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명하는 사랑
파올로 조르다노 지음, 한리나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와 아내 노라는 일과 가정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찾지 못해 대립한다. 그들에게는 불투명한 계약 여부와 커리어 단절 같은 현실적인 문제가 존재하고, 뿐만 아니라 연애 시절부터 서로간 느꼈던 극명한 차이점이 존재한다는 것을 소설은 점진적으로 보여 준다. 이때 가사도우미 A 부인이 등장하며 평화를 유지하는 듯 보이지만, 그녀가 병마가 싸우게 되며 한시적 평화에 그친다.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내밀한 속사정을 공유하고 있기는 하나 A 부인은 결코 가정의 구성원은 될 수 없다. A 부인의 집에 초대받았을 당시 내가 묘한 계층 차이를 떠올리고 그녀가 그만두겠다는 의사를 전했을 때 노라가 성가심을 느꼈다는 대목이 그 사실을 알린다. 재미있는 점은 이렇듯 외부인에 불과한 A 부인의 부재가 이들 가정이라는 내부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A 부인이 없는 그들은 일촉즉발의 상태 같다. 그 변화와 미세한 균열을 좇으며 읽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A 부인은 우리를 하나로 잇는 유대감의 유일한 증인이었다. (중략) 그녀의 시선 없이는, 우리는 위험에 빠진 기분이었다. (36)


증명하는 사랑을 한 줄로 표현하자면 예상을 빗나가는 소설이라고 말하고 싶다. 단순히 사랑에 대해 기술하는 내용일 것이라고 추측했으나 아니었다. 공식 하나 없지만 마치 풀이 과정을 들여다보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사랑에 대해 증명하고 만다. 깨지거나 부서지지 않고도, 사랑으로 사랑에 도달한다.


보기 드문 강렬함이 존재하는 소설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