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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 라캉, 지젝, 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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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증오의 도착들
레나타 살레클 지음, 이성민 옮김 / 비(도서출판b) / 2003년 11월
16,000원 → 14,400원(10%할인) / 마일리지 8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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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실재의 윤리- 칸트와 라캉
알렌카 주판치치 지음, 이성민 옮김 / 비(도서출판b) / 2004년 9월
18,000원 → 16,200원(10%할인) / 마일리지 9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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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다로운 주체- 정치적 존재론의 부재하는 중심
슬라보예 지젝 지음, 이성민 옮김 / 비(도서출판b) / 2005년 4월
28,000원 → 25,200원(10%할인) / 마일리지 1,4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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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흑지점: 초기 근대 철학에서의 응시와 신체
미란 보조비치 지음, 이성민 옮김 / 비(도서출판b) / 2004년 2월
14,000원 → 12,600원(10%할인) / 마일리지 7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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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변방에서
이재무 지음 / 화남출판사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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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운문으로 말하는 자이다. 그래서 시인이 쓴 산문들을 읽으면서 그것을 문학작품으로 보아야 할까 하는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시인의 산문집을 읽는 것은 시인의 시나 시인에 대한 이해를 보다 높이기 위해서 선택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대개가 일관된 주제의식을 찾기 어렵게 여기저기에 발표한 글들을 긁어모아 만들었거나, 시인의 사유의 깊이나 의식의 흐름을 감지하기 어려운 신변잡기 일색으로 엮여 있다. 그러할 때는 오히려 그 산문이 시인의 시나 시인에 대한 이해에 방해를 초래하기도 한다. 아마도 그러한 산문집들은 그것을 하나의 문학작품으로 여기기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 같다는 느낌을 준다.

시인의 산문이란 시인의 밭에서 튼실하게 키울 시들을 남기고 솎아낸 부실한 것들이거나 좋은 수형의 과일나무를 만들고자 쳐낸 곁가지들의 잔해가 아니다. 시인의 산문은 시인이 쓰고자 하는 시적 주제를 긴장을 풀고 운율을 제거하여 느슨하게 풀어 쓴 글이 아니다. 적어도 그것은 한편의 시가 어떻게 태어나는지 왜 그렇게 쓰지 않으면 안 되는지를 보여주어야 하는 글이다. 시인의 시들을 중심에 놓고 볼 때 그 산문들은 변방이면서 저변을 이루어 온전한 하나의 문학적 세계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게 될 때 그것은 하나의 문학 작품으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예컨대 이재무 시인의 산문집 {생의 변방에서}를 그런 범주에 놓을 수 있을 것이다. 그가 여섯 권의 시집을 상재하고 묶은 산문집은 그가 왜 시인으로 살지 않으면 안 되었는가 하는 점을 충분히 엿볼 수 있게 해준다. 가난한 시골에서 자라며 보낸 유소년시절부터 현재의 장년에 이르는 과정을, 성장과정에서 경험한 삶의 방식에 대한 현재적 관점의 성찰과 자연과 생명에 대한 깊은 이해, 그리고 사랑과 시에 대한 열정을 시인 특유의 감각적인 언어로 펼쳐내고 있다. 그 가운데 특별히, 아마도 시인이 가장 존경하는 선배 시인으로 보이는, 신경림 시인에 대한 글은 시인이 그에게서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를, 또 시인이 시인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알 수 있게 하는 재미를 준다.

이 산문집은 현재의 시인이 선 자리를 중심으로 그의 내면 의식이 반경을 이루면서 하나의 원을 그린다. 그 원은 되돌아보는 삶에 대한 동경과 그리움으로 무한대로 확장되려고 하지만 그것은 시인의 현재적 삶에 대한 굳건한 태도가 구심력을 가지면서 중심과 변방을 하나의 긴장으로 떨게 하는 원이다. 그 원은 시인의 삶과 시에 포개지면서 그 응축된 것의 배후와 여백을 풍성하게, 그러나 섬세하게 수놓는다. 하지만 이 산문집이 반드시 시인과 시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 제공되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이 산문집만으로도 시인의 심상이 충분히 그려지기 때문이다. 이 산문집을 이재무 시인의 일곱 번째 시집이라고 말해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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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자열매술꾼 열림원 이삭줍기 1
아모스 투투올라 지음, 장경렬 옮김 / 열림원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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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들은 대단한 기술자들이다. 그들은 그들만이 가질 수 있는 아주 독특한 기구를 만들어 자신들의 창조적 작업에 이용하고 있다. 그것은 일종의 망원경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특수한 망원경이다. 망원경은 먼 곳에 있는 물체를 가깝게 보여주는 기구이다. 보통의 망원경은 사물을 가까이 끌어당김으로써 공간을 변형시키는 기구인 것이다. 하지만 예술가들이 가지고 있는 망원경은 단순히 공간만을 포획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기억하지 못하는 먼 시간까지도 끌어당기는 망원경이다. 예술가들은 누구나 이러한 망원경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것의 성능에 따라 예술가들은 구분된다. 요컨대 훌륭한 예술가는 훌륭한 망원경을 가진 예술가다.

