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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숨어 있는 한글가온길 한 바퀴
김슬옹 글, 지문 그림 / 해와나무 / 2026년 5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
<역사가 숨어있는 한글가온길 한바퀴> 책이 2026년, 개정판으로 새롭게 나왔다는 소식에 넘 반가웠어요. 대학생이 된 울집 딸냄이 지금으로부터 딱 9년 전 초딩 때, 이 책을 보고 넘 재밌게 한글 조형물을 찾는 숨바꼭질 놀이 하면서 한글가온길을 누볐거든요. 이렇게 좋은 책들 덕분에 열심히 독서해서 딸냄이 원하던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했기에 출판사들께 고마운 마음이 많답니다. 그래서 이 책의 개정판이 나온 것도 축하할 겸, 한글가온길도 다시 한 번 추억해 볼까 하고 딸냄과 함께 길을 나섰어요.

책의 구성은 간단합니다. 한글가온길의 9 마당을 하나씩 소개하면서 한글과 관련된 인물, 역사적 사건과 장소, 작품들을 다루고 있어요. 지정된 한글가온길 장소는 광화문 광장 주변과 용산의 국립한글박물관이지만, 전국에 흩어져있는 관련 장소에 대한 설명도 있어서 좋더라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이 책의 가장 큰 즐거움은 한글조형물들을 찾는 숨바꼭질 놀이일 거에요. 사실 아이가 어릴수록 아마 조형물 찾아보느라고 한글 역사는 뒷전일지도 모를 일이지만요. 뭐, 그렇게 재미와 즐거움으로 한글의 아름다움과 매력에 빠져드는 거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2026년 5월 15일. 한글가온길을 찾은 딸냄과 기도상자는 혼란과 충격에 빠졌어요. 한글조형물들이 사라지고, 훼손되고, 방치되고, 흉물스럽게 변해 있는 현장을 목격했거든요. 게다가 이 책이 2026년 개정판인데 말이에요! 저자에게 화가 나야 하는 건지, 출판사에게 항의를 해야 하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일단 한글가온길과 조형물들 숨바꼭질 놀이를 따라가본 이야기, 풀어봅니다. (긴글주의)
한글가온길 1 마당은 세종대왕 동상이에요. 한글의 역사를 알려주는 한글가온길 9 마당의 첫 출발이니, 세종대왕에 대해 알아보는 게 가장 먼저겠죠. 마침 우연히도 5월 15일이 세종대왕 탄신일이라 광화문 광장에서 이를 기념하는 축하행사를 하고 있더라고요. '세종&충무공 이야기' 전시실은 세종대왕 동상으로부터 세종문화회관이 있는 쪽으로 있어요. 학생들이 현장체험 나왔는지 우르르 몰려다니며 관람을 하고 있고, 외국인들도 곳곳에 보여서 그냥 마음이 흐뭇했어요.



2 마당은 경복궁 집현전, 지금은 수정전 건물이랍니다. 딸냄이야 여러 번 가 본 곳이라 패스~ 3마당으로 갑니다. 바로 한글 글자 마당이에요. 원래 세종대왕 동상에서부터 한글 글자 마당까지는 시야가 뻥 뚫려 있었던 터인데, 며칠 전 한국전쟁 참전국과 용사를 추모하는 석재조형물이 새롭게 들어섰지요. 세종로 공원과 한글 글자마당에서 세종대왕 동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답답해져서 아쉽긴 했지만, 이미 만들어진 걸 되돌리긴 힘들 테니 좋은 취지를 공감해 보면서 한글 글자 마당으로 들어섰어요.


이제부터 함께 할 미션이 바로 '18개의 한글 조형물 찾기'에요.
3 마당인 '한글 글자 마당'에는 한글 조형물 찾기 작품이 3개 있어요. 1번 '생각 채우기', 2번 '몰레큘-비', 3번 '그대를 기다림'이랍니다. 여기서부터 멘붕이 왔어요. 아무리 30도 더위의 땡볕을 헤매며 돌아다녀도 1번 작품인 '생각 채우기'가 안 보이는 거에요. 결국 딸냄이 구글 검색하고 한참을 헤매서 찾은 결론은 없어졌다!입니다.

2번 '몰레큘-비'는 화단에 가려져 보이지도 않았던 걸 정말 샅샅이 뒤져가며 발견했어요. 아놔~ 이 2개 찾느라 1시간을 넘게 (개)고생했네요.

화내는 딸냄을 달래가며 3번 조형물까지 찾고 나니 갑자기 오기가 발동하더라고요.

사실 18개 조형물 중에서 몇 개만 대충 찾아보고 집에 가려고 했는데, 나머지들은 잘 있는지, 어떻게 보존되고 있는지 꼭 알아봐야겠더라고요. 그래서 정말 때아닌 여름 더위에 반나절동안 고생을 사서 했습니다. 한글가온길을 재미있게 경험하게 도와준 조형물들의 현장을 이대로 놔두기엔 너무 처참해 보여서요. 사실 처음에도 언급했지만 한글 조형물은 '한글가온길'의 재미를 위한 장치일 뿐인지라, 그리 중요하지 않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이 책 보고 막연히 한글가온길이랑 조형물 찾아보고 싶다고 찾아볼 아이도 있을 텐데, 출판사가 무책임하게 개정판에 이런 현실을 알리지 않은 점에 대해서 실망했어요. 책에서 조형물 언급을 빼든지, 아니면 재단장을 해서 책에 실었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분노 격노. 대노로 커지더이다.
각설하고.
우리는 4 마당 '세종 예술의 정원'에서 4번 '음양오행 한글'과 5번 '글꽃이 피었습니다'를 무사히 잘 찾았어요. 4 마당은 조선 시대 관청인 장예원이 있던 자리랍니다.


