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중요한 것은 자신이 전달한 메시지가 과연 상대가 전달받고 싶어 하는 메시지인가 하는 점이다.

의견을 전달할 때 상대에게 지나치게 맞추느라 표현과 뉘앙스를 바꾸다가는 자칫 내용을 잘못 전달할 우려마저 있다. 또 여기저기서 각각 다른 말을 하는 사람으로 오해받을지도 모른다. 이것은 비즈니스의 기초조차 갖추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첫째, 커뮤니케이션에서 과제나 주제가 명쾌해야 한다. 둘째, 과제나 주제에 대해 필요한 요소를 만족시키는 답변이 있어야 한다. 셋째, 커뮤니케이션을 한 다음에 상대에게 어떤 반응을 얻고 싶은지, 즉 상대에게 기대하는 반응이 뚜렷하게 드러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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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처럼 서로 으르렁거리는 부모 사이를 왔다 갔다 해야 하는 애들은 참 안됐어요."
"으르렁거리는 부모랑 늘 한 집에서 살아야 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요?"
기젤라는 대꾸했다. - P154

"그야 물론입니다."
바이닝의 미소는 그녀와 자기 자신과 세상을 동시에 조롱하는듯했다.
"그렇지만 그런 말을 해선 안 돼요. 결혼을 해야 할 신비적인 이유가 설득력을 잃은 지금, 적어도 그럴싸하게 합리적인 이유라도 있어야 하거든요. 그러니 결혼 생활을 유지하면서 싸우는 건 애들한테 유익하지만, 결혼 생활을 끝장내서 싸움을 끝내는 건 애들한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다고 우기는 겁니다. 경제력 때문에 이혼을 못하는 사람들한테 그게 얼마나 위안이 될지 생각해 봐요. 돈 없다고 불행해하는 대신 도덕적인 우월감을 맛볼 수 있으니 말이죠." - P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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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쪽으로." 인디언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꽃나무를 따라가시오. 꽃이 피는 나무만 따라가시오. 꽃이 지면 떠나시오. 꽃이 모두 지면, 원하는 곳에 이르기 될 거요."
그는 말채나무에서 꽃이 만발한 복숭아나무로 달려갔다. 복숭이꽃이 듬성듬성해져 벚꽃을 쫓아갔고, 그다음에는 목련, 멀구슬나무, 페칸, 호두나무, 손바닥선인장을 따라갔다. 마침내 그는 꽃송이가 있던 자리에 이제 막 조그만 열매가 맺힌 사과나무밭에 이르렀다. 봄이 북쪽으로 어슬렁어슬렁 산책을 가는 동안, 폴 디는 이 동반자를 따라가기 위해 미친듯이 달려야 했다. - P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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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지구에 사는 다른 생명체처럼 자신의 육체도 부패하는 유기물로 이루어졌다는 깨달음으로 의식이 충만해졌던 느낌을 기억했다. 그 사실을 깨달은 순간 그녀는 완전한 자유를 느꼈다. 위에서, 내면에서, 모든 것을 놓아버리라고 속삭이는 것처럼. 그 순간 자신이 나뭇가지에서 떨어져 나와 미끄러지듯 지면으로 낙하하는 잎사귀가 된 기분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지면에 도착하면 부패가 시작되리라. - P97

인간이 가질 자격도 없고 가져서도 안 되는 지위를 인간의 육신에 기어이 부여하게 만드는 절망에는 예사롭지 않은 것이 있다고 마야는 늘 생각했다. 껍데기인 육신 외에 자신의 본모습을 알아보지 못하는 우리의 무능함을 드러내는 절망. 삶에서건 죽음 앞에서건 그 육신을 놓아버리지 못하는 우리를 보여주는 절망. - P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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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 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나는 이 어둠에서 배태되고 이 어둠에서 생장하여서 아직도 이 어둠 속에 그대로 생존하나보다. 이제 내가 갈 곳이 어딘지 몰라 허위적거리는 것이다. 하기는 나는 세기의 초점인 듯 초췌하다. 얼핏 생각하기에는 내 바닥을 반듯이 받들어 주는 것도 없고 그렇다고 내 머리를 갑자기 내려 누르는 아무것도 없는 듯 하다마는 내막은 그렇지도 않다.
나는 도무지 자유스럽지 못하다. 다만 나는 없는 듯 있는 하루살이처럼경쾌하다면 마침 다행할 것인데 그렇지를 못하구나!
이 점의 대칭 위치에 또 하나 다른 밝음의 초점이 도사리고 있는 듯 생각킨다. 덥석 움키었으면 잡힐 듯도 하다.
마는 그것을 휘잡기에는 나 자신이 순질(純質)이라는 것보다 오히려 내마음에 아무런 준비도 배포치 못한 것이 아니냐. 그리고 보니 행복이란 별스런 손님을 불러들이기에도 또 다른 한 가닥 구실을 치르지 않으면 안될까보다.
이 밤이 나에게 있어 어릴 적처럼 공포의 장막인 것은 벌써 흘러간 전설이오, 따라서 이 밤이 향락의 도가니라는 이야기도 나의 염원에선 아직 소화시키지 못할 돌덩이다. 오로지 밤은 나의 도전의 호적(好敵)이면 그만이다.

