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과 인생들을 조망하며 자신이 느끼는 삶의 무게와 경험을 풀어낸 에세이를 읽으면 이런 점이 좋더라고요. 동시대인으로 살지만 생각하지 못했던 깨달음을 얻기도 하고요, 뭔가 막연하고 찜찜하게 담아두었던 느낌을 선명하게 언어로 표현해낸 글을 보며 감탄도 해요. 뭣보다 제가 경험해 보지 못한 일들에 대해서도 새로운 감정을 발견하고요. 책이 맘에 들었다면 괜찮은(!) 사람 한 명 새롭게 알아가는 즐거움도 더하지요. 그래서 에세이집을 한 번씩 들춰보기에 <소유하기 소유되기>도 그런 기대감을 가지고 읽어봤어요.

그.런.데.
이 책은 읽기 진도도 안 나가고, 그렇다고 재미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이야기에 공감도 안 되서 끝까지 다 읽는데 어려움을 겪었어요. 일단 저자가 미국인이시고요. 무식한 제가 모를 뿐, 유명한 저널리스트이자 논픽션 작가셔요. 자신의 삶과 상황을 차근차근 풀어서 써주면 내용을 읽어가는데 피곤하지 않았을 텐데 도대체 이 글이 에세이인지 퍼즐을 맞춰가야 하는 소설인지가 좀 헷갈리더라고요. 글에서 드러나는 인종&거주문화도 이해가 잘 안 되기도 했고요. 중산층 백인이 미국에서 살아가는 자세에 대해 '자본주의'라는 단어를 계속 언급하고 있는데, 이게 또 어이가 없기도 해요. 박학다식함을 인정할 만한 이런 책 저런 책도 잔뜩 소개해 놓고 저명한 교수들이나 이론가들 만난 얘기도 하면서 막상 뭔 깊이 있는 이야기는 '사실 나도 잘 모르는 것 같다', '더 알아보고 이야기 나누기로 했다', '각자가 자기 말만 했다'는 식으로 두루뭉실하고 실없이 끝내버리고 말아서 김이 샙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제가 읽었던 에세이들 중 국적과 연령을 초월했던 분야는 여행 쪽이거나 특정한 주제를 다루는 쪽이었던 것 같아요. 이렇게 일상을 나눈 글을 공감하려면 기본적으로 작가가 살아가는 세계를 배경지식으로 이해하고 있어야한다는 뼈저린 경험을 했네요. 작가 분께서 육아와 가사일을 위해 고용하는 도우미에 대한 언급을 하실 때는 19세기 버지니아 울프의 인생과 빗대어 놓으신 부분이 있어서 조금 불편한 느낌도 들었어요. 괜히 짧은 글 잠깐 읽고 작가 분의 인격을 오해하면 안 되니까 그냥 넘어갑니다.

책 맨 뒤 옮긴이의 말 속에서 작가 분이 이 책을 어떻게 끝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을 때 친구가 집을 불태워 버리는 거라고 해서 유쾌하게 웃었다는 대목이 나오는데요. 에효, 제가 끝까지 이 책의 농담조차 이해를 못하고 마는구나 하고 마음이 울적했네요. 암튼 이 책이 제겐 맞지 않아서 꾸역꾸역 읽었지만요. 이 느낌 또한 정말 보잘 것 없는 제 주관이자 미국 문화를 잘 모르는 속 좁은 독서였던 점을 꼭 참고해 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