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너온 사람들 - 전쟁의 바다를 건너온 아이들의 아이들의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홍지흔 지음 / 책상통신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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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태성 큰별쌤이 쓰신 <역사의 쓸모> 책에 보면

'역사는 왜 배우는가'에 대한 답을 아이들 입장에서 풀어주고 계신데요.

시험이 끝나면 암기했던 역사 지식들을 잊어버리게 되어 허망하다는 아이들에게

"다 잊어도 괜찮다, 다만 역사를 배우면서 느꼈던 감정은 잊지 마라."고 말씀하셔요.

그러면서 예를 들어주시기를, 을사오적 공부할 때 분노한 그 기분~

잘 기억해 두었다가 사회에 나가서 무언가 선택하거나 책임을 져야 할 때

떠올려 보라고요. 그리고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를 고민하라고 합니다.

 

 

    <건너온 사람들>은 1950년 12월, 한국전쟁 중 일어난 일을 만화로 그렸어요.

북쪽에 합세한 중공군 때문에 후퇴하던 연합군이 함경남도 흥남에서 철수할 때인데요.

당시 13살이었던 경복이네 가족이 실제로 겪었던 이야기랑,

이들을 가족으로 둔 다음세대 작가의 내레이션이 어우러진 다큐 픽션 만화입니다.

 

 

 

 

   최대 수용인원이 2천명인 '메러디스 빅토리호'가 1만4천 여명의 피란민을 태우고

흥남에서 경상남도 거제까지 무사히 도착한 여정은 '크리스마스의 기적'이라고 불렸다네요.

책을 보면서 '감정을 기억하라'는 최태성 선생님 말씀이 생각났어요.

안타까움, 슬픔, 고통, 혼란스러움, 당황, 억울함, 힘듦, 괴로움, 불안, 걱정, 처절함,

초조, 배고픔, 추움, 피곤, 불편함, 눈물남, 무서움, 두려움, 절망, 화남, 막막함...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그저 알아서 피하는 방법밖에 없을 때,

고향을 떠나야 할지부터 시작해 선택의 연속이 삶을 옥죄일 때,

나라면 이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했을까, 나는 무슨 결정을 내렸을까,

정말 앞이 캄캄했을 것만 같거든요.

 

 

   절대로, 다시는, 이 땅에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생각부터 들더라고요.

(지금 이 글을 쓰는 와중에 북한이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분위기 험악하게 몰아가서

후덜덜~ 마음 떨리고 있어요. 평화롭게 잘 지나가길 간절히 바래봅니다.)

 

 

   내용 중에서 제일 마음 아프게 닿았던 말이 이거였어요.

 

 

    "혹시 내 아들일까, 딸일까, 아내일까, 남편일까, 부모일까.

   조이는 가슴을 안고 죽은 이의 낯빛을 마주하던 때의 마음.

   누군가의 가족인 그들이

   내 가족이 아니라

   기쁘면서도 죄스러운 마음."

 

 

 

 

   '전쟁의 바다를 건너온 아이들의 아이들'에 속한 저도 죄송했습니다.

단지 제가 살고 있는 시대에 전쟁이 나지 않은 것뿐인데.

직접 겪어보지 않았다는 이유로 자유와 풍족함을 무덤덤히 누리며 살고 있으니까요.

지금 누리고 있는 특권(!)들이 앞세대들의 희생과 피땀인 줄도 잊어버리고선 말예요.

 

 

   그래도 참 감사한 건 전쟁 속에서도 생명이 태어나고 웃음이 피어난다는 거였네요.

우리에게 살아가는 이유가 되어주는 힘이기도 하겠지요.

연필과 먹그림이라 희거나 검거나 옅거나 진한 명암 차이일 뿐인데

이 흑백의 조화가 죽음 가운데 삶의 자리, 절망 중 희망을 돋보이게 해주는 느낌을 받았어요.

 

 

 

 

 

    이 책을 덮으며 평화를 꿈꿔봅니다.

전쟁이란 단어가 뭐냐고 물어보는 시절이 오길,

그리고 한반도에 진정한 평화가 오기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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