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큼 가까운 중국 이만큼 가까운 시리즈
이욱연 지음 / 창비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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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분열과 통일의 반복
"분열하여 오래되면 반드시 합쳐지고, 합쳐져서 오래되면 반드시 분열한다."
상나라, 주나라, 그리고 공자, 한비자, 노자 등 수많은 지식인들이 난세를 해결하고자 고민하며 지식을 꽃피운 춘추전국시대까지 중국은 분열과 통일을 반복한다. 그리고 이 분열의 시대를 끝내고 하나의 일통제국인 진나라를 만든 인물이 진시황이다. 진시황은 영토뿐만 아니라 글자, 사상, 제도 등 모든 것을 통일하지만, 화려한 업적 뒤에 희생당한 수많은 사람들, 분서갱유로 산채로 묻힌 지식인들을 모른척 할 수는 없다.
진나라가 망하고, 한나라, 당나라 때에는 보다 개방적인 왕조로 이 시기에 꽃피운 문화들이 지금 중국 문화의 뿌리가 되었다. 그리고 당나라의 멸망과 함께 이민족인 몽골족과 만주족이 통치하는 원나라와 청나라 시대가 열린다. 한족을 받아들이지 않은 원나라와 달리 한족과 한족의 문화를 존중한 청나라는 마지막 중국 전통 왕조로 여러 면모에서 태평성대를 이루지만 청나라 말부터 시작된 전쟁들과 아편전쟁에 패한 이후로 맺은 난징조약으로 인해 거의 식민지로 전락하게 된다. 그 이후 서구의 것을 배워야 서구를 따라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여 공화제를 받아들이게 되고, 이로써 쑨원의 혁명으로 중화민국 정부가 수립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현대 중국의 사상적 기원이 된 신문화 운동이 일어나지만, 1차 세계대전 이후 서구 사회의 문제점을 인식한 중국은 러시아와 같은 사회주의에 눈을 뜨게 되고 마오쩌둥에 의해 사회주의 정권인 중국 공산당이 등장한다. 
마오쩌둥은 낡은 것들을 타파하고 완전한 사회주의 체제를 만들기 위해 문화 대혁명을 일으킨다. 이 과정에서 홍위병이 등장하고 사회주의에 반하는 모든 것들을 타도하고 몰아낸다. '10년 재난'이라고 불리는 문화 대혁명을 통해 수많은 지식인이 죽고, 많은 전통문화 유산이 파괴되었다. 지금의 중국이든 이 시대의 홍위병이든 역사적으로도 어느 한쪽으로만 너무 기우는 것은 결국 분열을 일으키고 어느쪽이든 건강한 체제가 되기 힘든 것 같다. 
마오쩌둥의 시대가 끝나고 과감하게 개혁 개방 정책을 내세운 덩샤오핑의 시대가 온다. 이로써 중국의 경제는 빠르게 발전하였다.

지리.문명. 땅은 넓고 문화는 다양하다
"강은 30년은 동쪽으로 흐르고, 30년은 서쪽으로 흐른다"는 중국 속담이 있다. 
"인생이나 세상일은 고정된 것이 없고 황허의 물길처럼 변하기 마련이며, 행운과 불행도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하라는 것이다." - p.74
이는 중국인의 인생관을 보여주는 말인데, 이처럼 중국인들에게 세상 만물은 영원히 고여있거나 멈추어 있지 않고 변하며 모든 것은 극에 이르면 다시 원래 자리로 되돌아간다고 생각한다. 중국의 <주역>의 음과 양을 상징하는 두 괘도 나뉘어있지 않고 늘 결합된 채 서로 영향을 미친다. 모든 중국인의 세계관이 이렇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지리적 특징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자연의 섭리를 받아들이는 인생관이 생겨난 점은 흥미롭다.



베이징과 상하이. 중국은 넓은 영토만큼 다민족, 다문화 국가이다. 베이징은 한 번도 안가봤지만 여행을 가보았던 상하이는 서구적이고 굉장히 화려한 도시이지만 곳곳에 식민의 흔적이 남아있는 곳이기도 하다. 
홍콩. 홍콩은 영국에 빼앗긴 중국의 땅이지만, 여행 다녀온 사람들은 중국이지만 중국 같지 않은 곳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중국이 홍콩을 영국으로부터 되찾으면서 홍콩은 중국에 빠르게 흡수되고 있지만 '노란 우산 혁명'처럼 이미 자본주의와 민주주의가 퍼진 홍콩의 정체성을 잃을까 우려하는 홍콩인들도 많다. 
타이완. 중국은 타이완(대만)을 국가가 아닌 섬으로 간주하고, 타이완의 국기나 국가도 인정하지 않는다. 공산당에 패배한 국민당이 타이완으로 이주하면서 중국과는 다른 체제를 유지하는데, 그 과정에서 이미 타이완에 거주하고 있던 본성인과 국민당과 함께 넘어온 외성인들간의 갈등까지 심화된다. 2.28사건은 타이완 독립을 지지하는 본성인과 언젠가 국민당의 주도로 중국 대륙과 통일하려는 외성인과의 갈등으로 대립한 타이완의 상황을 보여준다.
티베트. 티베트 또한 티베트의 독립을 주장하는 티베트인과 티베트를 중국의 일부라고 주장하는 중국인들이 대립하고 있다. 

