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까지는 이러한 이야기 전개가가능했고, 대중의 호응을 얻었다. 학교 폭력이만연한 시대상의 반영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맥락을 놓쳐서는 안 된다. 스스로 몸을 만들고,체력을 쌓고, 힘을 기르고, 그도 안 되면 잔인한공격성을 키우면, 죽어서 원혼이 되지 않은 채 ‘현실에서‘ 복수를 할 수 있다는 사고방식이기저에 깔려 있는 것이다. 고도성장으로용솟음치는 개발도상국에서는 남자가 죽어서귀신이 되어 복수하는 그런 섬세하고 복잡하며우울한 서사가 성립할 여지가 그리 넓지않았다고 볼 수도 있다. - P55
여학생들의 경우는 다르지 않을까? ‘여고괴담‘ 시리즈를 비롯한 여러 작품들의묘사에 따르면 그렇다. 작중에서 묘사되는여학생들은 내면 혹은 내면 속의 비가시적인영역을 지니고 있다. 그 속에서 애정, 질투, 증오, 원한, 동경, 좌절 같은 복잡한 감정이오간다. 그런 것들은 보이지 않고 구체화되지않으며 가독성이 떨어진다. 남학생들과마찬가지로 매일 아침 7시30분부터 조그만교실에 앉아 모두 똑같은 것만 배우고 있지만, 여학생들에게는 내면이라는 게 있고, 그 내면의 비가시성이 괴담을 성립하게 해준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 P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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