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냐 - 고은 선禪시집
고은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름다운 시집 '순간의 꽃'을 보고 왠지 모르게 따뜻해지는데가 있는 고은 시집을 찾다가 순간의 꽃 옆에 있길래 선시가 뭔지도 모르고 빌려 본 책.
선시라는건 사전적 의미로는 선과 시가 합일화된 것으로 모든 형식이나 격식을 벗어나 궁극의 깨달음을 주는 불교시라고 한다.
고은의 선시집에서는 모든 사물이나 현상에 대하 '뭐냐'라고 물음을 던지며 '선'에 대해 말한다. 그 깊은 의미를 알기 힘든 시들이 많았지만 보다 보니 말할 수 없는 울림을 주는 시들이 많다.


오직 선은 마음뿐이다.
이 마음속의 진면목으로만 기존의 세계에 대한 전혀 새로운 세계를 만날 수 있는 것이 선의 목적이다.


고은 시인이 말하는 선은 마음이다. 기존의 세계와 새로운 세계와의 만남. 이 시집에서 시인은 끊임없이 세상을 향해 '뭐냐'고 물음을 던진다.

    
여름 밤 벌레 소리
귀 없이 마시라
겨울밤
소경으로 별 삼키라

 

전체적인 시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 수 없으나 이 구절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울림같은게 있다. 느끼는 걸 말로 표현할 수 없다는건 무슨 느낌인지 모르겠으나.

 

육바라밀은 불교에서 말하는 보살의 실천행이라는데. 한평생 이것이 도둑이라는 게 뭔지. 뭘 이실직고하는 건지 도통 이해가 가질 않는다.
혹시 지금 무슨 느낌인지 모를 이게 나중에 보면 다가오지 않을까 싶어 남겨두었다.
     
지금까지 중에 세개를 꼽으라면 이실직고, 괜히, 그리움.
세상의 지혜 불쌍하여라. 라는 부분은 노자의 도덕경에서 보았던게 생각났다.
세상의 지혜 또한 사람이 만든것이니 그걸 좇아선 안된다던.
그 책을 보며 당연히 덕목으로 여기는 '지혜'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었는데, 도덕경은 책을 다 읽을 때쯤 '아, 이제 무슨 말인지 알겠다'하는 깨달음이 있었던 반면, 이 짧은 시에는 부가적인 설명은 없지만 보는 순간 가슴 깊이 느껴지는데가 있었다.
   
확실히 시에는, 특히나 이 선시집에는 짧고 어려운 말들이 많지만 그보다 더한 깊이가 있다. 더 이상 설명하지 않아도 알 것 같은 느낌.     
     
난 고은의 시만큼 느리게 음미할 수 있는 시는 없는 것 같다.
암흑의 아픔으로 달 떴다는 말은 무슨 생각을 해야 나올 수 있는 말일까.
어둠 속에 빛나는 달을 보며 그저 '달 떴다. 예쁘다.'가 아니라 그 달을 비춰주는 어둠의 존재를 바라보고, 그 어두운 가운데 빛나는 달을 보며 어둠의 아픔을 생각한다니.

 

달, 산꼭대기, 먼 불빛, 푸른 하늘, 물결, 바람
자연의 작은 것 하나하나를 바라보며 세상을 읽는 고은의 시.
그중에도 산꼭대기, 달과 같은 시는 한참을 바라보아도 아무에게나 나올 것 같지 않은 표현과 아름다움이 있는 듯 하다.


선시는 문자 너머, 사고의 바깥, 생각할 수 없는 곳에서 번쩍인다. 그것은 머무름이 없는 머무름이요, 얻은 자취 없이 얻음이고, 쓰임 없은 쓰임이요, 이름할 수 없은 이름이고, 보지 않는 가운데 봄이요, 행함의 흔적 없는 행함이란 점에서 자명한 선행위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