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의 상인들 - 프란치스코 교황 vs 부패한 바티칸
잔루이지 누치 지음, 소하영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16년 6월
평점 :
품절



성전의 상인들.
처음엔 책 제목을 보고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은 부패한 바티칸의 현 상황을 낱낱이 고발한 현실이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우리나라에 왔을 때 처음 보고 '성인'이라는 건 저런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구나 라고 생각했다. 관심도 없던 천주교나 바티칸, 로마 교황청에 관심이 생긴것도 그쯤이었던 것 같다.
청빈의 상징인 프란치스코의 이름을 따온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전의 교황들과 다르게 굉장히 검소한 생활을 하고 있고, 가난한 교회를 지향하고 있다.
그런데 성전의 상인들이라니? 부패한 바티칸과 프란치스코 교황의 대응이 너무 궁금했다.
너무 오랜 시간동안 썩어버린 바티칸의 재무 상황, 그 속에서 버티고 변화를 두려워하는 성직자들. 책을 계속 보면서 느낀 건 너무 많이 썩어버려서 이미 정화능력을 잃어버렸다는 느낌.
수십억의 돈이 오가는데도 제대로 기록되어 있지 않아 이미 공중으로 증발한 돈이 수십, 수천억인데다 다 갈아버리기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편에 서서 가난한 교회를 지향하는 사람이 오히려 얼마 없는 듯 했다.
무언가 변화가 일어나길 기대했지만 책의 마지막 페이지까지 상황은 점점 더 악화되어가고, 반대하는 사람들과의 전쟁 속에서 지쳐가는 교황의 모습만 보일 뿐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승리할 수 있을까?
글쎄, 이 책은 어마어마한 사실을 사람들에게 폭로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지만, 이 이야기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
이 모든걸 공개한 저널리스트 잔루이지 누치도 상황이 낙관적이지는 않다고 말하며 끝맺는다. 하지만, 이 엄청나고 썩어문드러진 바티칸과 싸우고 있는 교황이 있는 한 계속 나아갈 것이라고 말한다.
믿음이 있는 사람은 아니지만, 한 시대에 같이 있다는 게 영광스러울 정도로 존경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 거대한 개혁 프로젝트를 통해 그가 지향하는 것들을 조금이라도 이뤄낼 수 있길 바라게 된다. 이 책이 세상에 나옴으로써 이 프로젝트를 응원하는 수많은 지원군들과 함께 그가 원하는 가난한 교회, 바티칸을 만들기를 바란다.

 

 

사람들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교회가 가난해져야 한다
...

 

우리의 목표는 모인 돈이 가난한 사람과 도움이 절실한 사람들을 돕는 데 사용되게끔 하는 것입니다.
...

 

우리가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돈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신자들의 보이지 않는 영혼을 돌볼 수 있겠습니까?


- 프란치스코 교황


p.56
베네딕토 16세가 교황이었을 때는 감사관들의 경고가 모두 무시됐다. 그러나 프란치스코가 교황으로 있는 지금은 달랐다. 프란치스코는 재무 영역에서 발생한 변칙들에 대해 제대로 알고자 했다. 그는 용기 내 진실을 말해준 사람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p.57
교회 구조 내부의 많은 비정상적인 문제들은 `일종의 신학적인 유아론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교회가 `병들어 쓰러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p.93
교황청의 추기경들이 교황청의 가장 중요한 부처들을 관리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그들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가톨릭이라고 하는 세계의 중심 역할까지 해야 한다. ... 내가 `해야 한다`는 표현을 쓴 이유는 교황이 생각한 것과 현실이 완전히 다르게 흘러갔기 때문이다.

p.104
사실상 지금까지도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모금된 돈은 검은 구멍으로 줄줄 새고 있다. 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는 절대적인 비밀이며 단지 얼마큼의 돈이 들어왔는지에 대한 항목만 존재한다.

p.129
스카라노의 계좌가 존재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 계좌는 10년간 올바르지 못한 일에 사용되었고 이제 와서야 그 사실이 밝혀졌지요. (...) 우리는 세 가지 문제들이 각각 꼭짓점을 이룬 세계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첫 번째 꼭짓점은 돈세탁업자이고, 두 번째 꼭짓점은 세간에 퍼진 유언비어이며, 마지막 꼭짓점은 우리의 절대적인 침묵입니다.

p.150
타성은 교황청의 `기본값`이었다. `교황들은 변할 수 있어도 우리는 변하지 않는다.`

p.220
바티칸의 한편에서는 관리자들이 고급 양복을 입고 막대한 부를 통제하며, 지주 회사들로 이뤄진 정교한 금융 열도를 관리한다. 그리고 다른 한편에서는 교황이 복음의 명을 받들어 가난한 교회를 위해 싸우고 바티칸에 자발적인 정화를 요구한다.

p.248
이 비밀 통로의 존재는 교황청의 이중적인 세계를 가장 잘 함축했다. 한 세계는 표면적인 사건들을 공식 발표를 통해 공개하지만 또 다른 세계는 비밀의 방들에서 완성된다.

p.259
복음의 사제들은 사람들의 가슴을 따뜻하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그들과 함께 캄캄한 밤을 뚫고 지나는 사람이어야 하고, 어둠 속으로 들어가되 길을 잃지 않는 방법을 아는 사람이어야 하지요. 또한 대화의 방법을 아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신의 사람들은 목자를 원하지 관료나 공무원처럼 행동하는 성직자를 원하지 않습니다.

p.260
교황청의 중심은 바티칸입니다. 교황청은 바티칸의 이해를 파악하고 돌봐야 하지만, 아직도 세속적인 이해가 우선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는 이러한 상황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입니다. 상황을 바꾸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다 할 것입니다.

p.273
돈은 사고와 신념을 병들게 합니다. 탐욕이 승리하면 인간은 존엄성을 잃고, 정신이 부패하며, 돈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면서끼지 종교를 이용하게 됩니다. 돈을 숭배하는 덫에 빠지지 않도록 하느님이 우리를 도와주시길 기도합니다.

p.276
`성취한 모든 성과들을 개혁과 함께 잃게 될 것이다.` (...) 그는 한발 더 나아가, 변화는 반드시 보편적 합의를 이뤄야 하며 그렇게 하지 않으면 방해자들이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추기경들은 분명한 신념을 갖고 행동했지만, 관성에 대해 관성으로 대응해서는 아무데도 이를 수 없었다.

p.283
목표에 이르기 위해서는 선한 의지 이상의 것이 필요합니다.

p.306
"가난한 교회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길 원합니다." 프란치스코는 2013년 3뤌 16일 언론과의 면담에서 진솔하게 말했다. 교황청의 많은 사람들이 교황의 그 말을 기억했다. 그들은 바티칸은행의 회장 마르친쿠스 몬시뇰의 악명 높은 발언과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을 대조하곤 했다. 그는 종종 `성모 마리아에게 바치는 기도만으로 교회를 운영할 수는 없다`고 비꼬는 듯이 말하며, 역사의 어두운 시기에서나 우위를 점했을 법한 마음가짐을 퍼뜨렸다. 현재 교황청의 한구석에 여전히 도사리고 있는 그런 상태 말이다.

p.339
그들은 가톨릭교회가 2000년을 존립해왔고, 앞으로 일부의 신부가 남더라도 교회는 살아남을 것이라 말하곤 했다. 애석하게도 교황청에 존재하는 몇몇 썩은 사과들은 교황이 바뀌어도 여전히 살아남을 것이라는 사실을 그들도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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