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존재
이석원 지음 / 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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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보통의 존재

어디에나 흔하지
당신의 기억 속에
남겨질 수 없었지

가장 보통의 존재
별로 쓸모는 없지
나를 부르는 소리
들려오지 않았지

- 가장 보통의 존재, 언니네 이발관


가장 보통의 존재 라는 노래로 유명한, 언니네 이발관 보컬 이석원의 이야기.
'보통의 존재'라는 말에 끌려서 저 노래를 들었고, 이런 노래를 만들게 해준 이야기가 뭘까 궁금해서 책을 펼쳐보게 되었다.

전체적인 느낌이 아주 기억에 남는 정도는 아니지만, 꽤 공감되는 구절이 많았던 책.
산문집은 진짜 오랫만에 읽어보는데 산문집은 작가의 구구절절한 이야기를 엿보는 매력이 있는 듯 하다. 좀 편안하게 볼 수도 있고.

곧 마흔을 바라보는 이석원의 어쩌면 너무 평범한.. 너무 여과없이 솔직한(?) 이야기들을 마치 카페에 앉아 마주보고 듣는 느낌으로 봤다. 이런 얘기까지? 싶을 정도로.

책을 보고 일기가 쓰고싶다. 나도 내 생각들을 이렇게 잘 정리해서 보관하고 싶다. 라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p.36
"내 나이 서른여덟.
나는 아직도 생의 의미를 명확하게 발견하지 못했다. 그래서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여전히 고민한다. 다만 분명한 건 누구나 배우가 되고 감독이 되고 싶어하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누구나 배우나 감독이 될 자질이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고. 그러니 남은 생을 사는 동안 내가 그저 관객의 안온한 자리를 지키며 살아간다 할지라도 꿈이 없다 뭐라 할 수 있을까."

관객의 자리를 지키는 인생..
생의 의미가 그리 대단한게 아니라는 생각은 한 적 있다. 삶의 의미라는게 되게 소소하고 작은 것들이 모이는 거라서 큰 의미를 찾으려고 할수록 더 찾기 힘든 것 같기도 하고.
내가 구지 주도하려하지 않아도 그저 흘러가는대로 지켜보며 사는 것도 나쁘진 않은 것 같다.


p.96
"생각해보면 살아가면서 내가 정말 사랑해야 하는 것들은 하나같이 내가 선택하지 않은 것들뿐입니다. (...)
해답을 알 수 없는 오랜 물음을 던진 끝에 어느 날, 내가 그토록 달아나고 싶고, 회의하던 것들로부터 나와 내 삶이 이루어져왔다는 사실을 깨닫고 받아들인 순간, 나의 모든 아쉬움들은 그제야 비로소 위대한 유산이 될 수 있었습니다."

 

p.115
"역시 조언이란 건 남의 상황을 빌어 자신에게 하는 것임을 다시 한 번 깨달으며."

누군가에게 조언을 하다 보면 결국 나부터 그렇게 해야하는데.. 라고 반성하며 끝날때가 많다.
힘을 내라고 하는 말이든, 안 좋은 점을 고치라고 하는 말이든 결국 내 경험에서 나오는 말들이다 보니 결국 나 자신에게 귀결된다.
나 자신도 해결이 안되던 것들이 입 밖으로 내놓는 순간 정리가 되고 해결이 되기도 하고.
말 하다 보니 깨닫게 되는 말도 있으니까.


p.185
"나는 희망을 함부로 말하는 사람들이 무섭다.
희망 이후의 세계가 두렵기 때문이다.
절망을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혹여 운 좋게 거기서 벗어났다 한들 함부러 희망을 이야기하기엔 조심스러운 사람이 될 것 같은데, 세상엔 그에 아랑곳하지 않는 용기 있는 사람들이 더 많은가보다."

 

p.190
"세상의 이름난 희망의 전도사들이 조금 더 세련된 방법으로 희망을 수혈해주었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대책 없이 세상만사가 너무나 행복하고 하루하루가 그저 기쁨이고 복되기만 하다는 식으로 얘기하면 잘 받아들여지지가 않거든요.

저도 희망이 필요해서, 받고 싶어서 그래요."

어느 순간부터 자기 계발서나 희망을 이야기하는 책들이 눈에 안들어오는 게. 정말 그게 필요한 상황이라기 보다 마음이 좀 여유로운 상황에서 보면 가볍게 볼 수 있는 정도..?
나이가 들수록 희망이라는 단어의 무게가 점점 무거워지는 것 같다.
이 책의 작가가 한 말처럼 희망 이후의 세계가 두려워져서. 용기있게 희망을 이야기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것 같다. 옛날과 달리 한 번 절망을 맞보면 쉽게 빠져나오질 못하는 것도 같고.
좋은 예감은 비껴가는 일이 많은데, 나쁜 예감은 항상 들어맞으니까.
나 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희망이 정말 필요한 '시대' 아닐까.


p.267
"고통으로 자극받아 피어난 사랑은 새로운 고통이 수혈되지 않으면 사그라지고 마는 것처럼, 이해도 마찬가지다.
자신을 지키기 위한 노력은 결코 상대에 대한 진정한 이해가 될 수 없는 것이다."

 

p.365
"연애는 학습이다. 할 때마다 늘 새로운 것을 배우게 되니까. 문제는 배운 것을 써먹게 되는 건 언제나 지금 '이 사람'이 아닌 미래의 '다음 사람'이라는 것이다. 연애는 그래서 이어달리기이다.
(...)
여기 출발선에 서 있는 한 사람이 있다. 그는 두려움에 떨고 있다. 지난 경주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누군가 말한다. "이봐. 예전에 받았던 바통 같은 건 던져버려. 첫 번째 주자가 되어 보라구."

과연 그는 출발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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