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묵시록 카이지 13
후쿠모토 노부유키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199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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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데까지 간 소위 인간 쓰레기들, 낙오자들의 생명을 건 도박. 주인공 카이지가 겪는 생명을 담보로 하는 승부는 등골을 서늘하게 한다. 인간의 내면, 가장 깊숙한 곳에 있을지도 모르는 본성에 대한 섬뜩한 통찰과 냉소가 일품이다. 그림체가 거칠어 예쁜 그림을 선호하는 사람들에게는 낯설고 짜증날 수 있지만, 몰입하다보면 그런 것들은 부차적인 문제. 그 섬뜩함과 전율은 그런 걸 상쇄하고도 남는다.

이 만화의 백미는 갖가지 인물 군상들이 내뱉는 대사와 벼랑 끝에 선, 참으로 냉혹한 현실세계에서 살아남으려는 사람들의 탁월한 심리묘사에 있다. 아무도 도와주지 않고 자신의 결정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가진 선택의 여지는 별로 없다. 가진 자들이 만들어 놓은 것일 뿐. 도박이라는, 그것도 특수한 상황의 도박이라는 설정으로 스토리가 전개되기는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 무한경쟁, 세계경영이 테마인 자본주의 사회의 냉혹함과 별반 다르지 않다. 등등과 같이 인간에 대한 믿음을 별로 전제하지 않은 만화이기에 이런 종류를 좋아하지 않는 분들이라면 좋아하지는 않을 듯. 그러나 지옥의 나락으로 떨어져 가는 카이지임에도 불구하고, 전략적으로 제휴를 맺는 것이라 할지라도 그가 보여주는 일말의 소위 '인간다움'은 냉혹한 현실에 대한 어느 정도의 희망, 인간에 대한 희망을 부여잡고 있는 느낌을 주기는 한다.

솔직히 이런 구구한 설명은 <카이지>를 설명하는데 별반 도움이 되지 않는다. 거칠고 약간은 촌스러운 그림체와 그에 반비례하는 날카로운 심리묘사와 대사, 인간사회,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통렬한 냉소와 비판이 어우러진 작품, 바로 <카이지>를 직접 봐야만 그 묘미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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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국악 길라잡이 문화길라잡이 시리즈 1
이성재 지음 / 서울미디어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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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을 아주 쉽고 재미나게, 그러면서도 필요한 얘긴 잘 추려서 담고 있는 국악 입문서로서는 참으로 괜찮은 책이다. 우리 음악의 여러 갈래를 소개하고, 판소리, 민요를 보다 자세히 소개하고 국악기에 대한 설명도 나와 있다. 또 명창, 명인들도 소개하고 있으며, 기초적이면서도 꼭 알아두어야 할 국악이론들도 알기 쉽게 풀이해 놓았다.

국악에 관심은 있는데 어려워서 손을 못 대고 계시는 분들, 대학 교양수업으로 한국음악, 혹은 전통음악에 관한 걸 들으시는 분들께 이 책을 강력 추천! 한다.

저자가 글을 아주 맛깔스럽게 써서 읽는 사람도 아주 기분 좋고 맛있게 읽어 내려갈 수 있다는 게 이 책의 최대 매력이다. 이 책 한권과 함께 국악 한자락을 듣는다면 문외한이라도 우리 음악의 멋스러움에 취하기 충분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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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행정의 윤리적 쟁점
KENNETH A.STRIKE / 교육과학사 / 199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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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교육행정의 이론을 다룬 딱딱한 많은 책들과는 달리 미국의 학교 현장에서 일어난 실제 사례들을 통해서 실제로 교육행정가가 부딪치는 문제에 관련된 도덕적 개념들이 어떤 것인가를 밝히려고 시도한 책이다.

