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추도객이 이따금 울음을 터뜨렸는데, 찰리 때문이기도 하지만자신의 아픔 때문인 듯도 했다. 너무 빨리 잃은 사랑, 유산, 돈이 늘부족하다는 머리 아픈 걱정. 울어도 되는 곳이었으므로 사람들은 이기회를 이용했다. - P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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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는 진정한 마법에 가장 가깝다. 글쓰기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며, 다른 세계로 이어지는 문을 여는 것이다. 현실 세계가 너무 고통스러울 때 글을 쓰면 새로운 자신의 세계를 만들 힘이 생긴다. 글쓰기를 그만두는 건 내게 죽음이나 마찬가지다. 손가락으로 책등을 훑으며 서점을 헤집고 다니는 일도, 서가에 그 책들을 올리기까지의 긴 편집과정에 경탄하며 내 책을 추억하는 일도 없어질 것이다. 그리고에미 조 같은 아이가 출간 계약을 맺을 때마다, 어떤 젊은 신인 작가가 마땅히 내 것이어야 할 인생을 살고 있음을 깨달을때마다, 질투에 시달리며 남은 생을 보낼 것이다.
어릴 때부터 글쓰기는 내 정체성의 중심이었다. 아빠가 돌아가시고 엄마가 자기 안으로 침잠하기 시작한 후, 그리고 로리 언니가 나 없는 인생을 살기로 한 후, 글쓰기는 내게 살아갈 이유가 되어줬다. 행여 나를 비참하게 만든다고 하더라도, 살아 있는 한 나는 이 마법에 매달릴 생각이었다. - P310

한 장에서 다음 장으로 나아가게 해줄 거대한 프로젝트도, 전망도 없이 하루하루 하찮고 자족적인 삶을 살 수는 없었다. 나는 내가 다음에 무슨 말을 할지 세상이 숨죽이고 기다리기를 원했다. 내 말이 영원히 지속되기를 원했다. 영구적으로 존재하기를 원했다. 죽은 후에도 산더미 같은 페이지를 남기고 싶었다. 여기 주니퍼 송이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마음속에 떠오르는 말을 우리에게 들려줬다,라고 소리치는 페이지를. - P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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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속에는 텅 빈 공간이 있다. 그 공간은 지금도 조금씩 부풀어 올라, 그것이 내 속에 남아 있는 알맹이를 자꾸만 먹어 치운다. 나는 그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나라는 존재를 점점 알 수 없어진다. 나는 정말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 거기에는 방향도 없고 하늘도 땅도 없다. - P329

나는 숲의 한가운데에 발을 들여놓는다. 나는 속이 텅 빈인간이다. 나는 실체를 잡아먹는 공백이다. 그러니까 더 이상두려워해야 할 것은 없다. 아무것도 없다.
나는 숲의 중심에 발을 들여놓는다. - P331

가는 것을 깨닫는다. 주위의 현실의 소리가 차츰 현실성을 잃어간다. 의미 있는 소리는 침묵뿐이다. 그 침묵이 바다 밑에 쌓이는 진흙처럼 점점 더 깊어져 간다. 발밑에 쌓이고, 허리까지 쌓이고, 가슴까지 쌓인다. 그래도 청년은 오랜 시간 나카타 씨와둘이 그 방에 머물면서 거기에 쌓여 가는 침묵의 깊이를 눈으로재고 있었다. - P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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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쪽 서가에는 일반적인 인문 관계 서적이 진열돼 있다. 일본문학 전집, 세계문학 전집, 개인 전집, 고전, 철학, 희곡, 예술일반, 사회학, 역사, 전기, 지리..... 그 많은 책들은 손에 들고펼치면 페이지 사이에서 옛 시대의 향기가 난다. 표지와 표지사이에서 조용히 오랫동안 잠들어 온 깊은 지식과 예리한 정감이발산하는 독특한 향기다. 나는 그 냄새를 들이마시면서 몇 페이지 읽어 보고 서가에 돌려놓는다. - P80

나는 자유다.라고 생각한다. 눈을 감고, 나는 자유다.라는것에 대해 한동안 생각한다. 그러나 자유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나는 아직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지금 알 수 있는 것은 내가외톨이라는 사실뿐이다. 혼자 낯선 고장에 와 있다. 나침반도지도도 잃어버린 고독한 탐험가처럼. 자유란 이런 상태를 의미하는 것일까? 그것조차도 잘 모르겠다. 나는 그것에 대해 생각하기를 그만둔다. - P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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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슬픈 건 죽은 이들 때문일수도 있고, 늘 미완으로 남는 소망 때문일 수도 있을 것같았다. - P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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