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빛을 따라서
권여름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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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빛을 따라서는 은동이가 할머니의 비밀을 우연히 알게 되고 이후 본인의 비밀도 지키려고 모종의 거래를 진행하면서 시작된다. IMF를 배경으로 하지만 그 점을 지나치게 극대화하지 않고 그저 한 가족의 일상과 한 철을 보여 주는 방식에 나의 이야기처럼, 내 이웃의 이야기처럼 빠져들었다.

은동이네 가족이 운영하는 필성슈퍼는 어느 날 고장에 출사표를 던진 엉터리마트 때문에 위기에 봉착한다. 개업 첫날 계란을 나눠주고 에드벌룬으로 홍보하는 등 큰 규모의 엉터리마트의 성황을 필성슈퍼가 막아낼 방법은 없는 듯싶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는다. 두부 한 모라도 배달하고 배추 한 포기라도 절여 주면서 위기의 시절을 지나간다. 개인적으로 이 대목을 이겨 낸다고 적어야 할지, 극복한다고 적어야 할지 많은 고민을 했다. 왜냐면 특이하게도 은동이네 가족은 좌절하지도 그렇다고 애써 힘을 내지도 않고 묵묵히 나아갈 뿐이며, 위기를 넘긴들 막강한 해피 엔딩이 기다리지고 있던 것도 아니기 때문에. 그저 일상이 계속되는 것이다.

이 점이 나는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그저 계속되는 것. 설령 또 다른 위기가 기다리고 있을지라도, 딱히 대단한 승리는 아닐지라도. 그저 평화로운 일상을 지속하기 위해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는 것. 어쩌면 내 모습이고 내 주변의 모습일, 삶의 속성 같은 부분들. 바로 이런 점들 때문에 은동이와 그 가족들이 가깝게 느껴졌을까. IMF의 무게를 직접 짊어진 적 없는 나지만 어쩌면 좌절할 시간도 없었을 그때의 무게를 간접적으로나마 짐작할 수 있었고, 인물들의 배움을 응원하고 좌절에 마음 아파하며 읽었다.

중간중간 가족을 둘러싸고 있는 빛을 느낄 수 있었는데, 책의 제목처럼 작지만 환하고 따뜻한 빛이었다. 감정과 체력 소모가 많은 연말, 일상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숨을 톺아보고 싶은 분들께 추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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