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의 인문학 - 천재들의 놀이터, 2023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
박중환 지음 / 한길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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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숲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크게 숲, 지구, 도시 챕터로 나뉘어져 있는데, 숲 챕터에서는 우리가 소위 말하는 천재들이 어린 시절부터 숲에서 많이 뛰어놀거나 시간을 보냈다는 것을 그들의 삶과 업적에 대한 내용과 함께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지구 챕터에서는 숲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다. 지구에서 숲이 언제, 어떤 과정을 거쳐 출현했으며 고대, 중세, 근대, 현대로 오면서 어떻게 인간과 관계를 맺어왔는지, 그리고 지구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가 담겨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도시 챕터에서는 숲과 초원이 파괴되고 있는 과정과 전 세계의 도시 안에 있는 아름다운 공원을 소개한다. 또한 숲의 모습들이 예술에 어떻게 녹아들었는가에 대해서도 함께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며 숲이 얼마나 인간에게 중요한지를 많이 느낄 수 있었다. 숲을 보호해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지만 늘 어른들의 잔소리처럼 느껴졌는데, 오랜 옛날부터 인간에게 숲이 어떤 의미였고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알게 되고 나니 우리 주변의 숲들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졌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나에게 ‘숲’은 어떤 의미였는지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초록색을 좋아하는 나에게 숲은 힐링의 공간이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정말 공부가 너무 힘들고 지쳤을 때 부모님과 함께 드라이브를 많이 다녔다. 공부가 바쁘다 보니 멀리 가지는 못했고 그냥 우리 동네의 댐 근처 공원에 자주 갔었다. 숲이라고 말하기도 민망할 정도의 크기이지만 나름 작은 연못과 파릇파릇한 풀들이 자라있고 키 큰 나무들도 군데군데 서있는 공원이었다. 엄마, 아빠는 커피를 손에 들고, 나는 좋아하는 달콤한 음료를 들고 공원 내 벤치에 앉아서 마시기도 하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산책을 즐기기도 했다. 멀리 여행을 떠난 것도 아니지만 도시와 멀어진 자연 속에 내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좀 더 편안해지고 기분도 좋아졌던 것 같다. 서울에서 살고 있는 지금도 나는 숲과 산책을 좋아한다. 서울숲이 좀 멀기는 하지만 가끔 가면 마음도 편안해지고 예전 고등학교 시절 생각도 많이 난다. 초록 빛깔로 가득한 세상 속에서 나는 좀 더 안정감을 느끼고 자유로움을 만끽한다. 


우리 모두에게 숲은 개인적인 이유에서든, 환경적, 사회적 이유에서든 매우 중요하다. 실제로 미국 센트럴 파크를 만들지 말지 논의가 되던 중 도심 한 복판에 꼭 그렇게 큰 숲이 있어야겠냐는 의견이 나왔다고 한다. 차라리 그 공간에 더 많은 집과 건물을 올리는 게 효율적이지 않겠느냐는 말이었다. 그러나 그 논의에 참석했던 건축가의 한 마디가 숲 조성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입을 꾹 다물게 했다고 한다.


“만약 우리가 숲을 조성하지 않는다면, 여기에는 이 공원만한 크기의 정신 병원이 들어서야 할 겁니다.”


