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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월 필사
김소월 지음 / 도어즈 / 2024년 11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
김소월의 <엄마야 누나야>, <진달래꽃>은 노래로도 흥얼거리면서 배워
학교 졸업한 지가 얼만데도 아직까지 외우고 있는 시들이에요.
의도해서 외운 거라고 쓴 표현이 이상하리만큼 그냥 알아졌다고 해야 할까요.
이번에 그가 생전 유일하게 출판했던 시집 <진달래꽃> 초판본에 수록된 시 126편을,
전편 수록한 시집이자 필사할 수 있는 책으로 낸 <소월 필사>를 만날 수 있어 넘 반가웠어요.

평소 문학 교과서나 참고서에 소개된 그의 시들을 읽으면
좀 슬프고 축 처지는 느낌이 있었어요.
힘대가리(^^;) 없이 나약해 보이기도 하고 뭐가 애처럽고 참 안됐다는 싶었거든요.
<소월 필사>를 통해 전편 작품을 읽으며 예전에 제가 그분의 몇 작품에서 느꼈던 생각이
역시나 다르진 않았구나 생각되기도 했어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살아가신 문인들 보면 역사의 소용돌이에 휩쓸려
더 이상 작품활동을 하실 수 없게 된 경우도 많아 안타까움이 커서요.
김소월도 1902년에 태어나 34년에 작고하신 이유가 혹시 그런가 하고 찾아봤다가
32살의 나이에 자살로 생을 마감하신 걸 알고 깜짝 놀랐던 적이 있었는데,
어쩌면 작품 전체가 나라 잃은 설움에 더해 개인적인 불행까지 겹친 삶을
관통해 주는 게 아닌가 싶어 마음이 숙어지네요.
필사 하기 전에 126편의 시들을 먼저 죽~ 읽어보았습니다.
이런 경험은 명화 소개한 책에서도 느껴본 건데, 그 많은 작품들 중에서도
제가 알고 있는 거, 제게 익숙한 것만 눈에 들어와서 역시 유명한 게
그냥 유명해진 게 아니었나 보다 생각했더랬거든요. 이 책에 나온 시들도
결국 눈에 들어오고 한 번 더 되뇌어지는 작품들은 이미 알고 있던
친숙한 시들이었어요. 그렇다고 다른 시들이 영 아니다라고 말하는 건
절대 아닙니다. 만고 제 소시민적이고 주관적인 기준이라 그럴 뿐이에요.



시는 그대로인데 읽는 사람이 나이가 들고 세상 살아온 값을 하다 보니
좋아하는 시도 달라지네요. 김소월의 <접동새> 처음 접했을 때
소설 읽듯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한참을 봤던 기억이 납니다.
연애할 땐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도 와닿았고,
사랑하는 가족을 잃었을 땐 <초혼>이 구구절절이 사무쳤더랬는데
요즘은 <산수유>가 맘에 들어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느낌이어서도요.

<소월 필사>를 통해 김소월의 시들 전체를 만나볼 수 있어 좋았고,
한 편 한 편 필사하며 마음에 시를 꾹꾹 눌러담아보는 시간을 가져서도
참 감사해요. 특히나 울집 고딩께서 기말 공부 안 하고 빈둥빈둥 하는 걸
옆에서 지켜보기 속 터질 때, 마음 다지기용으로 필사가 정말 도움 됐어요.
안 그래도 나라가 뒤숭숭하고 어수선하고 야단나게 시끄러운데
주변 상황에 휘둘리지 않고 차분한 마음을 원하시는 분들께도 추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