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이 상반된 현실에 직면하여 동세대를 산 로페즈는 최선을 다해 온 맘으로 불타오르는 세상과 마주하고 절망이 가득할 것 같은 이 세상을 축복하며 살다 불속으로 꺼져갔습니다. 그는 명망 있는 자연 작가였습니다. 그가 죽고 난 후 남겨진 '여기 살아있는 것들을 위하여'라는 생전 그의 활동에 걸맞은 자연에 고마움을 표하고 마지막 인사를 고하는 서정적인 작품으로 비칩니다. 다만 원제에 비해 우리말로 번역된 제목은 느낌이 사뭇 정적이어서 저는 늘 그렇듯 원제 '용감하게 불타오르는 세상을 포옹하라(Embrace Fearlessly the Burning World)'가 더 마음에 와닿습니다.
1989년부터 로페즈의 생을 마감한 2020년의 마지막 해까지 이어진 이 에세이들은 미국 서부를 묘사한 사진집에 대한 반응, 서부 작가 월러스 스테그너에 경의를 표하는 내용, 로페즈 자신의 세계적 탐험 등 다양한 소스에서 비롯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모여 현대 세계를 세심하게 관찰한 철학적인 관찰자의 행동과 마음을 이해하게 해줍니다. 로페즈는 자신의 삶의 사명이 우리 인간이 조물주로부터 받은 것을 알고 사랑하며, 다른 이들에게도 똑같이 하도록 격려하는 것이라고 서사합니다.
로페즈가 지구를 탐험하면서 외적인 경관에 못지않게 자연 내면의 풍경에도 주목했습니다. 한 편의 에세이에서 캘리포니아의 지형은 그에게 어린 시절의 자유를 상기시키며 로스앤젤레스 주변이 아직 농업지대였던 시절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그에게 아동 학대자로부터 받은 상처와 그 상처가 수십 년 동안 그를 어떻게 형성했는지에 대한 성찰로 이어집니다. 아픈 유년 시절이지만 자연이 그를 버틸 수 있게 도와주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