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 대리가 죽었대 - 제3회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 대상 수상작 ㅣ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
서경희 지음 / &(앤드) / 2023년 7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처음 ‘김 대리가 죽었대’라는 책의 제목과 간단한 책 소개를 보았을 때, 나는 오랜만에 추리소설을 읽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회사에서 김 대리가 죽었고 회사 사람들이 김 대리의 죽음을 파헤치는 내용일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실제로 이 이야기는 김 대리가 죽었다는 전화를 받았다는 누군가의 말 한 마디로 시작된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뭔가 상황은 어수선해진다. 전화를 제대로 받은 게 맞는지, 도대체 누가 정확하게 전화를 받은 건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김 대리와 같은 부서의 사람들 모두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거나 누군가에게 들은 것일 뿐이라는 말들을 반복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상황이 정리되었는지는 모르지만 같은 부서 팀원들은 ‘어쨌든’ 김 대리가 죽었다고 생각하기로 한다. 그리고 그들은 이제 ‘왜 김 대리가 죽었을까’를 고민하기 시작한다. 김 대리의 아버지로 추정되는 인물(정말 아버지인지는 모르겠다)에게 전화를 걸어보지만 제대로 된 답변을 들을 수 없었고 나름대로 자신들에게 김 대리가 어떤 인물이었는지를 회상한다. 김 대리는 좋은 사람이었던 것 같다. 회사 사람들을 위해 정성껏 커피를 타주고 매일 아침 청소를 도맡아 했다. 회사의 버려진 공간을 멋지게 리모델링해서 직원들만의 공간을 만들었고, 이를 계기로 방송 출연도 하였다. 뿐만 아니라 몸도 근육질이고 키도 크고 얼굴도 잘생겼다. 특히 운동을 잘해서 회사 사람들에게 PT를 해주기도 했다. 동료들의 고민도 잘 들어주고 힘들어할 때 같이 술도 먹어주며, 곤란한 상황에 빠진 강지훈을 구해주기도 한다. 그는 매우 유능하고 완벽한 사람인 것 같다. 그의 죽음의 비밀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정보들이 쏟아진다. 박종식 팀장의 갑질 때문에 자살한 거다, 우울증을 원래 앓고 있었다, 최민희 과장과 바람이 났다 등등 온갖 정확하지 않은 소문이 난무하며 사무실을 들썩거리게 한다. 그 모든 소문들이 다 정확하지 않고 오히려 거짓에 가깝다는 것이 밝혀지자 이번엔 또 다른 소문이 돈다. 김 대리의 동창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전화를 해서 그는 사실 학교폭력의 가해자였고 여자친구를 임신시킨 적이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불법PC방에 다니는 것을 본 적이 있다는 말이나 유흥주점을 밥먹듯 다닌다는 말까지 돌면서 도대체 김 대리는 어떤 사람이었는가에 대해 물음표가 생기게 된다.
팀원들은 무수한 소문에 휩쓸리며 이리저리 흔들리고 서로 다투고 의심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이제는 더 이상 아무도 김 대리가 왜 죽었는지에 대해 관심이 없다. 실컷 물고 뜯고 다 하고 나서 더 이상 볼 일이 없다는 듯 다른 가십거리로 눈을 돌린다. 이 책을 덮고 나면 물음표가 가득하다. 김 대리는 정말 죽은 게 맞긴 한 걸까? 김 대리는 좋은 사람인가, 나쁜 사람인가? 김 대리가 만약 정말 죽은 것이라면, 그는 왜 죽었나?
이 책은 현대 사회에서 가짜 뉴스가 어떻게 몸집을 부풀리며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사람들은 의심하지 않고 쉽게 믿어버린다. 그리고 진실보다는 더 자극적인 요소들을 찾아서 그것을 물어뜯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 관련 주제에 흥미가 떨어지면 진실의 목소리에는 귀기울이지 않고 다른 자극적이고 재미있는 주제를 찾아간다. 이 모든 과정이 우리에게는 너무 쉽다. 하지만,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그 과정에서 부풀려지고 지어내지는 거짓들에 상처입는 수많은 사람들이다. 아무도 자신의 말을 들어주지 않고 자신에게 비난을 쏟아내기 바쁜 상황이 그들에게는 너무 고통스럽고 괴로울 것이다. 쉽고 빠른 거짓에 현혹되기는 쉽다. 그러므로 우리는 보여지는 텍스트 너머의 사람과 진실을 알 수 있을 때까지 시간과 공을 들이는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기꺼이 진실로 향하는 더욱 힘들고 고단한 길을 택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