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범우비평판세계문학선 18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김병철 옮김 / 범우사 / 1998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는 세계문학전집 속에서, 흑백영화로 익히 보아왔던 소설이다. 오래된 소설을 굳이 끄집어내는 이유는 이 작품을 포함한 헤밍웨이의 일련의 소설들이 결코 가볍지 않은, 그리고 아주 중요한 '죽음'에 대한 깊이있는 성찰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헤밍웨이는 제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옆에서 폭탄이 터지는 경험을 하면서, 스페인 내전에 참전하면서 죽음이 언제든지 자신에게 올 수 있다는 공포를 절실히 느낀다. 이러한 그의 경험이 그의 작품에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특히 헤밍웨이의 작품에는 폭력이 많이 사용된다. 이는 헤밍웨이는 폭력 그 자체에 대한 의미를 부여한 것이 아니라 폭력이 극한 상황, 즉 인간으로 하여금 죽음의 문제에 부딪치게 하는 여건으로서 폭력에 대한 의미를 부여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서 헤밍웨이의 궁극적인 관심은 폭력이 아니라 죽음이라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그는 그의 작품 속에서 끊임없이 죽음을 다룬다. 질릴 정도로…

헤밍웨이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쟁에서 정신적·육체적 타격을 입고 전쟁이 파괴한 그들의 모든 가치관이 흐트러져 있는 정신적 폐허 속에서 무엇부터 해야 할 지 모르는 채 반지성적이 되어 의식적으로 모든 것에 무감각해지려 몸부림치고 있다. 그러나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의 로버트는 조금 다르다. 죽음에 대한 공포를 극복하고 죽음 자체를 사랑을 통한 삶을 믿음으로써 영원한 삶의 길을 열어 놓으면서 극복한 것이다. 이 같은 발전은 근본적으로 삶과 죽음이 상반된 것이 아니라는 깊은 이치를 주인공이 깨달음으로써 이루어진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헤밍웨이 자신이, 즉 전쟁세대가 죽음의 공포를 극복하기 위해 죽도록 노력한 고통과 결과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더욱 감동을 준다.

사실 헤밍웨이의 간결명료하고 딱딱한 문체, 거기다 질릴 정도로 잔혹하고 섬뜩한 폭력적인 상황과 엄습해 오는 죽음에 대한 공포는 그의 소설을 마냥 즐겁고 감동적으로 읽게 허락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작품이 오래도록 읽히고 노벨상도 받고 영화로도 만들어지는 이유는 누구나 마음속에 항상 가지고 있는 죽음에 대한 불안과 공포에 대해서 직접 부딪치고 생각하게 만듦으로써 우리 삶의 깊이를 더해주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을 극한 상황으로 몰고 간 전쟁 그 자체 속에서 죽음을 경험하면서 삶과 죽음에 대한 근원적 성찰을 모색함으로써 역설적으로 삶에 대한 희망을 다시금 부여잡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헤밍웨이 작품 속 주인공들의 여정이었던 것처럼, 우리의 삶 역시 그러한 여정을 걸어가는 것이 살아감의 가치를 느끼게 하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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