숲이 인간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를 잘 표현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도심에도 더 많은 숲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그게 어렵다면 내가 직접 다양한 숲을 찾아가거나 등산을 가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앞으로 더욱 다채로운 자연의 초록색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늘려가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숲의 중요성과 숲이 파괴되고 있음을 생생하게 배운 만큼 나는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고민해보고, 행동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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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리가 죽었대 - 제3회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 대상 수상작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
서경희 지음 / &(앤드)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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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처음 ‘김 대리가 죽었대’라는 책의 제목과 간단한 책 소개를 보았을 때, 나는 오랜만에 추리소설을 읽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회사에서 김 대리가 죽었고 회사 사람들이 김 대리의 죽음을 파헤치는 내용일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실제로 이 이야기는 김 대리가 죽었다는 전화를 받았다는 누군가의 말 한 마디로 시작된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뭔가 상황은 어수선해진다. 전화를 제대로 받은 게 맞는지, 도대체 누가 정확하게 전화를 받은 건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김 대리와 같은 부서의 사람들 모두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거나 누군가에게 들은 것일 뿐이라는 말들을 반복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상황이 정리되었는지는 모르지만 같은 부서 팀원들은 ‘어쨌든’ 김 대리가 죽었다고 생각하기로 한다. 그리고 그들은 이제 ‘왜 김 대리가 죽었을까’를 고민하기 시작한다. 김 대리의 아버지로 추정되는 인물(정말 아버지인지는 모르겠다)에게 전화를 걸어보지만 제대로 된 답변을 들을 수 없었고 나름대로 자신들에게 김 대리가 어떤 인물이었는지를 회상한다. 김 대리는 좋은 사람이었던 것 같다. 회사 사람들을 위해 정성껏 커피를 타주고 매일 아침 청소를 도맡아 했다. 회사의 버려진 공간을 멋지게 리모델링해서 직원들만의 공간을 만들었고, 이를 계기로 방송 출연도 하였다. 뿐만 아니라 몸도 근육질이고 키도 크고 얼굴도 잘생겼다. 특히 운동을 잘해서 회사 사람들에게 PT를 해주기도 했다. 동료들의 고민도 잘 들어주고 힘들어할 때 같이 술도 먹어주며, 곤란한 상황에 빠진 강지훈을 구해주기도 한다. 그는 매우 유능하고 완벽한 사람인 것 같다. 그의 죽음의 비밀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정보들이 쏟아진다. 박종식 팀장의 갑질 때문에 자살한 거다, 우울증을 원래 앓고 있었다, 최민희 과장과 바람이 났다 등등 온갖 정확하지 않은 소문이 난무하며 사무실을 들썩거리게 한다. 그 모든 소문들이 다 정확하지 않고 오히려 거짓에 가깝다는 것이 밝혀지자 이번엔 또 다른 소문이 돈다. 김 대리의 동창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전화를 해서 그는 사실 학교폭력의 가해자였고 여자친구를 임신시킨 적이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불법PC방에 다니는 것을 본 적이 있다는 말이나 유흥주점을 밥먹듯 다닌다는 말까지 돌면서 도대체 김 대리는 어떤 사람이었는가에 대해 물음표가 생기게 된다. 

팀원들은 무수한 소문에 휩쓸리며 이리저리 흔들리고 서로 다투고 의심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이제는 더 이상 아무도 김 대리가 왜 죽었는지에 대해 관심이 없다. 실컷 물고 뜯고 다 하고 나서 더 이상 볼 일이 없다는 듯 다른 가십거리로 눈을 돌린다. 이 책을 덮고 나면 물음표가 가득하다. 김 대리는 정말 죽은 게 맞긴 한 걸까? 김 대리는 좋은 사람인가, 나쁜 사람인가? 김 대리가 만약 정말 죽은 것이라면, 그는 왜 죽었나?


이 책은 현대 사회에서 가짜 뉴스가 어떻게 몸집을 부풀리며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사람들은 의심하지 않고 쉽게 믿어버린다. 그리고 진실보다는 더 자극적인 요소들을 찾아서 그것을 물어뜯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 관련 주제에 흥미가 떨어지면 진실의 목소리에는 귀기울이지 않고 다른 자극적이고 재미있는 주제를 찾아간다. 이 모든 과정이 우리에게는 너무 쉽다. 하지만,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그 과정에서 부풀려지고 지어내지는 거짓들에 상처입는 수많은 사람들이다. 아무도 자신의 말을 들어주지 않고 자신에게 비난을 쏟아내기 바쁜 상황이 그들에게는 너무 고통스럽고 괴로울 것이다. 쉽고 빠른 거짓에 현혹되기는 쉽다. 그러므로 우리는 보여지는 텍스트 너머의 사람과 진실을 알 수 있을 때까지 시간과 공을 들이는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기꺼이 진실로 향하는 더욱 힘들고 고단한 길을 택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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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아이들
한요나 지음 / &(앤드)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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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한요나 작가님의 SF소설이다. 환경오염으로 좋은 햇볕을 마음대로 누릴 수 없는 세상이 되고, 이로 인해 아이들의 외모가 달라지게 된다. 여러 구역으로 나뉘어진 생활 공간에 인공 오존 기술로 양질의 햇볕을 충분히 쬐고 살아가는 1구역이 가장 높은 계층이 살아가는 공간이다. 그들은 빛을 잘 흡수하는 새카만 머리칼과 검은 눈동자, 빛을 많이 쐬었다는 증거인 주근깨 등 외모적 요인으로 서로를 평가하고 등급화한다. 즉 머리카락과 눈동자가 까말수록 높은 계층인 것이다. 그래서 밝은 갈색이나 노란색, 빨간색 머리카락을 가진 아이들은 낮은 계층으로 분류되어 차별당하는 일이 빈번하다. 몇몇 아이들은 햇볕을 많이 받고 자라는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주근깨 문신을 하는 등의 노력을 하기도 한다.

