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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처럼 일하고 여자처럼 승리하라
게일 에반스 지음, 공경희 옮김 / 해냄 / 2000년 7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신문에서 봤을 땐, 또 그런 류의 그저그런 책이겠지 싶었다. 하지만 여성에 관한 책이라면 쉽게 넘기지 못하는 나의 눈이 한 번 더 머무른 것 또한 사실이었다. 신문의 선전문구에는 '아마존에서 판매 2위' 등등 이런 내용이 쓰여있었던 것 같다.
여성에 관한책은 정말 훌륭하게 쓰여진 책을 제외한다면, 딱 두 종류로 분류된다. 하나는 저자가 남성화된 여성이 쓴 것으로써, 아닌척 하지만 암암리에 여자에게 슈퍼우먼이 될 것을 강요하고, 그렇지 않다면 죄책감을 불러일으키곤 하는 것. 그런 책을 만나면 화가나 커다랗게 책표지에 나온 작가를 째려보게 되고, 그런 책을 들고 있는 나 자신도 순간 한심해진다.
다른 하나는 지나치게 여성의 긍정적인 어떤 '부분'만을 강조한 책이다. 남성은 우리와 다르니 저쪽으로 가. 우리는 우리만의 말을 할꺼야, 라고 말한다. 그런 긍정적인 부분을 읽으면서 여성의 이런 훌륭한 측면이 세계에 넘쳐나는 온갖 불행, 회사 속의 불합리, 전쟁을 막을 수 있을 것 같이 상상되지만 다시 현실로 돌아와 보면 그것은 허무한 일에 지나지 않는다.
이 책도 그 두부류의 하나일지 몰라라는 두려운 마음에 호기심이 가는 것을 막아보았지만, 우연히 들른 서점에서 다시 발견하곤 대뜸 사 버렸다.
이런 '충고조'의 책들은 항상 모두가 다 알고 있지만, 잘 실천하지 못하는 진리를 담고 있다. 그런데 그런 비슷한 내용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다 그렇고 그럴꺼야라고 쉽게 치부해 버릴 순 없다. 어떤 책들은 같은 내용이긴 하지만, 훨씬 실제적이고 현실적인 충고를 하고 있다면, 막상 지금은 당장은 실천하지 못해도 훌륭한 지침이 되곤 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지극히 '현실'에 관한 책이다. 이 책은 기업문화의 기원을 따지고 들면서, 그것은 남성들이 짠 게임판이며 '현실적'의 삶의 공간에서 여성이 자신의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 게임의 룰을 무시하고 살아남을 수 없다는 사실을 냉정하게 인정하고 들어간다. 남자가 목적주의적이고 여자는 관계주의적인 차임점은 분명히 존재하고, 그게 선천적인지 후천적인지는 알 수 없지만, 현재 그렇게 관찰되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그 게임의 룰을 어린시절 부터 습득하지 못한 여성은 동의하든 하지 않든 룰을 알고 있어야, '자신의 삶에서 바라는 성공을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말한다.
이렇게 냉정하게 서두를 시작한 작가는 그러나, 여성과 남성이 자신의 인생에서 성공을 바라보는 관점에는 통계적인 평균으론 확실이 차이가 있으며, 여자의 성공의 관점이 좀더 긍정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기때문에 보다 바람직한 측면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이런 면에선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여자가 직장생활에서 부딪히는 문화적 차이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점 몇가지를 구체적인 실례를 들고, 그 고민을 어떻게 시작할 것이가 하는 단초, 그러나 보다 발전적인 방법으로 나갈 수 있는 약간의 끈을 제시하고 있다.
게일 에반스란 작가의 실제의 경험이 묻어나고, 많은 강의를 한 덕분인지 글 사이사이 마다 사실성이 묻어나 있으면, 냉정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여성에게 보내는 애정을 읽을 수 있었다. 그 냉정함때문인지 글은 간단 명료하고, 짤막짤막해 뭔가 고민거리를 풍성하게 푼 듯한 느낌은 들지 않지만, 그녀의 충고를 들으면 들을 수록 내가 좋아하는 어떤 측면이 '사회'의 특정 부분에서는 오해의 소지 또는 내가 하고자하는 길에 오히려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그래서 성공하고자 하는 여성들은 얼핏 그들(남성)의 룰을 지키고 있는 듯 하지만, 내 것을 암암리에는 고수하는 형태로, 영리하게 행동할 필요성이 있다.
이 책은 뻔한 충고조의 책은 아니다. 직장에서 지나치게 스트레스를 받거나, 혹은 일상삶에서 남자 동료와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을 때 그들을 이해할 수 있고, 또한 나를 이해할 수 있는 실질적인 참고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