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사적인 네팔 - 섞이지 않지만 밀어내지도 않는 사람들
수잔 샤키야.홍성광 지음 / 틈새책방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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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지극히 사적인 네팔 (수잔 샤키야×홍성광, 2022)

당신은 네팔에 대해 얼마나 아는가? 아니, 대한민국 국민 (산악인이나 동호회 소속이 아닌) 은 네팔에 관심이 있었던가? 학창시절을 싱가포르에서 보내고 인도친구들과 지금도 안부인사를 하는 나에게도 네팔은 낯설다.

<지극히 사적인 네팔> 은 힐링, 히말라야, 선한 눈의 사람들 빼곤 사실 우리가 아는게 별로 없는 네팔이란 나라에 대해 알기 시작하기에 좋은 책이다. 저자는 두명인데, 한명은 jtbc 외국인 대담프로인 <비정상회담> 에서 네팔을 대표한 방송인 수잔 샤키야 님이고 한분은 한국인 작가 홍성광 님이다.

솔직히 말해서 방송인이 쓴 책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기가 힘들다. 대중에게 알려졌다 는 이유로 대부분 에세이 장르의 책을 최소 한권씩 내는데, 많은 경우 내용이 부실하거나 초점이 살아있지 않은 경우를 많이 보았다. 한가지 좋은 소식. <지극히 사적인 네팔> 을 읽으면서는 그런 생각이 1도 들지 않는다. 이 책의 첫 챕터를 읽으며 나의 ˝방송인의 에세이˝ 라는 선입견은 한방에 날아갔다.

일단 이 책, 여러모로 매우 정성스럽다. 네팔인 저자는 ˝한국인에게 네와르 종족 관점의 사적인 네팔을 알리고 싶었다˝ 라는 취지에 1000%맞게 여러 관점에서 네팔의 문화, 종교, 세계관, 정치, 당면과제 등을 소개한다. 그 과정에서 자신은 로컬인이기에 별로 큰 생각 안하고 따라온 풍습 (예: 나마스떼, 네팔달력) 에 대해 해당 전공자들에게 자문을 구하는 방식으로 탄탄하게 내용을 정비해서 차근히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야말로 글을 읽는 사람들 입장에서 궁금할 모든것에 대해 사려깊은 방식으로 대화를 걸어온다. 배려심이 깊고 타민족을 건드리지 않는 네팔인의 성정이 수잔이 책을 구성하고 쓴 모든 부분에서 베어나왔다.

특히 내가 제일 즐겁게 읽은 부분은 히말라야 베테랑 셰르파와의 인터뷰, 그리고 은퇴한 전직 쿠마리 (살아있는 여신, 인권적으로 논란있는 풍습) 와의 인터뷰였다. 그들의 시각은 확실히 한국적 사고방식과 달랐고 어떤 면에선 부럽고 닮고 싶었다.

정성스러움 다음으로 이 책이 네팔에 대해 참 좋은 책이라고 느낀건 수잔의 균형감각이었다. 수잔은 13년을 한국에 거주한 네팔인이다. 그러기에 이전에 네팔서 살땐 수용하고 살던 관습들 중 네팔이 세계와 소통하며 살려면 방해가 될 것들 (예: 네팔달력 비끄럿 섬벗) 에 대해 냉철히 분석한다. 보통 자신의 나라를 소개하는 외국인의 에세이에서 보기 힘든 깊은 통찰력이 보였다. 그리고 동시에 세계인이 보았을 땐 비합리적이게 보이겠지만 네팔인 시각에선 어느정도 체제유지를 위해 필요한 보수적 시스템 (예: 카스트, 쿠마리 등) 에 대한 논의들도 설득력 있었다. 대한민국도 솔직히 아직 민주주의로 향하고 있기에 과도기를 겪는중에 이슈가 되는 전근대적 습관 (예: 상명하복, 가부장제, 명절 제사 이슈 등) 이 있지 않은가. 수잔이 계속 반복해서 말하는 ˝네팔은 느리게 발을 떼고 있으니 너그러히 봐달라˝ 는 진심으로 자국을 사랑하고 자국의 대사로 살고싶은 한 세계시민의 목소리로 들렸다.

그리고 또다른 저자인 홍성광님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방송을 통해 수잔이 한국어에 유창하다는 건 알았지만, 이렇게 유머와 통찰력이 섞인 이야기가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성있게 완성도가 있는건 아주 높은 확률로 이 글을 다듬고 모양을 잡아준 저자의 노력일 것이다. (아마도 내가 글쓰기를 가르치고, 학생들의 습작을 퇴고하는 사람이라 더 그게 보인 것 같다). 정말 네팔사람들의 마음처럼 서로를 ‘신으로 모시는 마음‘ 이 없었다면 이런 협업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당신이 네팔에 관심이 없어도, 수잔을 몰라도, 힌두교인이 아니어도, 이 책은 재밌으면서 유익하다. 최신간이니 꼭 읽어보시길. 이왕이면 도서관 희망도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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