‘태양의 아이들’은 이러한 세상 속에서 1구역의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는 아이들의 이야기이다. 새빨간 머리색과 초록 눈동자를 가진 소외등급의 주하와 아주 검지도, 그렇다고 엄청나게 눈에 띄지도 않는 3구역 출신의 하루가 만나 친해지고 우정을 쌓는 이야기이다. 그들은 초반에 주하를 괴롭히는 반 아이들에게서 하루가 주하를 도와주면서 친해진다. 주하가 워낙 눈에 띄고 특이한 외모였기에 많은 아이들이 주하를 차별하고 괴롭혔다. 그리고 이 세계에서 태양 에너지처럼 쓸 수 있는 럭스를 암거래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주하의 머리카락이 럭스를 가지고 있고 주하가 럭스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이 암암리에 알려지면서 학교의 일진 무리들이 주하를 협박하고 괴롭히는 일들이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 처한 주하를 하루가 도와줌으로써 그들은 함께 많은 이야기를 하고 친해진다. 그러면서 하루는 주하가 사실 C.O.S라는 것을 알게 된다. C.O.S.는 ‘Children of Sun’의 줄임말로, 태양의 아이들이라는 뜻이다. 이들은 럭스를 만드는 탁월한 재능과 다쳐도 금방 회복되는 치유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들은 점점 마음을 나누며 우정을 쌓게 되는데, 어느 날 주하의 출신 구역인 5구역에서 태양의 아이들과 관련한 문제가 일어나고, 5구역 소속의 많은 태양의 아이들이 위험에 노출되게 된다. 주하는 하루와 함께 태양의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갈등이 발생하고 있는 5구역으로 출발하는데 과연 이들은 5구역의 혼란 속에서 태양의 아이들을 구할 수 있을까.

대학생이 된 지금, 청소년들의 우정을 보고 있으면 참 맑고 티없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너무 생각이 많고 두려움도 큰데, 아이들은 별로 외부적인 것들을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친해지고 싶으면 다가가는 거고, 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는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예전에는 나도 그렇게 지냈던 것 같은데 이제는 자신도 없고 에너지도 부족하다. 그래도 예전의 친구들과 놀았던 일들을 돌이켜보거나, 다른 아기들이 친구를 만들고 함께 노는 것을 지켜보고 있자면 부럽다. 어떤 계산적인 마음 없이, 두려움 없이 마음 가는 대로, 진심을 다해 친구와 지낼 수 있다는 것이 대단하게 느껴진다. 물론 나도 막 계산적으로 우정을 쫓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더 많은 사람들을 알아야 한다는 의무감에 힘들어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 것들을 고민하지 않을 수 있는 자연스러움과 풋풋함이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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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 수 없는 밥 한 그릇 - 허기를 달래주는 아련한 추억의 맛
박완서 외 지음 / 한길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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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은 우리에게 그저 먹는 것이 아니다. 물론 가끔은 빠르게 끼니를 때우기도 하고 바쁜 일 때문에 식사를 거르기도 하지만 우리는 대체로 음식을 먹으며 살아간다. 우리에게 음식은 여유일 때도 있고, 일상의 소소한 행복이 되기도 한다. 가끔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기도 하고 어머니의 사랑이기도 할 것이다. 사람마다 모두 음식에 부여하는 가치와 의미에는 차이가 있겠지만 음식이 그저 배를 채우기 위한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음을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은 다양한 사람들의 밥 한 그릇 이야기를 담았다. 오랜 시간 다양한 음식을 먹어온 우리이지만, 잊을 수 없는 한 끼는 존재하기 마련이다. 이 책에서는 소설가 박완서부터 요리사 박찬일까지 다채로운 직업을 가지고 삶을 살아온 사람들의 잊을 수 없는 밥 한 그릇과 그 밥에 얽힌 이야기들을 담아내었다.