자, 이제 더 빠르게 5 마당인 '최초의 국립극장 원각사 터'로 갑니다. 서양식 극장으로 지어진 원각사에선 창극이 인기였다고 하는데, 책에는 오히려 한글 소설에 대한 설명이 대부분이라 살짝 연결고리가 안 맞다 싶긴 하지만 뭔가 더 깊은 뜻이 있겠거니 하고요. 한글조형물 6번인 '안녕하세요'는 쉽게 찾았는데요.

7번 '나무처럼 자라는 한글'과 8번 'ㅈ이라 불리는 사나이'는 찾지 못했어요. 7번 자리는 조형물은 없고 화단 나무에 팻말이 가려져 있는 걸 겨우 찾아서 사진 찍고 있었는데, 지나가시던 분이 우리를 수상하게(?) 보시고 뭐하는 거냐고 물어보셔서 이러저러하다 설명을 드렸어요. 그랬더니 조형물 있었던 시절을 기억하시더라고요. 변호사회관 건물 주인이 바뀌면서 없어졌다고 알려주셨어요.

세종 빌딩 앞에 있다는 'ㅈ이라 불리는 사나이'도 빌딩을 돌고 돌아 몇 번을 봐도 결국 못 찾고 실패했네요.

이제 6 마당! 멘탈 나가려는 딸냄을 망고빙수로 달래가며 다시 힘을 내었고요. 어찌 보면 이 책의 가장 핵심을 담았다고 볼 수 있는 기념물이기도 하기에 한글가온길 새김돌 앞에서 인증샷 찍었어요. 한글역사에서 중요한 10가지 사건을 타일아트로 담아냈는데 세월의 흔적은 어쩔 수 없네요. 예쁘게 채색된 색깔들이 날라가 초라해 보여 속상했어요.

6 마당에서는 9번 조형물 '나는 한글이다'와 10번 '한글벽돌'을 찾았답니다.


7 마당은 '한글학회'에요. 한글 회관 앞에 있는 주시경 선생님 동상을 보니 마음이 뭉클하더라고요. 주시경 선생님을 기념하는 '주시경 마당'이 8 마당이라 이제 한글가온길도 끝이 보여요.

7 마당에서 만나는 한글조형물은 11번 '단말모눈', 12번 '한글 소리꽃', 13번 '삶의 나무'랍니다.



8 마당에서는 한글조형물 14번 '바로 당신', 15번 '주시경 가로등', 16번 '숨, 쉼', 17번 '윤동주 서시', 18번 '광화문연가'를 찾아볼 수 있어요. 한숨이 나왔던 건 14번 '바로 당신' 조형물 앞에 버려진 건지 잠시 놔둔 건지 알 수 없는 거치대들이 있었던 거요. 딸냄 초딩 때는 키가 작아서 작품에 안 닿았지만, 이제는 대딩이 되어 (손가락 맞 닿는) 이티 포즈 할 수 있겠다고 제일 기대한 사진이었는데 말예요. 어쩔 수 없이 거치대를 거치며 안스러운 사진이 나왔네요.

15번 '주시경 가로등'은 육안으로는 안 보여서 사진 찍을 때 확대해 보세요. 'ㅈㅅㄱ'이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보여요. 딸냄 왈, 이 정도면 '죄송각' 아니냐고 하는데 할 말이 없더라고요 ㅜ.ㅜ

16번 '숨, 쉼'은 자세히 보시면 'ㅅ'이 훼손됐어요.

17번 '윤동주 서시'는 책에 광화문시대 빌딩 입구 벽면에 있다고 설명했는데 노~노~! 김밥 가게 옆에 있었네요.

드디어 마지막 한글조형물 18번! '광화문연가'는 하필 그 시간 사거리 지나는 길가에 햇빛 비치는 방향에서 보니 글씨가 안 보여서 헤맸는데 ㅋㅋ 횡단보도 건너는 신호 받고 반대 방향에서 찾아 사진 건졌구나요.

한글가온길은 여기서 끝나지 않고 광화문 거리에서 장소를 이동해요. 그래서 마지막 한글가온길의 9 마당은 용산에 있는 국립한글박물관이랍니다. 이곳도 딸냄 초딩 땐 여러 번 갔었는데 그 이후로 안 가봐서 또 달라진 것이 많겠거니 싶네요.
이렇게 뜻밖의 고생 아닌 고생을 하며 한글가온길을 마무리해 보았어요. 안 그래도 집에 와서 답답한 마음에 한글가온길을 검색해보니 김슬옹 저자께서 2022년 8월 12일자 오마이뉴스 기사에 한글조형물들이 훼손된 부분을 언급하신 글도 있더라고요. 그렇다면 저자께서도, 출판사도 이러한 상황을 모르지 않았을 거라고 추측하는데 개정판을 옛날 내용 그대로 내신 부분에 대해선 해명이 필요해 보입니다.
오해는 안 하셨으면 합니다. 누구보다 이 책으로 즐거워했고 재밌었던 추억을 가졌기에 드리는 말씀이고, 혹시나 아이들이 이 책의 한글조형물 숨바꼭질 놀이를 기대했다가 실망하지 않기를 원하는 엄마 독자의 마음뿐임을 알아주셨으면 해요. 그리고 무엇보다 한글가온길이 한글조형물로 인해 초라해 보이거나 퇴색되어 보이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이상,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