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나 홍신 엘리트 북스 64
에밀 졸라 지음 / 홍신문화사 / 1993년 11월
평점 :
절판


<나나>는 19세기의 대표적인 자연주의 작가인 에밀졸라에 의해 씌여진 작품으로서 루공 마카르 총서라는 방대한 시리즈의 제 9권이다. 나나의 어린 시절은 제7권 <목로주점>에서 나오는데 여기서 나나는 어린 시절부터 알콜 중독자이자 노동자 출신인 아버지의 구타에 시달리면서 비교적 어린 시절부터 성(性)에 눈뜨게 된다.

제9권은 나나의 성년기를 다루고 있는데 나나는 여기서 연극 배우 겸 고등창녀로서 등장하게 된다. 나나의 이러한 직업은 작가 에밀졸라의 의도된 선택이었다. 19세기말의 고등창녀란 단순한 창녀가 아닌 부르주아 사회에서 성적인 강렬한 이미지를 바탕으로 대중적인 인기를 끄는 존재라는 점에서 성적 이미지를 바탕으로 대중의 우상이 되고 있는, 오늘날로 치면 연예인과 사뭇 흡사한 존재였던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고등 창녀는 초기 부르주아 사회를 묘사함에 있어서 한번 정도는 짚고 넘어가야 할 존재였던 것이다.

세부묘사라는 측면에서 <나나>는 거의 빈틈이 없는 소설이다. 에밀졸라는 당대의 창녀들의 사회를 직접 탐방하고 발로 뛰면서 연구하여 썼다고 한다. 동시대에 살던 인물의 철저한 고증에 의해서 이루어진 작품인 만큼 적어도 세부적인 디테일에 있어서는 거의 문제점이 드러나지 않는 소설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19세기 당시 사회의 성풍속에 관한 사료로 써도 좋을 정도로 치밀하게 당대 현실을 묘사해 내었다. 물론 소설이니 만큼 작가의 상상력과 세계관이 개입된 것은 당연한 결과겠지만 말이다.

이 소설은 세부적인 묘사에 있어서는 당대의 역사적 현실과 거의 대부분 부합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회의 종합적 구조에 대한 파악에 있어서는 에밀 졸라의 야심에도 불구하고 객관적인 과학적 입장을 획득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무엇보다 '성'이라는 것을 바라봄에 당대의 도덕적이고 금욕적인 윤리관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는 점이 한계라고 보인다. 또 하나의 약점은 사회적인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요인으로서 유전이라는 것이 중시된다는 점이다.

이 점은 에밀졸라의 소설들에 내재해 있는 커다란 약점이라고 볼 수 있다. 역사 속에서 계층을 나누는 기준으로 유전이라는, 그 당시에는 충분히 밝혀지지도 않은 개념을 이용한다는 것은 사뭇 위험한 발상이다.

소설이라는 이유로 뭘 그렇게 따지냐고 하는 건 더 위험하다. 소설은 독자에게 그 내용이 현실인 것처럼 받아들이고 무의식화할 수 있는 지대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백 편의 논문 발표보다 단 한편의 드라마가 일반 대중들에게는 진실로 믿게 하는 효과가 큰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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