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시아 마르케스, 산 자와 죽은 자의 경계를 필요로 하지않았던 콜롬비아의 소설가.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현실이 아닌가? 아니, 애당초 현실과 비현실을 구분짓는 벽 같은 것이 이 세계에 실제로 존재하는가?벽은 존재할지도 모른다. 라고 나는 생각한다. 아니, 틀림없이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불확실한 벽이다. 경우에 따라, 상대에 따라 견고함을 달리하고 형상을 바꿔나간다.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 P684
그곳에 혼자 서 있으면 어김없이 슬퍼졌다. 아주 오래전에맛보았던, 깊은 슬픔이었다. 나는 그 슬픔을 무척 잘 기억했다. 말로 설명할 길 없는, 또한 시간과 더불어 사라지지도 않는 종류의 깊은 슬픔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상처를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가만히 남기고 가는 슬픔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것을 대체 어떻게 다뤄야 할까? - P280
꿈 읽기 작업을 거듭하는 사이 나는 그런 ‘통과의 감각‘을강하게 느꼈다. 그들이 원하는 건 일반적인 의미의 이해가 아닐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되는 면이 있었다. 그리고 나를 통과해 가는 그것들은 때때로 나의 안쪽을 기묘한 각도에서 자극하고, 오랫동안 망각했던 내 안의 몇 가지 감흥을 일깨웠다. 긴 세월 병 바닥에 쌓여 있던 오래된 먼지가 누군가의 숨결에의해 허공으로 훅 피어오르는 것처럼. - P118
간소하고 정밀한, 그리고 완결된 장소다. 전기도 가스도없고, 시계탑에는 바늘이 없고, 도서관에는 단 한 권의 책도없다. 사람들이 하는 말은 본래의 의미만을 지니고, 모든 것이각자 고유의 장소에, 혹은 눈길이 닿는 그 주변에 흔들림 없이머물러 있다.(중략)나는 밤공기를 가슴 가득 들이켜고 알맞은 언어와 적절한표현을 찾는다. 그리고 말한다. "그곳에서 사람들은 누구나 그림자를 데리고 살았어." - P53
"사람들은 서로 멋진 이야기들을들려주고, 이어 그 이야기들을 위해 목숨을 내놓지. 그들은 그로써 신화가 현실이 될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자유, 존엄성, 형제애, 인간으로서의 명예, 우리 또한 이 숲에서 동화를 위해목숨을 내놓고 있는 거야.""유럽의 아이들은 장차 학교에서 이 이야기를 외우게 될 거야!" 타데크 흐무라가 확신을 가지고 말했다. - P85
"내가 하나 만들어낼 거야. 우리가 함께 하나 만들어내자.너하고 내가 우리 둘만이 그 말을 알고 있게 될 거야. 우리 둘만이 그 말을 이해할 수 있게 될 거야. 아무한테도 그 단어를말해주지 않을 거야. 그 단어를 우리만의 비밀로 간직하자. - P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