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잊은 그대에게 - 공대생의 가슴을 울린 시 강의
정재찬 지음 / 휴머니스트 / 2015년 6월
평점 :
품절


고등학교 때 배운 지루하기만 하고 어렵기만 했던 '시'라는 장르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구절 구절이 일반적으로 어떤 의미를 지닌다던가 눈은 순수를 의미하고 별은 꿈을 상징한다 뭐 이런 상징적 의미만 달달달 외웠던 고등학교 시절의 교육은 저자의 말처럼 제사와 같다. 다른 생각, 다른 의견을 내면 이단아로 몰리는. 생각하는 힘을 기르라고, 창의력을 기르라면서 정작 우리가 받은 교육은 이렇게나 획일화되어 있었다. 생각하는 사람이 오히려 비정상적으로 보이는 세상.


이 책을 통해 다시 보게된 '시'는 시인에 대해 이해하는 것이었다. 시인이 겪은 일들과 시인이 어떤 사람인지를 이해하면서 시인의 감정이 그 시절 느꼈던 시인의 생각을 느끼고 이해하는 것이었다. 문학작품에서는 등장인물들의 심정을 이해하려 했는데, 왜 시를 읽을땐 그러지 못했을까.


그저 어렵다고만 느낀 몇몇 시의 구절들을 시인이 겪은 것들과 함께 이해하니 시 속에서 쏟아져나오는 감성들이 이해가 가고 감동이 배가 된다. 이 시의 성격은 뭔지 표현상의 특징들은 뭐가 있는지 이런것들을 분석하듯 암기했던 것들이 다 무슨 소용이 있냐는 듯이 시가 마음에 들어와 읽혔다. 책의 제목처럼 시를 잊은 우리들에게 시에 대해 이해하고 사람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첫 걸음이 될 수있는 책인것 같다.


p.52

나도 별과 같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외로워 쳐다보면

눈 마주쳐 마음 비쳐주는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나도 꽃이 될 수 있을까.

세상일이 괴로워 쓸쓸히 밖으로 나서는 날에

가슴에 화안히 안기어

눈물짓듯 웃어주는

하얀 들꽃이 될 수 있을까.


가슴에 사랑하는 별 하나를 갖고 싶다.

외로울 때 부르면 다가오는

별 하나를 갖고 싶다.


마음 어두운 밤 깊을수록

우러러 쳐다보면

반짝이는 그 맑은 눈빛으로 나를 씻어

길을 비추어주는

그런 사람 하나 갖고 싶다.


- 이성선, <사랑하는 별 하나>


가장 가슴에 파고들었던 시. 별처럼 나를 비추어주는 사람을 갖기전에 나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별처럼 비추어주는 존재가 될 수 있을까. 어쩌면 너무 이기적이어야만 살 수 있는 세상에서 더불어 사는 것에 대한 것을 잊고 살았는지도 모른다. 그저 불평하고 어떤 잣대에 들어 판단하고, 외롭고 괴로운 사람의 마음에 별처럼 길을 비추어줄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 사람을 꿈꾸게 하는 별처럼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기를 꿈꾸게 해준 시.


p.64

꽃은 굳이 맹세하지 않아도, 침 튀어 가며 부르짖지 않아도, 때가 되면 피고 때가 되면 진다. 반면에 그 역시 자연인 주제에 인간만은 영 그것이 자연스럽지가 않다. 이런 일에 그는 늘 결심하며 늘 실패한다. 꽃러럼 아름답게 살기는커녕 꽃처럼 죽기도 왜 이리 힘이 드는 겐지 인간은 자꾸만 현재를 더 붙잡으려다 자꾸만 추한 꼴을 보이곤 한다.


