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다짐도 하지 않기로 해요 창비시선 450
유병록 지음 / 창비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버지가 아들을 먼저 떠나보냈다. 자기자신도 이제 40밖에 안 되었는데 아들을 잃었다면 그 아들은 얼마나 어렸을까. 실제 유병록 시인의 사연이다.

이 시집은 아들을 잃은 상실과 슬픔, 그리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시인의 오만가지 감정이 담긴 시집이다. 염소를 기른다던가 바람으로 벽돌을 만들어 집을 짓는다던가 하는 비유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우리가 쓰는 구어체, 일상서 쓰는 말들로 쓰여져있어 읽고 그 글을 이해하는 것은 쉽다. 하지만 편집자도, 추천사를 써준 동료 시인도 말했듯이 잘 읽힌다고 잘 넘어가는 시집은 아니다. 아픔과 슬픔이 가공되지 않은채로 떡 하니 거의 모든 시에 있어서 한편에서 그 다음 한편으로 넘어갈때 마음의 준비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다른이를 만나 식사하고 수다떨때 의식적으로 아픔을 건드리지 않으려 죽은이 빼고 무엇이든 얘기하지만 결국 돌아서서 기억나는건 죽은이 하나인 <말하지 않은 너의 얘기가 너무 소란스러워>, 자주가던 칼국수집이 폐업하게 되자 그 가게 사장님들을 생각하며 함께 속상해하고 ˝돌아가는 길엔 칼국수집을 애도하는˝ <지구따윈 망해도 좋지만> 같은 상실 후 일상속 툭 치고나오는 감정들. 가족을 잃지 않았더라도 이별, 아끼던 관계의 단절 등을 겪은 모든이들이 읽으며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그렇게 슬픔을 쏟는데만 그치지 않고 시인은 ˝아무 다짐도 하지말˝ 고 ˝봄에 그저 서로를 바라보자˝ 한다. 힘주지 말고 그저 바라보자고. 추천사의 시인 말이 인상적이었는데 유병록 시인님은 단순히 자기가 아프다고 말하는게 아니라 그런 아픔을 나누며 비슷한 아픔을 가진 독자를 위해 ˝얼마나 진심으로 울어줄 수 있는지˝ 를 말하려고 한다 는 말을 했다. 큰 슬픔을 당한자에게 위로가 되는 사람, 말은 동일한 무게의 아픔을 건너온 사람이라던 말이 생각났다.

이 시집은 저번달에 ˝천상병 시 문학상˝ 을 받았다. 하지만 난 생각했다. 시인의 아들의 죽음에서 우러나온 한스러운 깊은 슬픔을 문학서 보편적으로 표현되는 상실의 술픔 이라고 얄팍하게 표기한게 얄궂다고. 큰 상을 받은건 영광이지만 시인님 감정 참 복잡하겠다 싶기도 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