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는 목마름으로 창비시선 33
김지하 지음 / 창비 / 199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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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1학년 도서관에서 만난 김지하의 '타는 목마름으로' 는 노래까지 만들어졌을 정도로 유명한 시이기에 익숙한 제목이었다.

김현의 <한국문학의 위상>을 읽어보면 이런 내용이 나온다. 문학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지만 오히려 그럼으로써 현실의 왜곡과 아픔을 보여준다고... 그리고 비극적인 현실에 가장 올바르게 대항하는 방법은 그 현실 속에서 힘겹게 아름다운 부분을 찾아내 독자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 아니라 현실의 아픔을 극명하게 드러냄으로써 그 아픔과 고통을 더욱 절실하게 드러내고 그것을 극복하게 하는 것이라고...

문학의 가치에 대해서 다시한번 생각해보게하는 대목이었다. 김지하의 '타는 목마름으로' 는 내게 김현씨가 말한 진정한 문학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타는 목마름으로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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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나 홍신 엘리트 북스 64
에밀 졸라 지음 / 홍신문화사 / 199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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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나>는 19세기의 대표적인 자연주의 작가인 에밀졸라에 의해 씌여진 작품으로서 루공 마카르 총서라는 방대한 시리즈의 제 9권이다. 나나의 어린 시절은 제7권 <목로주점>에서 나오는데 여기서 나나는 어린 시절부터 알콜 중독자이자 노동자 출신인 아버지의 구타에 시달리면서 비교적 어린 시절부터 성(性)에 눈뜨게 된다.

제9권은 나나의 성년기를 다루고 있는데 나나는 여기서 연극 배우 겸 고등창녀로서 등장하게 된다. 나나의 이러한 직업은 작가 에밀졸라의 의도된 선택이었다. 19세기말의 고등창녀란 단순한 창녀가 아닌 부르주아 사회에서 성적인 강렬한 이미지를 바탕으로 대중적인 인기를 끄는 존재라는 점에서 성적 이미지를 바탕으로 대중의 우상이 되고 있는, 오늘날로 치면 연예인과 사뭇 흡사한 존재였던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고등 창녀는 초기 부르주아 사회를 묘사함에 있어서 한번 정도는 짚고 넘어가야 할 존재였던 것이다.

세부묘사라는 측면에서 <나나>는 거의 빈틈이 없는 소설이다. 에밀졸라는 당대의 창녀들의 사회를 직접 탐방하고 발로 뛰면서 연구하여 썼다고 한다. 동시대에 살던 인물의 철저한 고증에 의해서 이루어진 작품인 만큼 적어도 세부적인 디테일에 있어서는 거의 문제점이 드러나지 않는 소설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19세기 당시 사회의 성풍속에 관한 사료로 써도 좋을 정도로 치밀하게 당대 현실을 묘사해 내었다. 물론 소설이니 만큼 작가의 상상력과 세계관이 개입된 것은 당연한 결과겠지만 말이다.

이 소설은 세부적인 묘사에 있어서는 당대의 역사적 현실과 거의 대부분 부합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회의 종합적 구조에 대한 파악에 있어서는 에밀 졸라의 야심에도 불구하고 객관적인 과학적 입장을 획득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무엇보다 '성'이라는 것을 바라봄에 당대의 도덕적이고 금욕적인 윤리관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는 점이 한계라고 보인다. 또 하나의 약점은 사회적인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요인으로서 유전이라는 것이 중시된다는 점이다.

이 점은 에밀졸라의 소설들에 내재해 있는 커다란 약점이라고 볼 수 있다. 역사 속에서 계층을 나누는 기준으로 유전이라는, 그 당시에는 충분히 밝혀지지도 않은 개념을 이용한다는 것은 사뭇 위험한 발상이다.

소설이라는 이유로 뭘 그렇게 따지냐고 하는 건 더 위험하다. 소설은 독자에게 그 내용이 현실인 것처럼 받아들이고 무의식화할 수 있는 지대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백 편의 논문 발표보다 단 한편의 드라마가 일반 대중들에게는 진실로 믿게 하는 효과가 큰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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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버 트위스트 - 상 창비교양문고 43
찰스 디킨스 지음 / 창비 / 199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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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에 읽었던 동화, 혹은 만화영화 속에서의 올리버 트위스트 이야기는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착한 심성을 잃지 않고 고난을 이겨내어 결국 행복해지는 감동적인 인간승리였다. 때론 눈물범벅과 안도감, '그래, 역시 세상은...' 하는 가슴이 따뜻해짐을 느끼면서 말이다. 그런데 조금 커서 본 <올리버 트위스트>에서는 그 때 차마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였다. 동화판이나 문고판이 아닌 걸 봐서 그런지는 몰라도 말이다.