책을 읽다보면 글쓴이마다 기억에 남는 음식은 모두 다르지만 대다수의 글쓴이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있다. 그래도 어머니가 해주신 밥이 최고라는 것이다. 비싼 고급 재료만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요리를 전문적으로 배운 것도 아니지만 어머니가 차려주신 식사, 소위 엄마 밥은 뭔가 분명히 다르다. 물론 오랫동안 먹어와서 내 입맛에 익숙하기에 어머니께서 해주신 밥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것이 당연하다고 말하는 것도 맞는 말이다. 햐지만 그냥 많이 먹어서 익숙해진 것이라고 말하기엔 그 안에 담긴 것들이 너무 많다. 자식을 아끼는 마음, 건강하게 잘 챙겨먹기를 바라는 마음, 밥 먹을 때만이라도 얼굴 한 번 더 보고 싶은 마음. 그 마음과 정성이 있기에 우리는 아무리 산해진미를 맛보고, 비싼 식당에서 고급 음식을 먹더라도 결국 돌고돌아 집밥을 찾게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나에게도 잊을 수 없는 밥 한 그릇은 참 많다. 그 중에서도 두 가지 정도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첫 번째는 엄마의 김치찌개이다. 사실 김치찌개는 참 평범한 음식이다. 들어가는 재료도 집마다 거의 비슷하고 국물을 내는 방식도 거기서 거기다. 그렇지만 오랫동안 서울에서만 머물다가 본가로 돌아갔을 때 나는 가장 먼저 엄마의 김치찌개를 찾게 된다. 서울에도 김치찌개는 많다. 심지어 엄마가 해준 김치찌개보다 훨씬 더 자극적이고 맛있는 김치찌개도 많다. 그러나 나에게는 엄마의 김치찌개가 최고인 것 같다. 나트륨이 많아 짠 국물은 적게 주고 딸이 좋아하는 돼지고기 건더기와 김치를 가득 담아 내어주는 한 그릇. 그 안에 엄마가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 다 담겨있어서 나는 그저 꼭꼭 씹어 삼켜서 엄마의 따뜻한 마음을 내 몸 속 곳곳으로 전하면 된다. 가끔 본가로 내려갈 시간이 없지만 엄마의 김치찌개가 그리울 때 엄마에게 전화를 걸면, 그날 엄마가 미리 한솥 끓여둔 김치찌개를 1인분씩 포장에서 꽝꽝 얼려서 그 다음날 택배로 부쳐주신다. 엄마의 사랑이 가득 담긴 김치찌개를 서울에서 맛보는 기쁨이란, 엄마와 같이 먹는 것만은 못해도 힘든 서울살이를 버티게 해주는 원동력이 된다.

두 번째는 마라탕이다. 나는 마라탕 메이트가 있다. 나에게 마라탕을 고등학교 때 전수해준 스승님인데 같이 상경을 하게 되어 마라탕이 먹고 싶은 날에는 늘 서로를 찾는다. 나에게 마라탕은 신선함이면서도 학창시절을 생각나게 하는 음식이다. 고등학교 내신 시험이 끝나고 나의 마라탕 메이트와 다른 친구들 몇이 모여서 몰래 마라탕을 시켜먹기로 했었다. 당시 우리 학교는 배달 음식을 금지했기에 우리는 학생들이 다 떠난 교실 중에서도 선생님들이 절대 방문하지 않으실 것 같은 곳을 찾아서 마라탕을 먹기로 했다. 무사히 마라탕을 받고 뚜껑을 열고 먹고 있었는데 갑자기 학주 선생님이 벌컥 교실 문을 열었다. 우리는 순간 얼음이 되었고, 그 이후 선생님의 폭풍 잔소리가 이어졌다. 물론 혼나서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그때 규율을 어겨가며 시켜먹은 마라탕은 답답했던 고등학교 3학년 시절의 작은 일탈로서 나를 버티게 하는 힘이 되어주었고 그때의 그 해방감을 잊지 못해 나는 아직까지도 마라탕을 좋아하고 있다.

 모두에게도 나처럼 잊을 수 없는 밥 한 그릇이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어보면서 자신만의 밥 한 그릇을 떠올려보면 어떨까? 예전 추억들도 새록새록 생각나서 즐거운 시간이 될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우리에게 잊을 수 없는 밥 한 그릇이 더 많아질 수 있도록, 좋은 사람들과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을 나누며 더욱 행복한 삶을 가꾸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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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 수 없는 밥 한 그릇 - 허기를 달래주는 아련한 추억의 맛
박완서 외 지음 / 한길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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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은 이야기이고 어머니이고 사랑이고 아끼는 마음이다. 내가 무엇을 먹는지가 곧 나라는 말이 있듯 우리가 먹은 수많은 음식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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