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윤동주의 오래된 노트 - 움직이는 시인, 살아 있는 언어
김신정 지음 / 사계절 / 2026년 5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
올봄에 107세(2026년 기준) 되시는 김형석 교수님 강연을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윤동주 시인과 중학동창이셨다는 이야기가 넘 신기했던 기억이 있어요. <윤동주의 오래된 노트>는 저보다 대딩 딸냄이 더 보고 싶어했던 책인데, 결론적으로 이 책 안 봤으면 우린 여전히 윤동주를 우리 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국민시인으로만 알고 있을 뻔했네요. 이 책을 읽고 어떤 생각의 변화가 생겼는지 남겨봅니다.

책 표지부터도 의미있어요, 시인이 남긴 원고 노트와 소장 도서, 책상 서랍, 사후 출간된 시집의 여러 판본들 등을 한 데 모은 모습이랍니다. 요즘처럼 산뜻하게 단장하고 나온 시집만 보다가 아, 그 시대는 책들이 이랬지~하고 새삼 타임머신 탄 느낌으로 돌아가 보아요.
책에서 보고 제일 놀랐던 건 저자께서 윤동주의 고향인 중국 연변을 방문하셨을 때 조선족 여행 가이드가 윤동주를 중국인이라고 설명했다는 대목에서였어요. 다른 책에서도 살짝 그런 이야기를 들어서 중국이 참 억지가 많네 하고 웃어넘겼는데, 실제로 그걸 믿거나 그런 말을 하는 중국인을 만나면 하아~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요. 그런 중국의 태도에 어이가 없었다면 반면 윤동주를 기억하는 사람들 이야기에서 일본인들이 윤동주의 시비를 세우고 추모하고 기념하는 행사를 매년 하고 있다는 사실에도 진심 놀랐어요. 윤동주가 다녔던 교토 도시샤 대학에서는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했더라고요. 윤동주의 이야기를 다큐로 담기도 하고 사진집과 전시회를 통해 그의 삶을 기억하고자 하는 일본인들이 있다니, 머리를 망치로 한 대 얻어맞는 느낌이었어요. 일본에 대한 고정적인 편견과 이미지가 와장창 깨지는 순간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책에서 집중한 부분은 윤동주의 시어와 작품들 이야기인데요. 그가 썼던 원고지를 사진으로 볼 수 있어서 좋았고, 시 한 편이 완성되기까지 얼마나 공을 들이고 애썼는지 알 수 있었네요. 동시라 별 생각없이 넘겨봤던 <오줌싸개지도>의 퇴고 과정이 잘 나와있답니다.


윤동주의 '모어'에 대해서도 많은 분석과 작품 해설이 있어서 그의 시를 더 깊이있게 알기에 좋았고요. 방, 정거장 등의 장소를 통해 시인의 처한 상황을 해석해 놓은 부분도 인상 깊었답니다. <새로운 길>이라는 시는 '내를건너서숲으로도서관'이름 때문에도 잘 아는 시인데요. 이 시가 연희전문 문과에 입학하던 1938년에 쓰였고, 졸업을 앞둔 1941년 <문우>지에 실렸다는 사실도 새롭게 알게 됐어요. 같은 시지만 또 다른 느낌으로 와닿았을 거라는 해설을 읽으며 저도 고개를 끄덕여 공감했어요.
서두에도 밝혔다시피 <윤동주의 오래된 노트>를 통해 그에 대해 확장된 시야를 가지게 된 건 비단 저자만의 고백이 아니에요. 우리 나라뿐 아니라 중국, 일본에서도 그들의 종족, 민족, 국민의 자리에서 제각기 '우리의 윤동주'를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기념해 오고 있는 걸 알게 되니 그저 놀라울 따름입니다. 그가 거쳐간 삶의 궤적을 따라가며 윤동주의 행보와 작품세계를 깊이있게 알고 싶은 모든 분들께 이 책을 권해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