 수 있다는 환상에서 비롯된다. 즉, 삶을 예측이 가능하며 안정과 위안을 보장하는 질서정연한 성취의 과정이라 여긴다. 열일곱 살인 자녀에게 수학 과목에서 A학점을 받으라고 스트레스를 주는 것은 여덟 살인 자녀의 신발 끈을 묶어주는 것과 근본적으로 동일하다. 이 두 가지 모두 자녀를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이로 다루는 행동이다. " -p.71

답이 정해져 있는 인생은 없다. 하지만 어린시절부터 부모에게서, 대학에서도 우리는 인생의 답은 이미 정해져 있고 그 답을 온순하게 찾아가는 착한 아이가 되도록 교육받았다. 

"우리는 아이들에게서 어린 시절을, 십 대에게서 청춘을 훔치고 있다. 우리는 젊음을 규격화했다. 수많은 대학생이 순종과 용기 사이에 갇혀 있듯이, 많은 부모가 아무런 생각 없이 시스템 안에서 최선을 다하며 고군분투하고 있다. 아이들이 달라지기를 원한다면, 우리가 아이들을 다르게 키워야 한다." -p.92

"부모의 승인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게 있다. 부모 없이 혼자 힘으로 사는 걸 배우는 것이다. 즉 성인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반항을 해보지 않은 아이는 영원히 아이로 남는다. (...) 부모의 상속을 자의적으로 수정하는 것. 부모의 실망을 거부하고 폭로하고 투덜거리는 의지를 배양하는 것이야말로 지적이고 정신적인 자유를 위한 절대적인 전제조건이다. " -p.181 ~ p.183

자식은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다. 사랑한다는 것이 헬리콥터 부모가 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부모와 자식이든, 부부든, 연인이든 서로가 독립된 인격체임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나 자신도 누군가 방향을 제시해주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의존적인 모습에서 벗어나 독립된 '나 자신'으로 살아야 한다. 내가 아닌 부모를 위해, 누군가의 기대감에 부응하기 위해 인생을 사는 것이 아니다.


양에서 '인간' 되기

"삶이란 직업 그 이상이다. 직업이란 봉급 그 이상이다. 국가란 국부 그 이상이다. 교육이란 시장에 내놓으면 잘 팔릴 기술을 습득하는 것 그 이상이다. 그리고 당신은 고용주의 순이익 또는 국가의 GDP에 공헌하는 가치 그 이상이다. " -p.120

이 책에서 가장 마음을 울린 구절이다. 

삶이란 무엇인가? 사회란 무엇인가? 사람은 왜 사는가?

앞만 보고 내달리던 인생 앞에 한 발자국 물러나 이러한 질문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돈도 벌고 일자리를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돈을 벌기 위해, 좋은 일자리를 얻기 위해, 그저 고용주의 충실한 일꾼이 되기 위해 태어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학은 단지 학생들을 취업시키기 위한 기관이 아니다. 직업전문학교와 대학이 다른 이유가 그저 이력서에 붙는 간판이어서는 안된다. 


"대학이 존재하는 첫 번째 이유는 학생들에게 생각하는 법을 가르치기 위해서다. (...) 습관적으로 의심하고 이러한 의심을 실행으로 옮기는 능력을 개발한다는 뜻이다. 어떤 일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건, 각자 자신만의 결론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배우기 위해서는 우선 잊어야 한다. (...)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그것을 깨닫도록, 그것에 의문을 품도록, 그것에 대해 자기 방식대로 사고하도록 가르쳐줘야 한다." -p.122~123

중고등학교때의 주입식 교육도 문제지만 대학까지도 그저 떠먹여주는 식의 교육이어서는 안된다. 답이 정해져 있는 교육이 아닌 생각하고 의심하고, 사고를 키우는 방법을 기르는 교육이 필요하다. 10년 넘게 끊임없이 배웠지만 누군가 알려준 정답 이외의 것에 대해 자유롭게 생각하는 법은 배우지 못한 것이다.

"대학은 '진짜 세상이 아니다.' 하지만 그것이 바로 대학의 힘이다. 저명한 인문학자 앤드루 델반코가 말했듯이, 대학은 "삶이 자신을 집어삼키기 전에 생각하고 반성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학생들에게 제공한다." -p.124

세상 밖으로 나가기 전에, 어른들이 말하는 '가장 좋을 때'인 대학생은 '자신'에 대해, 앞으로 펼쳐질 '인생'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는 가장 좋은 시기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답이 있는 시험지가 아닌 답이 정해져있지 않은 백지 앞에 서서 생각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


"대체 가능한 상품이 되길 거부하는 것, 이것이 진정한 교육의 결과다." -p.132

내가 다른 '나'와는 다른 인격체임을, 그들과 대체될 수 없는 사람임을 깨닫는 것이 시작이다. 