어린 시절에는 '올리버가 착하고 심지가 굳으니까 당연하게 행복해지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것도 아닌 것 같다. 올리버가 끔찍한 빈민, 도둑생활을 청산하고 안정된 삶으로 들어설 수 있었던 것은 그 자신의 노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맘씨 좋은 중산층 브라운 씨에 의해서였다. 더군다나 후에 밝혀지는 출생의 비밀을 통해서 원래 올리버의 신분이 중산층이었던 것이 드러남으로써 올리버의 되찾은 행복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게 한다. 그 구원의 주체가 올리버 자신이 아닌 외부 세력, 그것도 자신이 원래 처해 있던 빈민 계층을 착취하고 억압했던 중산층이라는 것과 아울러 결국은 올리버 자신도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그 중산층에 편입되어 버린다는 것이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다. 자신의 노력에 의한 성취나 성공이 아닌, 그야말로 우연한 외계로부터의 구원이고, 그 돌봄의 손을 뻗친 것도 그의 참담한 빈민굴 생활과는 넌무나 거리가 먼 중산층이었던 것이다.

이것이 디킨스의 한계였나 보다. 단지 착함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는… 사회악을 통렬히 고발하기는 했지만 스스로 해결책은 제시하지 못한 채 기존 사회의 통념에 보조를 맞추어 버렸다. 같은 중산층임에도 착취하는 악한 부류와 구원하는 착한 부류를 나누어 놓음으로써 제반 사회악이 그런 일부 개인의 잘못으로 오해할 소지를 남긴 채, 사회 구조적 모순의 문제로 끝까지 끌고 나가지 못한 것이 이 소설, 그리고 디킨스의 결정적인 약점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비판에 나 스스로 대견해 하며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고, 디킨스가 사회적 차원으로 문제를 확대시키지 못한 것이 한계였고 지극히 감상주의적 성향을 가졌다는 것도 모두 공감을 하면서 책을 읽었다. 그런데 황당한 건 다른 한편으로는 그러한 결말에 안도하며 미소짓고 있는 나를 보았다는 것이다. 머리로는 비판을 하면서 가슴으로는 공감하고 동조한다? 이 얼마나 아이러니컬하면서도 우스운 일인가! 내가 아직 학문을 할 자세가 안 된 탓인가? 아니면 역시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명작가의 작품은 그만큼 호소력이 있는 것인가?

뭐, 사실 역사를 공부하는 본인이야 역사적 맥락에서 이런 비판도 하면서 보았지만, 어린 시절의 가슴따뜻한 동화를 되새기고 싶은 사람들이나 좋은 책들을 읽어야 할 어린이들은 이러한 불충한 마음없이 순수하게 읽으면 솔직히 눈물도 나고 감동도 엄청주는 책이다. 본인 역시 머리로는 비판하면서도 가슴으로는 울고 웃었으니 말이다.

다만, 위에서 했던 얘기들을 한 번쯤은 생각해 볼 필요도 있다는 것, 그리고 부모님들이 아이들에게 올리버의 착한 심성을 본받을 것을 교훈삼아 이야기하면서도 당시에 가난한 사람들이 어떻게 고통받았고 어떻게 하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이야기도 해준다면 사고력과 창의력 발달에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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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범우비평판세계문학선 18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김병철 옮김 / 범우사 / 199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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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는 세계문학전집 속에서, 흑백영화로 익히 보아왔던 소설이다. 오래된 소설을 굳이 끄집어내는 이유는 이 작품을 포함한 헤밍웨이의 일련의 소설들이 결코 가볍지 않은, 그리고 아주 중요한 '죽음'에 대한 깊이있는 성찰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헤밍웨이는 제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옆에서 폭탄이 터지는 경험을 하면서, 스페인 내전에 참전하면서 죽음이 언제든지 자신에게 올 수 있다는 공포를 절실히 느낀다. 이러한 그의 경험이 그의 작품에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특히 헤밍웨이의 작품에는 폭력이 많이 사용된다. 이는 헤밍웨이는 폭력 그 자체에 대한 의미를 부여한 것이 아니라 폭력이 극한 상황, 즉 인간으로 하여금 죽음의 문제에 부딪치게 하는 여건으로서 폭력에 대한 의미를 부여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서 헤밍웨이의 궁극적인 관심은 폭력이 아니라 죽음이라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그는 그의 작품 속에서 끊임없이 죽음을 다룬다. 질릴 정도로…

