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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읽고 되새기는 고전 국가 ㅣ 클래식 브라운 시리즈 3
김혜경 지음, 플라톤 원저 / 생각정거장 / 2016년 6월
평점 :
p.31
우리는 과연 기게스가 아니라고 할 수 있는가? 기게스와 다른 삶을 사는 것이, 기게스가 걸었던 길과 정반대로 가는 것이 어리석은 선택인가? 다른 어떤 가능성이 우리에게 열려 있는가?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 아니, 어떤 존재가 되어야 하는가?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
정의란 무엇인가.
당연히 잘못되었다고 여기는 부정의와 기게스의 행동에 '왜?'라는 물음을 던진다.
우리가 기게스와 같이 행동해서는 안되는 이유가 뭘까?
인간의 본성은? 우리가 정의를 옳다고 판단하는 이유는 뭘까? 정의를 따라야만 하는 이유는?
p.34
그러니 정의가 부정의보다 더 낫다는 것을 우리에게 말로만 보이지 마세요. 그것들 각각이 그것을 가진 사람에게 그 자체로 무엇을 하기에 신들과 사람들이 알든 알지 못하든, 하나는 좋은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나쁜 것인지도 밝혀 보여 주십시오.
p.47
사람들에게 중요한 것은 정의롭다 혹은 부정의하다는 등의 평판이고 거기에 따라오는 보상과 처벌이지, 정의와 부정의 그 자체가 아니다. 현 인류의 적나라한 실상을 고발하는 글라우콘과 아데이만토스의 호소는 이런 것이었다.
사람들이 잘못되었다고 비난하는게 두려워 정의를 지킨다는 것은 조금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렇다면 기게스처럼 투명인간이 될수있다면 우리는 정의를 지킬 이유가 없는걸까.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위해 정의가 필요한 이유가 뭘까.
이 문제에 대답할 수 없다면, 플라톤이 우리에게 던진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에도 답할 수가 없다.
p.55
수호자는 시민들을 지켜 낼 만큼 강해야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결코 충분하지 못하다. 수호자들은 그 강함을 무기삼아 자신이 지켜야 할 시민들에게 사납게 구는 늑대가 되어서는 결코 안 된다. 이것이 수호자를 잘 교육해야 하는 이유의 하나다."
4장 골든맨과 아이언맨.
수호자의 역할에 대해.
소크라테스는 국가에서 수호자를 잘 교육해야 함을 피력하면서 '고상한 거짓말'을 통해 그들을 교육해야 한다고 말한다.
공동체의 모든 구성원은 전부 형제로 인식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수호자는 국가를 수호하는 역할에 책임과 의무를 가지고 일반 시민들이 가진 재산, 집 등 모든 것을 가질 수 없다고 말한다. 심지어 아내도 남편도 없고 아이들도 공유한다. 수호자가 그것들을 가지면 여기서 나오는 양치기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다고 말하면서. 여기서 나오는 수호자의 처자 공유는 최상의 남녀에게 최상의 자식이 나온다는 논리인데 비윤리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하다.
애초에 수호자가 필요한건 더 크고 부유한 국가를 만들기 위한 욕심인 듯 보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것이 필요없는 글라우콘이 말했던 돼지들의 나라, 소크라테스가 말한 건강한 나라는 어찌보면 인간의 본성과 안 맞는 이상일지도 모른다.
양치기가 늑대가 되는 것을 막기위해서는 수호자들이 그렇게 엄격하게 통제되는 것 이외의 방법은 없는걸까?
나라의 존재 이유가 모든 구성원이 행복하기 위해서라면 수호자들은 저 공간에서 과연 행복할지, 그리고 또 사람이 행복하게 되는 조건은 무엇인지 물음을 던진다.
그리고 소크라테스가 말하는 정의로운 나라의 구성원들은 자신의 본성에 맞는 일을 하고 다른 구성원들을 형제라 여기며 산다. 또한 나쁘게 세워진 국가에는 부정의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소크라테스가 추구하는 국가에서는 전체의 행복을 보장할 수 있을까.
