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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리스트 : 초절 기교 연습곡
Melodiya / 2006년 6월
평점 :
품절
라자르 베르만의 리스트 초절기교 연습곡집!!
예전부터 전설적인 연주로 자리매김을 했지만 국내에서는 씨가 말라버린
음반이라 소장하고 있는 것 자체가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이런 희귀한(?)음반을 이제야 듣게 되어서 다행이기도하고 아쉽기도하다.
우선 음질은 59년도 모노녹음이라서 좋지는 않다. 그렇지만 음질을 뛰어넘은
엄청난 기교가 기다리고 있다.
흔히 이 음반을 대신하는 것으로 보리스 베레조프스키의 연주를 꼽을 수 있겠지만
베레조프스키의 기교는 베르만에 비해서 약간 떨어진다(물론 그의 연주도 명반이다).
터치에 있어서 베레조프스키는 가벼운데 비해 베르만은 거의 덤프트럭에 가까운
압도적인 울림을 보여준다.
초절기교 1번에 있어서 베르만의 연주는 여느 유명한 연주들에 비교해서 그다지 차이점은 없다. 그러나 2번에 들어서면서 현기증이 날 정도의 엄청난 빠르기로 곡을 밀고나간다. 이런 빠르기로 곡을 밀어붙이지만 곡의 구조는 무너지지 않고 질량감있는 압도적인 터치로 가득해서 비루토오조의 극치를 보여준다.
4번 마제파의 연주에 있어서 기교적인 면은 베레조프스키가 약간 우세하지만 코다부분의 D장조의 겹화음을 급격한 아첼레란도로 끝내는 부분은 압권이다.
5번 도깨비불은 악보를 보는 것만으로도 현기증이 나는데 오른손의 2중화음을 처리하는데 난기교가 산재해 있는 곡이다. 그러나 베르만은 이곡을 연주하는데 어떤 어려움도 없다는 것을 과시나 하듯이 엄청나게 날렵한 모습을 보여준다. 악상기호도 알레그레토 인데 거의 프레스트로 밀고 나가지만 역시나 무너지는 모습은 없다.
6번 환영, 아르페지오 연습곡이다. 첫부분의 F 지시를 무시하고 P 로 처리해서 곡의 몽롱함을 강조해 나간다. 그 분위기는 베레조프스키가 도달하지 못한 것이다. 곡의 클라이막스로 향해가는 부분에서 그의 초절기교는 역시 빛을 발한다.
7번 영웅, 56번째 마디부터 86마디까지의 클라이막스로 가는 부분에서 악보에는 없지만 아주 적절한 아첼레란도를 사용하여 곡의 효과를 높였고 87마디부터의 엄청난 빠르기의 옥타브 연주는 아찔하다.
8번 사냥, 엄청난 터치로 압도적인 울림을 자랑하는데 아주 격렬한 사냥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아마 겹화음이 가장 많이 등장하는 곡이라서 손목의 힘이 많이 필요하고 또한 피로감을 줄 수도 있을텐데 베르만은 중력의 영향을 받지않는 것처럼 쉽게 쳐나간다.
9번 회상, 서정적이지만 역시 만만치 않은 난기교가 많은데 베르만은 곡의 서정적인 측면을 정말 잘 살리면서 펼침화음과 여러 아르페지오를 처리하는데 있어서 아주 능숙하다.
10번, 제목을 없지만 유명한 곡으로 초절기교 연습곡 중에서도 어려운 곡이다.
첫마디의 오른손과 왼손이 교차하는 부분을 너무나 매끄럽게 연주해서 정말 인상적이었고 왼손의 물결치는듯한 반주의 처리도 훌륭하다. 159마디의 압도적인 빠르기의 아르페지와 코다도 압권이다.
11번 밤의 선율, 드뷔시의 인상주의적인 면이 드러나 있는 곡으로 베르만은 그의 섬세한 터치와 절정에서의 중량감있는 울림을 적절히 대비시켰다.
12번 제설기, 리스트의 특징인 트레몰로 연습곡이다. 곡이 끝날 때까지 트레몰로로 일관해서 피아니스트의 지구력을 요하는데 베르만은 처음에 적절한 템포로 나가다가 36마디의 첫 클라이막스로 가는데 있어서 다른 피아니스트들하고는 비교할 수 없는 빠르기를 선보이고 반음계의 처리에 있어서 젊은 나이에 녹음한 것을 생각하면 정말 대가의 위치에 있다고 단언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그는 섬세한 비루토오조이다. 즉 섬세하고 사려깊은 곡과 엄청난 기교를 필요하는 곡 그 양쪽을 다 잘해내는 전설적인 피아니스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