"당신이 대학에서 경험하는 것들 대개는 불가피하게도 기억에서 사라질 것이다. 남는 것은 바로 당신뿐이다." -p.133

"무엇 때문에 열심히 노력하는지 모른다면 우리는 행복할 수 없다." -p.137

직업이란 내가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해야만 하는 것이다. 내가 관심이 있고, 잘하고, 가치 있다고 믿는 것들이 무엇인지 알아야 내가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다시 '나'에 대한 공부다. '나'라는 사람에 대해 공부해야 무엇을 할지, 어떻게 살 것인지, 왜 살아야 하는지, 왜 이 삶을 위해 노력해야하는지 알 수 있다.

졸업 후 진로를 고민하던 내게 어느 날 교양과목 교수님이 수업시간에 해준 말이 생각났다. 그 교수님은 영어 과목 교수님이셨지만 교재에 있는 말보다 인생 수업을 더 많이 해주시던 분이었다. 내가 대학생활을 하면서 가장 의미있었던건 그 교수님의 강의를 들은 것과 송만석 교수님의 철학 수업을 들은 것이다. 물론 전공수업도 의미가 있지만 우리에게 더 중요한 건 인생수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이라도 많이 읽었다면 모를까 입시 공부만 하던 중고등학교때부터 본 책이라곤 수능이나 논술에 관련된 것들 뿐이어서 한 번도 인생을 살면서 깊게 생각해보지 않은 것들에 대해 알려주고, 처음으로 깊이 있게 생각하도록 도와준 시간들이었다. 그 당시 교수님은 돈보다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인생에서 인간관계, 가족의 가치가 무엇인지, 돈보다 행복을 찾아야하는 이유가 뭔지 알려주었다. 다른 어떤 수업보다 더 기억에 남고 뜻 깊은 수업이었다.


"당신은 지금 하고 있는 일 대신 자신이 할 수 있다고 믿는 게 무엇인지 알고 있다. 바로 그 일을 하라.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일을 하라. 자신이 사랑하고 있다고 여기거나 자신이 사랑해야 한다고 믿는 게 아닌, 자신이 진정으로 사랑하는 일을 하라." -p.148

고맙게도 난 꿈 때문에 울어본 적이 있다. 이 책을 보고 그 사실이 고맙게 느껴졌다. 그 당시 내 어깨에 올려져 있는 모든 책임과 기대감을 저버릴 용기가 내겐 없었기 때문에 포기했다. 그 기억은 아직도 살면서 나에게 많은 의문을 준다. 그 때 포기하지 않았다면 내 인생은 달라졌을까. 후회하지 않았을까. 후회도 없고 지금도 행복하다고 믿지만, 그저 이게 최선이라고 합리화하고 살고 있는 건 아닐까. 계속 이렇게 사는건 행복할까. 때때로 드는 의문에 아직도 확실히 답을 내리지 못하겠다. 나는 여전히 주변 상황을 물리치고 나만을 위해 살 용기가 없는 것 같다. 이런 생각이 들면 모든게 제자리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고마운건 그 때의 그 절박했던 심정이 대학생활 4년을 계속 고민하게 만들어주기도 했고, 결국 좀 오래걸렸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제대로 하기 위한 길을 찾고 있는 것도 같다. 그래도 이런 책을 읽으면서 생각할 기회가 없으면 금방 잊어버리고 아무 생각 없이 살게 되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다시 한 번 나에 대해, 삶에 대해 고민하게 해 준 고마운 책이었다. 끊임없이 고민하고, 서있는 이 길 위에서 멈춰서서 의문을 던져야한다. 지금까지 갖고 있던 생각은 모두 버리고 백지상태에서 새로 배워야 한다. 한번도 공부해보지 않은 '나'에 대해, 내가 살아야 할 '삶', '세상'에 대해. 


"유니스는 모건스탠리에서 하루에 12시간 일했다고 했다. "심장이 그곳에 있지 않으면 지독한 생존경쟁에 몸담고 있어봤자 아무 의미가 없어요. 집에 갈 때 행복해야 하는 겁니다." 열망하는 것과 살아가야 하는 것 사이에는 차이가 있는데, 유니스는 이를 '지속가능한 삶'이라고 멋지게 표현했다." -p.157

어떤 일을 몇 시간이고 푹 빠져서 해본 적이 있다면, 그 일을 하며 사는 것이 하루하루 연명해나가는 삶이 아닌 '지속가능한 삶'일 것이다. 몇 시간이고 푹 빠져서 즐겁게 하게 되는 것이 우리가 어떤 일을 하는 이유가 될 것이고, 그렇게 즐겁고 잘 하는 일을 해야 행복할 수 있다.