헤밍웨이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쟁에서 정신적·육체적 타격을 입고 전쟁이 파괴한 그들의 모든 가치관이 흐트러져 있는 정신적 폐허 속에서 무엇부터 해야 할 지 모르는 채 반지성적이 되어 의식적으로 모든 것에 무감각해지려 몸부림치고 있다. 그러나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의 로버트는 조금 다르다. 죽음에 대한 공포를 극복하고 죽음 자체를 사랑을 통한 삶을 믿음으로써 영원한 삶의 길을 열어 놓으면서 극복한 것이다. 이 같은 발전은 근본적으로 삶과 죽음이 상반된 것이 아니라는 깊은 이치를 주인공이 깨달음으로써 이루어진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헤밍웨이 자신이, 즉 전쟁세대가 죽음의 공포를 극복하기 위해 죽도록 노력한 고통과 결과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더욱 감동을 준다.

사실 헤밍웨이의 간결명료하고 딱딱한 문체, 거기다 질릴 정도로 잔혹하고 섬뜩한 폭력적인 상황과 엄습해 오는 죽음에 대한 공포는 그의 소설을 마냥 즐겁고 감동적으로 읽게 허락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작품이 오래도록 읽히고 노벨상도 받고 영화로도 만들어지는 이유는 누구나 마음속에 항상 가지고 있는 죽음에 대한 불안과 공포에 대해서 직접 부딪치고 생각하게 만듦으로써 우리 삶의 깊이를 더해주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을 극한 상황으로 몰고 간 전쟁 그 자체 속에서 죽음을 경험하면서 삶과 죽음에 대한 근원적 성찰을 모색함으로써 역설적으로 삶에 대한 희망을 다시금 부여잡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헤밍웨이 작품 속 주인공들의 여정이었던 것처럼, 우리의 삶 역시 그러한 여정을 걸어가는 것이 살아감의 가치를 느끼게 하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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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특강
한국사특강편찬위원회 엮음 / 서울대학교출판부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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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 1부는 시대별로 중점적으로 부각되는 사건들과 그 특징을 시대 순서대로 서술하고 있는데, 시대 구분은 명확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것 같고, 시기별로 주제를 택해 연결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이는 우리 나라 역사를 서술하는 데 있어서 아직 시기 구분 문제를 가지고 학자들 사이에서 논쟁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한 경우라 할 수 있겠다. 그래서 그런지 다소 중간 중간 새로운 내용들로 인해 끊어지는 감이 없지 않아 있었는데, 사실상 다른 어느 통사서에서나 마찬가지로 드러나는 현상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제 2부는 몇 가지 우리 나라 역사에서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을 주제별로 나누어서 각각의 시대적 흐름을 잘 정리하고 있다. 앞서 제 1부의 한계로서 지적했던 것들을 보완하는 데 효과적이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막 들었던 생각은 하나의 '자각'이었다. '한국인의 기원과 국가의 형성'에서 '해방후의 민족사'에 이르기까지 나열되었던 내용들에 대한 사실 이해가 아니라 바로 '역사'라는 하나의 단어가 계속 머리 속을 맴돌고 있음을 느꼈다. 즉, '역사'라고 내가 말하고 공부하고 있는 것들의 실체는 과연 어떠한 것이고, 또한 내가 그러한 것을 가치 판단할 수 있을 만큼의 근거를 과연 가지고 있는 것일까라는 물음들이다. 물론 이것은 이 책 전반에 걸쳐 서술되어 있는 역사적 사건들에 대한 해석들이 옳은 것인지 그릇된 것인지 나 스스로가 판단할 수 있을 만큼의 지식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현실에 대한 변명이 아님을 명확히 해 둔다. 다만 내가 '한국사특강'에 나와 있는 일체의 역사 서술 공간에 뛰어들기 위한 준비로서 짚고 넘어가야 할 스스로에 대한 문제제기라고 하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비록 딱딱한 한국사 전반에 관한 통사요, 개설서이긴 하지만, 한국사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과 체계를 잡아주는 데는 좋은 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좀 더 깊이 읽고 깊이 생각하면 역사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 볼 수 있는, 그리고 한국사회와 한국사에 대한 연결지점을 찾으려는 내면의 시도도 할 수 있는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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