p.69

목련꽃 지는 모습 지저분하다고 말하지 말라

순백의 눈도 녹으면 질척거리는 것을

지는 모습까지 아름답기를 바라는가

그대를 향한 사랑의 끝이 피는 꽃처럼 아름답기를 바라는가

지는 동백처럼

일순간에 져버리는 순교를 바라는가

아무래도 그렇게는 돌아서지 못 하겠다

구름에 달처럼은 가지 말라 청춘이여

돌아보라 사람아

없었으면 더욱 좋았을 기억의 비늘들이

타다 남은 편지처럼 날린대서

미친 사랑의 증거가 저리 남았대서

두려운가

사랑했으므로

사랑해버렸으므로

그대를 향해 뿜었던 분수 같은 열정이

피딱지처럼 엉켜서

상처로 기억되는 그런 사랑일지라도

낫지 않고 싶어라

이대로 한 열흘만이라도 더 앓고 싶어라


- 복효근, <목련 후기>


'구름에 달처럼은 가지 말라 청춘이여 돌아보라 사람아' 이 구절이 참 와닿는다.

그게 상처일지언정 너무 큰 아픔일지언정 차라리 낫지 않고 싶다고 조금이라도 더 앓고 싶다고 말하는 이 시처럼 쿨한 척 하기보다 아픔에 대해서 제대로 앓는게 필요한건지 모른다.


p.95

희망찬 사람은

그 자신이 희망이다


길 찾는 사람은

그 자신이 새 길이다


참 좋은 사람은

그 자신이 이미 좋은 세상이다


사람 속에 들어 있다

사람에서 시작된다


다시

사람만이 희망이다


- 박노해, <다시>


결국 절망스러운 세상이지만 사람이 만든 세상이고 그 절망또한 사람이 만들었다.

따라서, '다시' 사람만이 희망이다. 다시 재생하고 회복할 수 있는 것도 사람뿐이다.

남에게서 희망을 기다릴게 아니라 우리 자신 안에서 희망을 찾아야한다.


p.96 ~ p.97

이 세상 사람들 모두 잠들고

어둠 속에 갇혀서 꿈조차 잠이 들 때

홀로 일어난 새벽을 두려워 말고

별을 보고 걸어가는 사람이 되라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


겨울밤은 깊어서 눈만 내리어

돌아갈 길 없는 오늘 눈 오는 밤도

하루의 일을 끝낸 작업장 부근

촛불도 꺼져가는 어둔 방에서

슬픔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라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


절망도 없는 이 절망의 세상

슬픔도 없는 이 슬픔의 세상

사랑하며 살아가면 봄눈이 온다.


- 정호승,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 중에서


슬픔이나 절망 조차 없는 절망적인 세상.

사람을 사랑하는 것만이 희망이다. 우리가 이러한 세상에서 해야할 것은 사랑뿐이다.

박노해의 '다시'에서처럼 다시 한 번 사람 안에서 희망을 찾아야만 한다.


p.101

온 세상이 캄캄해 보일 정도로 희망이 사라진 날, 정말이지 지독히 외로운 날, 그런 날일수록 시를 찾고, 노래를 하며, 누가 뭐래도 나를 믿어 주는 한 사람을 떠올려 보라.

빛은 실재이고 어둠은 결국 현상에 불과한 것. 빛이 없어 어두운 것이지 어두워서 빛이 없는 건 아니기에, 빛이 어둠을 몰아낼 수 있어도 어둠이 빛을 몰아낼 수는 없는 것이기에, 우리의 절망과 슬픔은 끝내 소망과 기쁨에 무릎을 꿇으리니.


p.165

일상도 권력이다. 아니, 일상의 권력이 더 무서운 법이다.

일상은 그래서 잘 변하지 않는다.


p.285

논쟁이라고 해서 반드시 거기에 갈등만 있을 리는 없다. '너'로 인하여 '나를' 더욱 잘 알게 되고 '너'를 아는 것은 결국 '나'를 확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기에게만 갇힐 때 우리는 아집에 빠지고, 그저 남의 견해에 순응할 때 우리는 무지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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