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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과 나의 사막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43
천선란 지음 / 현대문학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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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과 나의 사막은 생명이 살지 못하는 척박한 사막을 배경으로, 심장이 있을 자리에 엔진이 자리하는 로봇 고고의 여정과 함께 이야기가 전개된다.

작가의 키워드라고 함은 단연 SF가 빠질 수 없을 텐데, 어느 순간부터 나는 그의 소설을 장르에 국한하고 싶지 않아졌다. 전작을 읽고 작가가 지구를 구성하는 모든 존재를 사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는 감상을 한 적이 있다. 그리고 랑과 나의 사막을 읽으며 한 가지 확신이 추가되었다.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 역시 세상을 사랑하고, 사랑으로써 세계를 구축해 나간다. 그게 아주 작은 세계일지라도.

발견되지 않았다면 오래도록 모래에 파묻혀 있었을 고고를 꺼내 이름을 붙여준 랑부터 그런 랑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겠다는 마음으로 여정을 떠난 고고, 그리고 그 여정에서 만난 이들 모두 무언가 또는 누군가에게 애정을 가지고 있음을 느꼈다.

고고는 인간처럼 사고할 수는 없을지라도 인간처럼 감각했다. 고고를 둘러싼 이들은 그에게 이름을 붙여 주고 고고에게 또 다른 존재 이유를 만들어 주었다. 너무나도 다른 존재들이 공생하는 이야기, 그게 천선란표 이야기다. 그러므로 천선란 작가는 사랑이라는 직접적인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도 사랑을 그려 낼 줄 아는 작가라고 나는 생각한다.

'나는 이게 더 마음에 들어. 그러니까 이걸 고고가 가져.' (41)
조개껍질 두 개, 전부 랑에게 주었으면 됐다. (44)

좋은 문장은 너무 많았지만 특히 이 대목, 같은 마음이지만 각각의 방식으로 표현된 이 대비감이 재미있었다. 방식은 달랐지만 결국 같은 줄기였던 이 마음처럼 랑은 태어나고 고고는 만들어졌지만 서로로 인해 목적이 생겼다는 것과 그 목적이 서로에게 위안이 되었음은 자명한 사실 같다.

마지막으로, 읽으면서 소중한 기억을 나도 함께 조심히 더듬어 가는 기분이었다. 감정이 없는 로봇이라는 설정이 책 후반부까지 자세히 표현되어 있는데도 어쩐지 고고의 애정이 느껴져 초반부터 찡했다!


해당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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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간주문
후지사키 사오리 지음, 이소담 옮김 / 현대문학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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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었던 때도 고민했던 때도 잠들지 못했던 때도, 책은 늘 곁에 있어주었다. (11p)


나는 뭘 해도 어중간하다. 그렇게 생각하기에 노력을 기울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고 깨달은 1년 반이었다. 재능 있는 사람이 1시간이면 하는 일을 나는 10시간을 들여도 못 한다면, 100시간을 들여도 괜찮다. 실패하면서 얼마든지 더 노력하면 된다. 왜냐하면 나는 천재가 아니니까. 이런 생각이 내 나름대로 앞으로 나아가는 방식임을 똑똑히 알 수 있었다. (179p)


학창시절부터 가정을 이룬 현재까지, 막 꿈을 꾸기 시작해 꿈을 좇아 마침내 이룬 시점까지 그녀의 모든 순간을 함축해 담고 있다. 저자는 책에서 학생, 여성, 밴드의 멤버, 필드의 신입, 아이의 엄마 등 다양한 카테고리로 정의된다. 그런 그녀의 곁에는 늘 책이 함께하는데 그 책장을 살짝씩 보여 주며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


그저 담담하게 삶의 어느 순간을 이야기하는 방식이 좋다. 단지 회고할 뿐인 그녀의 방식이 동시에 나의 어느 순간을 떠올리게 했고 스스로 하여금 도닥이게 만들었다. 에세이 특유의 메시지를 전하려는 작위적인 느낌이 없어서 완독할 수 있었다.


잠들기 어려운 밤에 한 장씩 읽었다. 어쩌면 책이 늘 그녀의 곁에 있어주었듯 그녀도 누군가의 곁에 있어주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지금 작은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책!



해당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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