정치.경제.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의 갈림길에서
중국은 독재와는 다른 일당 지배체제이다. 중국은 사회주의 체제를 받아들였지만 덩샤오핑 때 이후로 정치는 사회주의지만 경제는 자본주의인 "붉은 자본주의"가 탄생했다. 표면적으로는 여느 자본주의 국가와 같이 중국도 부유한 사람은 계속 부유해지고 가난한 사람은 계속 가난해지는 모습이다. 21세기 중국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들과 그 중심에 있는 인물들에 대해 쓴 <야망의 시대>라는 책에서는 이러한 중국에 대해 "중국은 고도로 기능하는 독재 정권을 유지했다. 독재자가 없는 독재 정권이었다."라고 썼고, 이 말에 동감한다.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일당 독재 시스템과는 다르고 내부적으로 민주주의가 이루어지고 있고, 개방적인 태도로 자본주의를 받아들이고도 있지만, 여전히 중국은 공산당이 모든 권력을 독점하고 억압하는 '고도로 기능하는' 독재 정권이다. 그런 점에서 중국의 역사나 문화, 경제 등에 대해 전반적으로 알 수 있었던 것은 좋았지만 피상적인 부분에 대해서만 나열한 것 같아 그부분이 좀 아쉬웠다. <야망의 시대>를 다시 한번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그저 짝퉁 문화만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산자이 문화는 새로웠다. 단순히 진짜 같은 가짜를 만들어내는 짝퉁 문화와 달리 산자이 문화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국회까지 가짜로 패러디해서 만듬으로써 풍자, 저항하는 의미를 갖는다.

사회. 변화를 거듭하는 중국
중국의 사회에 관해서는 언론 통제를 빼놓을 수 없다. 중국은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등 공산당이 허용하지 않은 것들은 사용할 수 없고, 공산당이나 국가에 대해 자유롭게 비판 할 수 없다. 이에 인터넷에서 검색하거나 사용할 수 없는 단어들을 비슷한 소리가 나는 다른 단어들로 바꾼다거나 검열을 피하기 위해 저항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통제가 느슨해지지는 않은 것이 현실이다.
개혁 개방 시대에 한 자녀 정책으로 태어난 포스트80세대는 시장 경제 속에서 자라났는데, 이들이 교육받는 90년대에는 톈안먼 시위 이후 대대적으로 이루어진 애국주의 교육으로 인해 강한 민족주의 경향을 보인다. 이 세대가 지금 중국의 젊은 세대들이니 우리가 보는 중국의 민족주의적인 모습에 이들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문화.예술. 중국인의 다채로운 일상
중국인은 '나'를 중심으로 나와 관계(관시)가 전혀 없는 사람, 가까운 사람, 아주 가까운 사람으로 구분 짓는 관시 문화가 있어서, 친구 관계를 인간관계의 정점으로 생각하는데, 친하고 잘 아는 순서에 따라 대우도 다르다고 한다. 사람과 친해질 때 밥을 먹으면서 친해진다거나, 체면을 중시하는 문화 등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부분이 많아서 친숙하게 느껴졌다. 


음식 문화는 여행 갔을때도 신기했어서 다시 보니 생각이 나서 재미있었다. 예전 중국 여행에서 밥이 너무 먹고 싶었는데 음식을 다 먹고 난 뒤에야 마지막에 볶음밥이 나와서 이해가 안갔는데, 원래 중국의 음식문화가 요리를 먼저 먹고 주식을 마지막에 먹는거라고 한다. 
가장 재미있었던 부분은 한자의 동일한 발음때문에 생긴 문화인데, 배를 쪼개서 먹지 않는다거나 연인사이에 우산이나 시계를 선물하지 않는 것들이 한자의 해음현상에서 비롯되었다. 중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숫자 8은 돈을 번다는 '파차이'와 음이 같아서 행운의 숫자가 되었다고 한다. 중국의 이 한자와 성조의 특징으로 인해 시가 특히 발달한 점도 흥미롭다.


중국 학회에 갔을 때 경극의 일부분을 본 적이 있는데, 이 경극은 중국 역사와 관련되어 있는데, 최대한 비슷하게 재현하는 연극이나 오페라와 달리 사람의 정신과 감정을 나타내는 것을 더 중시한다. 이것을 나타내는 동작이나, 역할에 따른 분장이나 복장 등도 정해져있는데 경극에 대해 아는 것 없이 보았던지라 그 의미들이 다 있다는게 그리고 그게 역사와 관련된 하나의 이야기라는 점이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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