이에 <국가>에서는 그렇기때문에 수호자를 잘 교육해야 하며, 교육을 통해 "정의"로운 것들, "좋은" 것들을 본 수호자는 올바르게 시민들을 위해 희생하고 정치에 힘써야 하는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즉, 현실의 정치처럼 이것을 권력이라 여기고 물질적으로 뭔가를 얻으려 하는게 아니라 이상적인 수호자는 교육을 통해 다스리는 일보다 더 나은 것을 알고있고, 이를 시민들과 함께 향유하기 위해 다스리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여긴다.
p.93
처자 공유, 가족 제도의 폐지가 공동체 구성원들로 하여금 서로를 나의 아이, 나의 부모라고 부르며 가깝게 대하기는 커녕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게 만들 것이고, 사유재산을 없앤다면 그것은 수호자들을 정당하게 대접하는 것이 아니라는 지적이 아리스토텔레스가 플라톤을 비판하는 핵심 논리다. (...) 플라톤은 애초에 하나일 수 없는 공동체를 하나로 만들려고 무리한 주장을 폈다는 것이다. - 아리스토텔레스 '정치학'
p.95
이 모든 문제들의 원인은 한 가지라오. 노령이 아니라 사람의 성격입니다, 소크라테스. 사람이 단정하고 만족할 줄 안다면, 노년도 감당할 만한 짐이니까요. 그렇지 못한 사람에게는 노년도, 젊음도 견뎌 내기 힘들지요.
어떻게 살아야하는가.
정의로운 삶이나 부정의한 삶은 우리에게 어떤 이익과 불이익을 주는가.
나라의 지혜로움은 수호자의 지혜, 용기, 정의로움에 의해 결정된다. 그렇다면 모든 수호자의 본성은 용기있고 지혜로운가? 그러한 본성을 지닌 수호자를 뽑아서 잘 교육시킨다하면, 변질될 가능성은 없을까? 그 중 한명이라도 잘 양육되지못한다면 다른 수호자들도 그리고 다른 구성원들에게도 영향을 주지않을까. 수호자들이 정의롭고 지혜롭다해도 그것이 모든 구성원들의 정의와 행복을 보장해줄 수 있을까.
소크라테스는 변질된 수호자에 대해서도 말한다. 욕망에 사로잡히거나 본인에게 정해진 일 이외의 것을 하려고 하거나 할 때 변질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민주주의조차도 다스려야할 사람에게 다스릴 의무가 없으며 다스려져야할 사람이 원하면 다스릴 수 있게 되는 것은 편하고 좋아보일지 모르지만 결과적으로 부정의하게 된다고 말한다.
소크라테스는 나라의 모든 구성원들이 자신의 본성에 맞는 일을 하는 것이 정의라고 했다. 그리고 그에 안맞게 본인의 역할이 아닌 것을 하거나 갑자기 바꾸거나 하는 것은 부정의, 악행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골든맨 아이언맨같은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떠나 사람이 수호자의 역할을, 농부의 역할을 하도록 태어났는지는 어떻게 알아볼 수 있을까. 그걸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을까.
보면 볼수록 비현실적이고 이상적이라는 느낌. 아리스토텔레스의 비판에 동감하게 된다.
p.139
아이들 안에 나라와 같은 정치체제가 수립될 때까지, 또한 우리에게 있는 최상의 부분으로 그들 최상의 부분을 돌봐서 그들 안에 우리 것과 닮은 수호자와 통치자를 안착시킬 때까지, 우리는 아이들에게 자유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네. 그런 일들이 이루어지면 그때 비로소 우리는 아이들을 자유롭게 해 줄 것이네.
<국가>에서 말하는 이상적인 국가의 모습은 현실성이 좀 떨어진다는 인상을 준다.
소크라테스는 이 국가와 구성원, 수호자가 그 생각대로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아이때부터 부모가 주는 습성을 버리도록 교육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런 이상적인 모습의 국가는 만들어질 수 없다.
p.154
그것은 본으로서 하늘에 있네. 누구든 그것을 보고자 하는 자를 위해서, 그리고 자신이 본 그것을 세우고 싶어 하는 자를 위해서 바쳐진 것이지. 그것이 어딘가에 존재하는지 또는 존재하게 될 것인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네.
현실 가능성이 없다고 해서 <국가>에서 이상적인 국가에 대한 논의 자체가 의미가 없게 되는 것은 아니다.
소크라테스는 이러한 이상 국가를 하늘 위에 올려두었지만 이에 대해 사람들이 꿈꾸고 바라게 된다면 현실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현실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지만,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정의로운 삶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소크라테스와 함께 고민해보고 실현하기 위해 끊임없이 탐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