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교육을 잃은 사회 ㅣ 배영사 교육신서 87
마빈 토케이어 / 배영사 / 1990년 4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부제를 '유태인이 본 일본의 교육' 정도로 함이 어떨가 한다. 저자 마빈 토케이어는 유태계 미국인으로서, 일본의 교육 현실에 대해 거침없는 질타를 가함으로서 왜곡된 일본 사회의 가치관과 교육 행태를 비판한다. 제목 <교육을 잃은 사회>는 다름 아닌 일본을 의미한다. 한편으로 그는 유태인들의 교육 방식을 비교하여 소개함으로써 교육의 본질에 합당한 대안을 제시하려고 노력한다.
이 책에서 다루는 대상은 일본의 교육 현실이지만 그 내용은 지금 우리나라의 모습과 너무나 흡사하다. 이 책에서 '일본'이라는 글자를 '한국'이라는 글자로 바꾸더라도 그것이 바뀌었음을 아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듯 하다. 가혹한 수험공부, 과도한 과외비와 사교육 시장, 지식이나 정보를 학생들의 머리 속에 무작정 집어넣는 식의 학습, 공부는 합격하기 위해, 또는 취직하기 위해 하는 것이라는 인식... 이 모든 것들은 지금 우리의 모습과 다름이 없다. 일본이나 우리나 학부모들이 기대하는 학교는 교육의 장이 아니라 입시 훈련의 장이다.
그러한 교육의 왜곡은 당연히 학교 내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저자는 일본의 가정 교육을 보고 있노라면, 아이들을 마치 동물처럼 다루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표현한다. 그리 바람직해 보이지도 않은 하나의 목표를 설정해 두고 오직 그것을 향해 끊임없이 채찍질한다. 일본에서는 부모의 역할과 책임이 수험 공부에 의해서 모두 해소되는 듯이 보인다. 그러나 진정으로 부모의 책임을 생각해 본다면, 가정을 수험 공부하는 학원 자습실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인간 교육의 장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전후의 일본이나 우리나라에서는 전통적인 가치관을 파괴하는 것이 민주화이며 근대적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그것과 대체하여 실생활에 뿌리를 내릴 수 있는 어떤 가치체계를 마련하지 못했으며 그렇다고 외국에서 빌려올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가치관이라고 하는 것은 생활문화와 결부되어 있는 것이라야 한다. 단지 문화의 서구화를 꾀하는 것은 될 수 있어도 일본이나 우리가 서구가 된다는 것은 절대로 있을 수 없다. 하나의 민족이 수천 년에 걸쳐 만들어낸 생활문화는 중요한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전통을 소중히 하지 않는 일본인의 태도를 큰 문제라고 여기며 진정으로 염려한다.
이 책은 전반적으로 유태인의 방식을 지나치게 미화하거나, 간혹 패권주의적 냄새가 풍기기는 부분도 있다. 또한 효과적인 교육을 위해 남녀 출생 순서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거나, 그에는 여러 비방이 있다는 식의 비합리적인 면모도 보이는 점이 아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 저자가 일본 교육에 대해 행한 비판과 유태인의 교육 방법이 던지는 시사점을 무시하기에는 우리 교육의 황폐화가 너무나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