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살아 있는 것들을 위하여 - 숲과 평원과 사막을 걸으며 고통에서 치유로 향해 간 55년의 여정
배리 로페즈 지음, 이승민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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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리 로페즈의 사후 에세이 모음집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을 우리 스스로를 돌보는 마음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설득합니다.

영어 원제는 Embrace Fearlessly the Burning World입니다. 곧이곧대로 해석하자면 "불타는 세계를 두려움 없이 끌어안자!"네요. 로페즈의 제목을 보자니 불편한 마음이 없지 않습니다. 세기말 지구에 경종을 울리는 건가? 종교적인 글인가? 지옥의 묵시록? 사실 이 순간에도 지구 어는 곳에서는 화재로 인해 초목과 인명의 피해가 끊이지 않지요. 로페즈는 물리적인 화재를 포함한 우리 마음가짐도 불타오르듯 불안정하지만 기꺼이 조우하고 끌어안자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일단 지구의 온난화 현상으로 물리적인 불타오름에 관해 짚어봅시다. 지구 온난화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의 풍경을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급변하는 변화 속에서 우리의 시간은 제한되어 있는데요. 그 변화에 대처하는 내 모습은 너무 초라하고, 약해빠졌습니다. 어찌할 도리가 없는 듯 무력해집니다.


여기 살아있는 것들을 위하여

그럼에도 이 상반된 현실에 직면하여 동세대를 산 로페즈는 최선을 다해 온 맘으로 불타오르는 세상과 마주하고 절망이 가득할 것 같은 이 세상을 축복하며 살다 불속으로 꺼져갔습니다. 그는 명망 있는 자연 작가였습니다. 그가 죽고 난 후 남겨진 '여기 살아있는 것들을 위하여'라는 생전 그의 활동에 걸맞은 자연에 고마움을 표하고 마지막 인사를 고하는 서정적인 작품으로 비칩니다. 다만 원제에 비해 우리말로 번역된 제목은 느낌이 사뭇 정적이어서 저는 늘 그렇듯 원제 '용감하게 불타오르는 세상을 포옹하라(Embrace Fearlessly the Burning World)'가 더 마음에 와닿습니다.

1989년부터 로페즈의 생을 마감한 2020년의 마지막 해까지 이어진 이 에세이들은 미국 서부를 묘사한 사진집에 대한 반응, 서부 작가 월러스 스테그너에 경의를 표하는 내용, 로페즈 자신의 세계적 탐험 등 다양한 소스에서 비롯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모여 현대 세계를 세심하게 관찰한 철학적인 관찰자의 행동과 마음을 이해하게 해줍니다. 로페즈는 자신의 삶의 사명이 우리 인간이 조물주로부터 받은 것을 알고 사랑하며, 다른 이들에게도 똑같이 하도록 격려하는 것이라고 서사합니다.

로페즈가 지구를 탐험하면서 외적인 경관에 못지않게 자연 내면의 풍경에도 주목했습니다. 한 편의 에세이에서 캘리포니아의 지형은 그에게 어린 시절의 자유를 상기시키며 로스앤젤레스 주변이 아직 농업지대였던 시절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그에게 아동 학대자로부터 받은 상처와 그 상처가 수십 년 동안 그를 어떻게 형성했는지에 대한 성찰로 이어집니다. 아픈 유년 시절이지만 자연이 그를 버틸 수 있게 도와주었네요.


여기 살아있는 것들을 위하여

이 모음집은 집중적인 시선을 집으로 되돌리며, 로페즈가 오레곤 숲에서 50년 동안 살았던 곳과 그의 종말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깨달음을 강조합니다. 그에게 오레곤은 자아 바깥의 세계와 가장 오래 대화를 나눈 장소로 남아있습니다. 자연과 한 몸이 되는 삶 - 평안과 고요함이 느껴집니다.

'여기 살아있는 것들을 위하여'라는 우리가 어떻게 자연을 보존하고, 그 자연 안에서 우리를 알아가며 좀 더 적극적으로 자연을 돌보고 끌어안아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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