하지만 요즘은 꿈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용기가 있다고 해도 이 모든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해도 쉽게 선택하기 힘들다. 어쩌면 이 모든건 어느정도 집안 사정이 여유가 있을때나 할 수 있는 고민일지도 모른다. 요즘 젊은이들에게 자아실현은 사치라는 말도 있을 정도로 살기 빡빡한 세상이니까. 게다가 어떤 직업은 슬프게도 돈이나 연줄이 본인의 직업에 대한 확신이나 능력보다도 중요하기도 하다. 좋은 대학에 가야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어린 시절에는 자신이 어떤 일을 하면 좋을지 알기 힘드니 일단 선택의 폭을 넓히는게 맞을지도 모르겠다. 이것이 현실이고 우리는 이 현실속에 살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시간을 가져라, 속도를 늦추고 자신을 되돌아보아라. 끊임없이 재생되는 성취욕의 고리를 끊고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감시에서 벗어나 학교 밖에 세상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식하라. 그리고 그동안 시도하지 못했던 기술을 개발하고 능력을 탐구하라." -p.183 정해진 답은 없다. 천천히 시간을 두고 나를 둘러싼 울타리를 벗어나 나에 대해 끊임없이 되돌아보아야 한다. 

"여러분이 열정을 찾는 게 아니라 열정이 여러분을 찾을 겁니다. 오랜 시간 여러분이 그다지 원치 않는 일을 열심히 한 뒤에야 비로소 말이지요." -p.187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고 느끼는 것들이 사실은 의미있는 것들일 수 있고, 낭비라고 느끼는 것이 낭비가 아닐 수 있다. 시간을 갖고 천천히 보아야 한다.


"자신의 삶을 창조하라는 거 무엇이든 원하면 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란 뜻이 아니다. "노력 앞에 불가능이란 없다." 또는 "무엇이든 열심히 하면 될 수 있다."는 말은 요즘 아이들에게 주입되는 일종의 신화다. (...)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이란 자신의 특별한 능력을 발휘하는 데서 온다"고 말했다. (...) 내가 누구인지 깨닫는 것은 내가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낸다는 뜻이기도 하다." -p.189


대학이라는 '특권'

미국 재무부 장관과 하버드대학 총장을 역임한 로런스 서머스는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이 배운 것은 10년 내에 장해물이 될 것입니다. 시간이 갈수록 더욱 빠르게 말이죠. 배우는 법을 아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배움입니다." -p.226

진정한 배움이란 이미 있는 것을 그대로 외우는 것이 아니라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힘들고 더디게 정보를 얻어내 자신의 생각을 논리있게 정리하고 의심하고 이의를 제기하면서 논쟁하고 자신의 논리를 정리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기초학문 교육은 더이상 돈 벌어먹기 힘든 학문이 아니다. 기초학문은 우리 스스로를 인식할 수 있게 해주고, 인문학은 나와 사람, 삶을 알게 해준다.


"명문대들은 자신의 전공 영역을 벗어난 문제에 대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최고의 학생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p.248

지식세계가 복잡해질수록 어느 하나에 치중하는 것보다 다양한 학문을 접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러한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곳이 대학이어야 한다. 

저자는 말한다. 오늘날의 교육은 현금화, 사유화되었다고. 대학은 수업의 질보다는 이윤을 추구하고 있고, 교수는 더 이상 학생들의 멘토가 아닌 학자이다. 교육은 단순히 지식을 한쪽에서 다른쪽으로 이동시키는 것이 아닌 앞으로 이끌고, 깨우고, 영감을 불어넣는 것이어야 한다.

"교육기관은 어느 누구도 복제하거나 자동화할 수 없으며, 대학은 기초학문을 가르치는 곳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p.272

보통 좋은 대학에 가는 이유 중 하나로 꼽는 것이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고, 인맥 형성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는 말을 한다. "학생들만 다르다. 그 말이 사실이라 할지라도 이는 실로 아주 큰 차이다." -p.278 하지만 이 책에서 저자는 바로 그 이유때문에 똑똑한 양떼 무리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대학은 당신이 원하는 사람, 당신이 되고자 결심한 사람이 아니라 당신이 한 번도 꿈꿔보지 못했던 사람이 될 수 있는 당신만의 기회이다. 대학에 들어갈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대학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건 바로 당신 자신이다." -p.289


'학벌사회'에 들어온 걸 환영한다

"학기가 시작된 지 한 달도 채 안 된 이번 주에 교수님이 대형 강의실에서 모두에게 말했다. '자네들은 이미 자네들이 이 세상에서 얻고자 하는 것의 99.9%를 얻었네.'" -<하버드 크림슨>

"여러분은 명석하고, 열심히 공부했을 것입ㅈ니다. 하지만 여러분은 무엇보다도 행운아입니다. (...) 여러분의 또래 중 90퍼센트는 경주가 시작되기도 전에 경주에서 빠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 p.303

"공정하게 취급받는 게 그 자체로 하나의 특권이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미국인은 열심히 일하지만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한다." -p. 315

저자는 책에서 지적한 명문대 신입생 선발과정의 문제점, 기회의 불평등 같은 것들을 없애는 것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본다. 결국 진짜 필요한 건 최고의 교육을 받기 위해 아이비리그와 같은 명문대에 갈 필요가 없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지금껏 쓸모없다고 모른체 해온 수 많은 가치들에 대해 뒤돌아보고 교육의 참된 의미를 깨달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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