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상근 교수님은 독자층을 특별히 '청년'으로 잡으셨어요. 원작은 24권인데 이 책은 그 중 18개의 주요 장면을 집어내어 '오늘날 청년들이 맞닥뜨리는 18가지 시련과 정확히 겹'친다는 설정으로 책을 구성해 놓았어요. 목차 보고 진심 감탄했다는 거 아닙니까. 전혀 예상 못한 시선으로 물음표를 던져놨더라고요. 아, 이런 생각의 접근도 가능하구나! 하고 읽는 내내 놀라워하며 봤네요.

사실 책과 영화를 보면서도 오디세우스에 집중하느라 그의 아들 텔레마코스에 대해선 별다른 관심을 안 뒀었는데요. <오디세이>는 '두 사람의 성장 이야기가 하나의 서사에 겹쳐 있'다고 설명해 주신 대목에서 뒷통수 맞은 느낌을 받았어요. 아버지 없이 자란 미성숙한 소년이 당당한 청년으로 성장하는 텔레마코스의 여정과 함께 이미 영웅으로 증명된 인간이 유혹, 상실, 고독, 패배를 경험하며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오디세우스의 귀환. 이 두 사람의 성장 서사가 교차하는 이야기라는 큰 흐름으로 <오디세이>를 다시 볼 수 있어서 새로웠고요.
3천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공감이 갔던 것은 상황만 바뀌었지 그 일을 겪는 인간의 감정과 고민이 같다는 거였어요. 인공지능 시대에서 불안한 미래 앞에 선 청년이 바로 목숨을 걸고 귀환하는 오디세우스와 같은 처지라는 거죠. 그래서 왜 계속 실패하고 잘못되는지를 고민하는 청년에게는 오디세우스가 10년동안 떠돌게 되는 원인이 무엇인지 살펴보게 해요.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해 괴로운 청년이 있다면 아내에게 죽임을 당한 아가멤논을 만나게 해 주고요, 한국 청년을 유혹하는 세이렌을 스마트폰, 게임, 코인과 주식, 타인과의 비교 등으로 짚어내요. 세상이 불공평한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방황하는 청년에겐 아내의 구혼자들을 맞서 싸우는 오디세우스를 보여주지요.


오디세우스가 겪어내는 '실패의 아픔, 이별의 고통, 배신의 상처, 저항할 수 없는 유혹, 죽음의 공포'들이 비단 청년에게만 해당되는 경험일까요. 좌절과 슬픔을 경험하고 시련과 아픔의 시간을 지나온 그의 이야기가 인생의 바다를 지나가는 우리 모두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기에 역시 고전이 고전했다 싶어요. 김상근 교수님의 평설로 <오디세이>에 대해 몰랐던 부분들도 알고, 색다른 접근으로 새로운 시각에서 작품을 봐서 좋았던 책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