학교행정 및 경영, 학급경영에 있어서 조직이론, 관리이론 등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중요한 것은 책임을 지고 있는 사람이 각각의 사건과 상황에 따라서 어떠한 판단을 내려야 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필연적으로 윤리적, 도덕적 가치가 적용된다. 더구나 '학교'라는 교육환경에서 이루어지고 그 판단과 결정이 학생들에게, 교사들에게 즉각적으로 미칠 수 있는 것이므로 '교육적인' 영향도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이 책은 바로 이 지점을 콕 꼬집어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은 그 판단의 기준이 되는 가장 기본적이고 큰 잣대를 '원칙주의'와 '결과주의'로 잡고 각각의 사례들을 적용시키고 개념정리를 하고 있다. 총 7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제 1장은 학교행정과 윤리학적 사고, 제 2장은 지적 자유, 제 3장은 개인의 자유와 공익, 제 4장은 교육의 기회균등, 제 5장은 교육평가, 제 6장은 교육적 의사결정의 권한, 그리고 제 7장은 11개의 보충사례들로 이루어져 있다. 7장을 제외한 대부분의 장은 '사례소개-두 입장에 따른 논쟁-중점이 되는 개념-개념을 적용한 분석(핵심)-결론-추가 사례들' 순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각의 사례들도 재미있고 논리 전개가 매우 치밀하고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준다.

교직에 뜻이 있는 사람들, 교육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부모에게도 꼭 필요한 책이다. 교육이란 어느 환경에서도 일어나는 법이니까. 그리고 특히 가정교육이 중요하니까 말이다. 가정경영도 학교경영에서 차용할 만한 꺼리가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매 순간 선택의 기로에 놓이는 凡人의 인생에도 도움이 될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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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 학교 이야기 살아있는 교육 11
윤구병 지음, 변정연 그림 / 보리 / 199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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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학교 이야기>를 읽으며 처음 든 생각은 '이런 것이 학교일 수 있는가?'였다. 공동체 내의 어른들이 선생님이 되고 학교에는 정해진 수업시간도, 숙제도, 학년도 없다. 마을의 모든 환경이 교육공간이다. '무슨 이런 꿈(? 이상적이라는 뜻이 될 수도 있고 허황되다는 뜻일 수도 있다)같은 이야기가 있는가라'고 생각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실험학교가 가지고 있는 이상, 교육관을 생각해보지 않고 단지 현재의 교육환경에서 낯설다는 이유로, 현실성이 적다는 이유로 비판해서도 안될 것이다.

더군다나 대안학교니, 특별학교니 완전자율 사립학교니 하는 것들이 인정받고 생겨나고 있는 교육의 다양화 속에서 <실험학교 이야기>그런 것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실험학교의 아이들이 공부하고 생활하는 내용이 동화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아직 현실 속에 있는 학교는 아니고 저자의 바람을 이상적으로 그려놓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읽히기는 쉽고 재미있게 읽힌다. 그러나 그와는 같은 무게만큼 생각해야 할 거리는 많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실험학교가 가지고 있는 이상, 교육관은 크게 학습자 주도의 자발적 학습이라는 개념과 자연 속에서의 감각체험, 전통과 민족성에 대한 부분 등 세 부분으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각각 나름대로의 의도를 가지고 행해진 것이고 장점과 단점이 있다.

자연 속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이나 학습자가 자발적으로 학습을 하려고 하는 교육 등은 상당 부분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지나친 민족주의의 고양으로 오히려 민족관과 세계관이 왜곡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들고, 자연 속에서의 체험학습을 통한 교육이 감성적인 측면과 자연의 이해에 대한 지식 이외의 이성적 영역과 지식에 대한 면은 어떻게 이끌어낼 수 있는가에 대한 개연성이 부족하다.