나이지리아 출신 아모스 투투올라 또한 매우 뛰어난 성능의 망원경을 갖고 있는 작가이다. 그가 가지고 있는 망원경 속의 시공간을 통하여 <야자열매술꾼 Palm Wine rinkard>이라는 소설을 만날 수 있다. <야자열매술꾼>은 나이지리아에 산재해 있는 여러 종족 가운데 하나인 요루바 종족의 구전되어오는 신화와 민담을 재구성한 소설이다. 내용은 주인공인 야자열매술꾼이 자신에게 항상 맛좋은 야자열매술을 가져다 주던 하인이 죽자 그를 찾아 '죽은 사람의 마을'까지 다녀오는 동안의 과정을 여러 가지 에피소드를 통해 전해주고 있다. 에피소드들은 신화나 민담에 공통으로 내재되어 있는 목표에 도달하고자 할 때 반드시 거쳐야만 하는 통과제의들인 모험과 고난, 그리고 그것들과의 투쟁(이 투쟁은 삶과 죽음의 투쟁이다) 등등이 충분하게 담겨 있다는 점에서 전형적이다.

그런데 작품의 구성이 치밀하지 않다는 점이나 문장의 졸렬함 등으로 오늘날 세련되고 치밀한 소설 구성 형식에 익숙한 우리에게는 그것이 그저 엉성하고 황당한 믿거나 말거나의 '옛날에 옛날에'처럼 보이게 만든다. 하지만 <야자열매술꾼>처럼 그것의 원형을 작품의 서술방식에 적용하여 보여주는 작품은 흔치 않다. 마치 우리들의 할머니들이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이야기가 왔다리갔다리 하듯이! 심지어 이미 들려준 이야기를 반복할 때는 종래와는 다르게 전혀 엉뚱한 결론을 만들어 놓기도 하는 것을 보아왔지 않은가. 그렇지만 할머니들의 옛날이야기를 듣는 우리들은 매번 즐거웠지 않은가.

<야자열매술꾼>은 인류의 문자의 발명과 함께 삶을 기록함으로써 시작된 역사시대 이전의 상상시대의 예술 방식인 구술전승문학의 원형을 복원시켜 놓고 있다. 이 점이 <야자열매술꾼>을 오히려 뛰어난 예술작품으로 만든다고 보여진다. 그것은 여타의 신화 민담 재구성물과 <야자열매술꾼>을 구분하는 경계이다. 또 한편으로 작가의 상상력을 통해 이루어진 다른 작품들 가운데, 예컨대 루이스 케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나 메리 셀리의 <프랑켄 슈타인> 등이 역사시대의 기록방식이라면 <야자열매술꾼>은 역사시대에 상상시대의 방식인 구술방식을 끌어다 놓았다는 점에서, 또 <야자열매술꾼>에 나오는 다양하고 기발한 형상의 인간과 사물이 등장하지만 인간의 삶의 애환이 지나치게 억제된 중국의 신화박물지 <산해경>과도 구분된다. 그리고 그것은 구분되지만 그러한 것들을 모두 뒤섞어 놓고 있으며 또 신들의 이야기가 아닌 인간의 이야기로 다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야자열매술꾼>의 기술방식은 예술가의 망원경이 어떤 것인지를 충분히 알 수 있게 해줄 뿐만 아니라, 공간과 시간을 동시에 포획하는 망원경으로 역사시대 속으로 상상시대를 끌어들여 혼재시켜 놓음으로써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를 전혀 새로운 시대로 만들어 놓고 있다. 그 망원경은, 역사시대에 상상시대를 끌어오는 것이 아니라 역사시대에서 상상시대로 완전히 공간이동을 하는, 타임머신과 어떻게 다른지를 알게 해준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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