비 오는 밤
솨! 철석! 파도 소리 문살에 부서져
잠 살포시 꿈이 흩어진다

잠은 한낱 검은 고래 떼처럼 살래어
달랠 아무런 재주도 없다.

불을 밝혀 잠옷을 정성스리 여미는
삼경(三更), 염원

동경의 땅 강남에 또 홍수질 것만 싶어
바다의 향수보다 더 호젓해진다

사랑스런 추억(追憶)

봄이 오던 아침,
서울 어느 쪼그만 정거장(停車場)에서 희망(希望)과 사랑처럼 기차(汽車)를 기다려, 나는 플랫폼에 간신한 그림자를 떨어뜨리고 담배를 피웠다.

내 그림자는 담배연기 그림자를 날리고 비둘기 한떼가 부끄러울 것도 없이 나래 속을 속, 속, 햇빛에 비춰 날았다.

기차(汽車)는 아무 새로운 소식도 없이 나를 멀리 실어다 주어, 봄은 다 가고 동경교외(東京郊外) 어느 조용한 하숙방(下宿房)에서, 옛거리에 남은 나를 희망(希望)과 사랑처럼 그리워한다.

오늘도 기차(汽車)는 몇 번이나 무의미(無意味)하게 지나가고, 오늘도 나는 누구를 기다려 정거장(停車場) 가까운 언덕에서 서성거릴게다. 아아 젊음은 오래 거기 남아 있거라.

산협(山)의 오후

내 노래는 오히려
젊은 산울림

골짜기 길에
떨어진 그림자는
너무나 슬프구나

오후의 명상(限想)은
아 졸려

삶과 죽음

삶은 오늘도 죽음의 서곡(序曲)을
노래하였다. 이 노래가 언제나 끝나랴
세상 사람은 뼈를 녹여내는 듯한
삶의 노래에 춤을 춘다

사람들은 해가 넘어가기 전
이 노래 끝의 공포(恐怖)를
생각할 사이가 없었다

하늘 복판에 알 새기듯이
이 노래를 부른 자(者)가 누구뇨
그리고 소낙비 그친 뒤 같이도
이 노래를 그친 자(者)가 누구뇨

죽고 뼈만 남은
죽음의 승리자(勝利者) 위인(偉人)들!

새로운 길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나의 길 새로운 길

민들레가 피고 까치가 날고
아가씨가 지나고 바람이 일고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
오늘도, 내일도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서시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소년(少年)

여기저기서 단풍잎 같은 슬픈 가을이 뚝뚝 떨어진다. 단풍잎 떨어져 나온 자리마다 봄을 마련해 놓고 나뭇가지 위에 하늘이 펼쳐 있다. 가만히 하늘을 들여다보려면 눈썹에 파란 물감이 든다. 두 손으로 따뜻한 볼을 쓸어 보면 손바닥에도 파란 물감이 묻어난다. 다시 손바닥을 들여다본다. 손금에는 맑은 강물이 흐르고, 맑은 강물이 흐르고, 강물 속에는 사랑처럼 슬픈 얼굴.

아름다운 순이(順伊)의 얼굴이 어린다. 소년(少年)은 황홀히 눈을 감아본다. 그래도 맑은 강물은 흘러 사랑처럼 슬픈 얼굴.

아름다운 순이(順伊)의 얼굴은 어린다.

쉽게 쓰여진 시

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六疊房)은 남의 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 주신 학비봉투를 받아, 대학 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 들으러 간다. 생각해보면 어린 때 동무를 하나, 둘, 죄다 잃어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하는 것일까?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은 최초의 악수.

식권(食券)

식권은 하루 세끼를 준다

식모는 젊은 아이들에게
한때 흰 그릇 셋을 준다

대동강(大同江) 물로 끓인 국
평안도(平安道) 쌀로 지은 밥
조선(朝鮮)의 매운 고추장

식권은 우리 배를 부르게

참새

가을 지난 마당은 하이얀 종이
참새들이 글씨를 공부하지요

째액째액 입으로 받아 읽으며
두 발로는 글씨를 연습하지요

하루 종일 글씨를 공부하여도
짹자 한 자밖에는 더 못 쓰는걸

팔복(八福)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영원(永遠)히 슬플 것이오

편지

누나!
이 겨울에도
눈이 가득히 왔습니다

흰 봉투에
눈을 한줌 넣고
글씨도 쓰지 말고
우표도 붙이지 말고
말쑥하게 그대로
편지를 부칠까요?

누나 가신 나라에
눈이 아니 온다기에

바람이 불어

바람이 어디로부터 불어와
어디로 불려 가는 것일까

바람이 부는데
내 괴로움에는 이유(理由)가 없다

내 괴로움에는 이유(理由)가 없을까

단 한 여자(女子)를 사랑한 일도 없다
시대(時代)를 슬퍼한 일도 없다

바람이 자꾸 부는데
내 발이 반석 위에 섰다

강물이 자꾸 흐르는데
내 발이 언덕 위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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