그리고 실험학교에서는 교육에 있어 학습자에게 상당한 자유가 주어져 있는데, 여기서의 자유란 '공부를 하기 싫으면 계속 안해도 된다'는 자유가 아니라 '어떤 공부를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가'에 대한 '선택의 자유'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교사의 역할(매우 많지만)은 자유를 그릇되게 이해하는 아이들에 대해서는 분명한 통제를 할 수 있는 것이며, 아이들의 지적 호기심이 충족될 수 있도록 적절한 자극과 교육환경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

실험학교의 교육이 국가적 차원의 제도권의 교육이 되어 많은 아이들에게 돌아가게 되는 것은 힘들 것이다. 국제환경 속에서의 우리나라의 위치나 관계를 고려할 때나 재정적인 문제, 현실적으로 가능한가에 대한 고려 등등을 생각해 보면 더욱 그러하다. 그리고 실험학교 자체에 대한 교육적인 평가 또한 논란의 여지가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단, 실험학교의 교육 중에서 현재 교육의 문제점에 대한 반성적 부분은 충분히 검토하고 받아들일 부분은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모든 교육이 제도권 교육으로 획일화하는 것도 문제가 있겠지만, 그 대안으로 내놓은 교육이 검증받지 않은 채 교육으로 행해지는 것 또한 문제가 있을 것이다. 최근의 추세는 다양한 시도들이 이루어지고 점차 탈제도권화하는 경향을 보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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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류시화 지음 / 열림원 / 199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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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시화의 시는 고등학교 때 배웠던 시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이다. 소월의 시처럼 입안에서 착착 감기며 읖조려지는 가슴시림이나 김광균의 시처럼 읽으면 이미지가 눈앞에 펼쳐지지도 않는다. 그러면서도 류시화의 시는 편안한 호흡을 가지고 술술 읽혀 내려갔다. '시'라고 하면 괜히 어렵고 읽어도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편견이 있는데 류시화의 시는 그런 편견에 대한 반전이었다.

류시화의 시는 일상에서 발견하지 못했던 이미지를 일상에서 친숙한 언어로 만들어 낸다. 그의 시를 읽으면 마치 내가 직접 '어느 여름날 고요한 숲속에서 새둥지를 보러 몰래 다가가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거리에서 혼자 울고 있는 한 남자의 눈물'을 보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의 시어가 독창적인 단어로 구성된 것은 분명 아니다. 별, 구름, 새, 소금.... 그리고 시에 등장하는 많은 낱말들은 내가 일상에서 쓰는 단어이다. 그럼에도 그의 시에서는 일상의 친숙함과 함께 새로운 느낌을 준다. 단어들이 가지고 있는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고 새로운 형태로 조합해서 입안에서 술술 풀어져 나오게 만든다. 산문같기도 한 시들이 읽어보면 나름의 가락과 운율을 가지고 있다. '그리움이 너무 커서 신문처럼 접을 수도 없었다'는 구절은 신선한 공감이었고, <비로 만든 집>은 소리내어 읽었을 때 운율이 매우 경쾌하고 재미있었다.

또 그의 시에서는 삶의 냄새가 느껴진다. 삶에 대한 자신의 고백과 깊은 고민의 결과물이 시로 표현되었다는 것을 그의 시를 읽으면서 느꼈다. 그것이 그만의 삶이 아니라 내 삶 역시, 우리의 삶이 가지는 공통분모라는 생각을 가지면서 말이다.

이해하지 못할 현학적이고 추상적인 언어의 잔치가 되는 시가 좋은 시는 아닐 것이다. 시도 분명 독자가 있고, 모든 문학작품들이 그러하듯 작가와 독자가 작품을 통해 만나고 공감하고 상호작용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작가의 일방통행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대중들이 많이 읽는 시, 쉽게 읽히고 공감을 얻는 시는 시가 아니라는 생각은 어쩌면 '우매한 대중들이 고상한 시에 대해서 얼마나 알겠냐'는 문화 엘리트주의적 발상의 영향이 아닌가 한다.

시는 누구의 전유물이 아니다. 사람들 모두 각자의 삶 속에서 고민을 하고 열심히 살아가고 어떤 시가 나에게 다가오고 감동을 주는 지 알 수 있는 능력은 가지고 있다. '좋은 시'란 나의 삶에 감동을 주고 정서적 감응을 불러일으키는 시라고 생각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류시화의 시는 나에게 참 좋은 시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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